“로보틱스의 챗GPT 모먼트가 왔습니다(The ChatGPT moment for robotics nearly here)”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5)’에서 “자, 피지컬 AI 이야기를 해보죠. 범용 로보틱스의 챗GPT급 전환이 코앞입니다(OK, let’s talk about physical AI. The ChatGPT moment for general robotics is just around the corner)”라는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책임자(CEO)가 피지컬 AI(Physical AI)를 공통어로 만든 순간이었다. 현실에서 움직이는 AI, 즉 AI의 다음 단계로 피지컬 AI를 점찍은 것이다. 쉽게 말해, 컴퓨터 화면 속에 머물던 AI가 실체적인 ‘몸’을 얻어, 현실의 물리적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고 작업하는 시대의 탄생을 의미한다.
올해 CES 2026에서는 지난해 선언한 ‘전환이 코앞’에서 ‘거의 왔다(nearly here)’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장면이 연출됐다. 2026년 1월 5일(현지시간) 황 CEO는 AI 모델, 가상 실험실 및 시뮬레이션, 개발 도구 등을 사용자가 즉시 활용 가능한 하나의 ‘도구 상자’ 형태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일로 통합된 형태로 기술 체계(Stack)가 완성된 솔루션이 시장에 공급돼야 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 피지컬 AI가 먼 미래의 가능성이 아닌, 지금 당장 현장에서 수익을 증명해야 하는 ‘실전의 영역’에 진입했음을 선포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미래의 예고편'이 아닌 피지컬 AI. 기존과 같이 개별 기술의 우위를 점하는 시대에서, 새로운 '경쟁 규칙'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기술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표준화될수록 혁신의 무게중심은 연구실의 모니터보다, 치열한 운영 현장으로 급격히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피지컬 AI는 지난 1년간 모호한 유행어에서, 산업 현장의 실존적 공통어로 안착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데이터 확보, 검증 그리고 실제 배치 이후의 지속 가능한 운영으로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피지컬 AI의 진정한 승부처는 ‘신비주의’ 기술이 아니다. 로망이 아닌 비즈니스, 총소유비용(TCO)의 최적화, 실제 ‘가동률’이 관건이라는 것.
피지컬 AI 2026, 예고편은 끝났다...‘지속 운영(Operations)’ 전쟁의 서막
실제로 엔비디아는 올해 CES에서 오픈 파운데이션 모델 ‘알파마요(Alpamayo)’와 시뮬레이션 프레임워크 ‘알파심(AlpaSim)’ 등 조합을 제시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알렸다. 앞선 플랫폼은 자율주행(AV) 분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피지컬 AI와 연결해 데이터·검증·시뮬레이션의 프레임워크를 강조했다. 예외 상황이 끝없이 나타나는 실제 환경인 ‘롱테일(Long-tail)’ 문제를 데이터·검증·시뮬레이션으로 통합해, 피지컬 AI를 가동하는 방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 CES 2026 현장에서 공개된 피지컬 AI 활용 예시. 가상 환경에서 피지컬 AI의 검증이 가능함을 설명한 자료다. (출처 : 엔비디아)
업계는 이 변화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고 목소리를 모은다. 이제 피지컬 AI의 승부처는 결국 ‘얼마나 싸게,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전하게 가동하느냐’에 달려있다는 메시지로 해석 가능하다는 것이다. 피지컬 AI 기술 투입 직후의 성능과 예외 상황이 발생해도 비용 폭발 없이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안전과 책임 구조를 갖춘 채 확산 가능한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가에 질문이 걸려 있다.
결국 이를 실제 성적표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궁극적 물음이다. 바꿔 말하면, 2026년 이후의 피지컬 AI는 ‘지속 운영(Operations)의 가능성’이 대두될 전망이다.
