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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GX] “탄소 대응은 스프린트 아닌 마라톤...단계적 액션 플랜 세워야”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지속가능성사업부 배혜미 팀장 인터뷰
"글로벌 규제, 공시 넘어 실질적 감축 요구...현상 분석하고 중장기 액션 플랜 세워야"
"탄소 감축, 데이터 기반 전략 필요... 거버넌스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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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이 기업의 도덕적 당위를 넘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인식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제조 현장에서 탄소 감축은 먼 나라의 이야기다. 핵심을 빗겨나간 선언들과 눈치 싸움이 이어져 오는 동안, 기후변화는 미시의 영역에서도 체감되기에 이르렀고, 국제 사회의 구체적인 요구는 코앞으로 닥쳐 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덕스러운 정치의 희생양으로 부침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산업으로의 전환(Green Trasformation, GX)은 언제까지나 못 본 척, 눈을 가리고 외면할 수 없는 기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올해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국내외 환경 규제 대응을 두고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관리 솔루션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SE Advisory Services'라는 자체 자문 그룹을 조직, 통합적인 탄소중립 자문 서비스 제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알렸다. 기존에 에너지 관리, 조달 관련 기술 자문을 기업 고객들에 제공해 온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2023년 프랑스 기후변화 컨설팅 회사 에코액트(EcoAct)를 인수, 본격적으로 탄소중립 전반에 대한 통합 솔루션과 자문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 지속가능성사업부 배혜미 팀장을 만나, SE Advisory Services와 국내외 환경 규제, 기업들의 대응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SE Advisory Services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A. SE Advisory Services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보유한 에너지 관리, 조달 등 관련 기술력에, 에코액트의 탄소중립 전략 컨설팅 전문성을 통합한 글로벌 자문 조직입니다. 전 세계 100여 개국의 3400여 명 규모의 컨설턴트 네트워크와, 글로벌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의 전사 단위 넷제로 전략 수립 및 실행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Q. 글로벌 에너지 기술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자문 조직이라는 점이 특별한 것 같아요.

A. 맞습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보유한 에너지 관련 기술력이 컨설팅의 동력이라는 점이 다른 문헌 조사 기반 컨설팅 업체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객사들을 통해 성공이 검증된 경험을 기반으로 자문한다는 것, 실체 없는 전략이 아니라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문을 드린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Q. 최근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로 카본 프로젝트(Zero Carbon Project)가 인상 깊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죠?

A. 제로 카본 프로젝트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전 세계 50여개국에 있는 1000여 개의 업스트림 협력사를 대상으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개년 동안 본사 차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협력사들의 탄소배출량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구매하는 제품,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의 약 65%를 차지합니다. 목표는 협력사들의 Scope 1, Scope 2 배출량을 2025년까지 50% 이상 감축하는 것이었습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한다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SBT)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고, 제로 카본 프로젝트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이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지난 9월 53% 감축을 기록하며, 목표를 조기, 초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Q. 프로젝트의 성공을 발판 삼아 다른 많은 기업들에게도 좋은 자문 서비스가 제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기업을 위한 특별한 컨설팅 전략이 있습니까?

A. 제로 카본 프로젝트를 하며 겪었던 어려움을 조금 이야기해보자면, 대부분 협력사들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었고, 탄소배출량 관리, 탄소 감축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낮았습니다. 이들에게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비용적, 행정적 부담이 크겠죠. 그래서 교육 설계부터 난이도를 나눠서 진행한다거나, 1:1 교육 등 맞춤형 포맷으로 접근할 때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또한 엔지니어, 에너지 전문가, 컨설턴트 등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인적 자원을 현장에 직접 투입해 에너지 관리 자문을 제공하고요.

 

Q. 국내에서 탄소중립 컨설팅을 할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자문, 교육 등 서비스를 제공한 후에 실제 돈이 들어가는 감축 단계에서는 소극적인 기업이 많습니다. 탄소 배출량 데이터 관리, 감축 목표 설정까지는 따라오는데 실