이러한 운영의 영역으로 전환되면, 기술 우위보다 현실적인 것이 비용이다. 기술의 핵심 설계도인 ‘개방형 모델(Open Model)’과 개발 도구가 공통 규격으로 보급될수록 모델 간 성능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유사한 기술적 기본기를 갖출 수 있는 환경에서 기업들이 벌이는 진검승부는 더 낮은 운영비로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각은 동일한 인식·조작 능력을 확보했더라도,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는 비용이 곧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예정이다. 장애 시 복구 속도, 예외 상황 속 투입 인력 규모, 현장 개선 과정의 안정성 등이 결국 TCO의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이때 현장이 요구하는 핵심성과지표(KPI) 역시 구체적이다. 가동률과 다운타임(Downtime)은 물론 장애 복구 시간(MTTR), 작업 단위당 처리량, 사고 리스크 등에 따른 보험·규제 대응 비용까지 포함된다.
피지컬 AI는 이 항목들을 단일 파이프라인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갖춰질 때 비로소 현장에서 효용성을 가진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실증(Pilot) 프로젝트가 본 배치 직전에 좌초하는 이유는 대개 동일하고 분석한다. 성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이러한 운영 조건들이 계약서(SLA)에 적용될 만큼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로봇의 지능 전장, ‘뇌’가 독자적 상품이 되는 순간
피지컬 AI의 본격적인 수익화는 기존 로봇 하드웨어에서, ‘로봇의 뇌’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되는 양상이라는 뜻이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은 로봇 형태가 달라도 재사용 가능한 인식·조작·정책을 소프트웨어로 통합한다. 애플리케이션과 업데이트를 통해 스마트폰의 성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 같은 애플리케이션 영역이 확대되는 이유가 있다. 하드웨어는 현장별 요구가 다양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다수의 사용자·로봇에 재사용될수록 막대한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소프트웨어단의 수익 모델은 로봇 하드웨어를 판매하던 과거와는 다르다. 로봇 한 대당 값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로봇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사용권(License) 비용을 받거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처럼 매달 구독료를 받는 방식이 중심이 된다.
이러한 접근법은 결국 매출 산정 과정에서 ‘로봇이 현장에서 얼마나 사고 없이 과업을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로봇 제조사가 하드웨어를 팔고 손을 떼는 ‘판매업’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얘기다. 지속적으로 성능을 업데이트하고 관리해 주는 ‘서비스업’으로 체질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의 협상 방식을 바꾸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을 도입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로봇의 힘이 세거나 빠른지만 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대신 ▲소프트웨어가 오류를 얼마나 빨리 스스로 고치는지 ▲현장 데이터가 성능에 즉각 반영되는지 ▲예기치 못한 사고 비용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기술 공급사 역시 이제는 장애 대응까지 책임지는 ‘운영 패키지’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피지컬 AI가 업계의 공통 언어가 됐다면, 앞으로 그 언어가 실제 ‘자본’과 ‘책임’을 명시한 계약서로 번역되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서비스형 로봇(RaaS) 전장, 로봇 확산의 진정한 가능성
그렇기에 서비스형 로봇(Robot as a Service 이하 RaaS)이 글로벌 로봇 산업에서 지속 각광받고 있다. 로봇 운영 결과를 구독하는 방식인 이 시스템은 피지컬 AI가 실증에서 확산으로 넘어가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들이 수십억 원의 목돈을 들여 로봇을 직접 구매하는 자본비용(CAPEX) 방식보다, 매달 이용료를 내는 운영비용(OPEX)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운영 리스크' 때문이다. 로봇 장비 가격은 한 번 치르면 끝나는 단발성 비용이지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매일의 비용으로 돌아온다.
다운타임, 예외 상황을 처리할 현장 인력, 유지보수 지연, 부품 수급 문제 등이 쌓이다 보면 결국 투자수익률(ROI)은 급격히 나빠진다. RaaS는 이러한 리스크를 공급사가 함께 짊어지는 구조이기에 확산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여기에 위험 설비 점검, 인프라 순찰, 반복 모니터링 등 영역은 RaaS가 성립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인간이 들어가기 위험하거나 비용이 큰 구역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업종에서는 자동화(Automation)보다 리스크 절감이 먼저다. 로봇이 생산을 직접 대체하지 않아도 안전, 가동 안정성, 데이터 수집 품질 등이 비용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이때 로봇은 제품이 아니라 운영 서비스가 된다.
물류 역시 동일한 논리로 움직인다. 물동량 변동이 크고 인력 수급 비용이 높은 환경에서는 로봇을 소유하는 것보다 처리량과 가동 안정성을 계약으로 사는 방식이 확산되기 쉽다. 중요한 것은 현장 속 로봇의 가동이 끊기지 않도록 만드는 운영 체계가 제공되느냐다. 원격 모니터링, 업데이트, 성수기 물량 집중 및 장애 대응 등이 한데 통합된 운영 패키지가 RaaS의 진정한 가치가 된다.
휴머노이드 전장, 로보틱스 상징의 시대에서 합격 기준의 시대로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은 피지컬 AI 담론의 대표 이미지로 기능해 왔다. 이제는 실증 사례를 나열할 것이 아니라 합격 가이드라인의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휴머노이드는 아직 ‘판매 대수는 단가’가 설득되는 시장이라기보다, 실증을 통해 안전과 운영 비용 곡선을 만들어 가는 산업에 가깝다. 장기 가동 내구성, 전력 효율, 유지보수 체계, 작업 단위 표준화, 작업자 공존 안전, 책임 구조가 동시에 충족돼야 확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머노이드의 핵심 질문은 실제 투입 시 비용 항목이 무엇인지, 그 비용을 줄이는 운영 설계는 가능한지로 이어진다. 현장에 투입된 휴머노이드가 예외 상황에서 멈추고 작업자가 투입되는 순간, ‘운영 비용의 덩어리’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는 기술 진화와 함께 운영 성숙도가 시장을 더욱 커지게 하는 전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휴머노이드의 자생력은 현장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학습 자산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 로봇이 현장에서 겪는 수만 가지의 시행착오가 ‘비용’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업데이트를 위한 ‘지능’으로 축적돼야 함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의 기업은 독자 노선을 걷기보다 검증과 안전 표준을 공유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혼자서 모든 사고와 예외 상황을 감당하기엔 운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올해 휴머노이드 시장은 누가 더 안정적인 ‘운영 생태계’를 먼저 선점하느냐를 두고 마지막 결전을 벌일 전망이다.
한국형 피지컬 AI 생태계 속 ‘수익화’의 열쇠
우리나라는 로봇 제조 경쟁력, 데이터·클라우드·시스템통합(SI)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강점은 자동으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피지컬 AI 관점에서 전략의 출발은 어느 영역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하는가로 이어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선택지를 제안한다. ▲로봇이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지능인 ‘월드 모델’과 이를 검증하는 ‘시뮬레이션’ ▲‘로봇 지능’과 ‘로봇운영체제(ROS)’ ▲‘현장 데이터’와 수많은 로봇을 동시에 통합 관리·관제하는 ‘로봇 운영 집단(Machine Fleet)'이다. 이 가운데 어느 영역을 잡느냐에 따라 필요한 투자, 인력, 표준화 대상, 파트너십이 달라진다.
이에 정부 주도 프로젝트는 하드웨어 경쟁을 기조로 한 기존의 방향성에서 전환이 필요하다. 거시적인 인프라 구축 경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산업통상부(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발족한 휴머노이드 로봇 협력체 ‘K-휴머노이드 연합’ 등 구상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패권을 잡겠다는 목표가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때 범용 로봇 지능, 시뮬레이션 환경, 테스트베드, 검증 프레임 등을 국가 단위로 구축해 확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현시점의 피지컬 AI는 산업 전체의 검증·운영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양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민간에서는 SI와 현장 데이터가 현실적인 수익화 경로를 제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제조·물류·건설 등 변동성이 큰 산업에서 모델 자체의 우수성만으로 계약이 성립하기 어렵다. 데이터 파이프라인, 운영 체계, 장애 대응 및 유지보수, 안전 및 책임 구조가 결합된 형태로 제공될 때 로봇의 실제 도입 시 설득력이 생긴다.
한국이 글로벌 플랫폼의 소비자에 머무를지, 어느 한 영역에서 운영·검증의 표준을 선점할지, 그 분기점이 올해라는 업계 분석은 이 맥락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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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규의 헬로BOT] 피지컬 AI, 공통어가 된 1년 ② | 2026 체크포인트는 ‘nearly here’...‘가동률’이 시장 연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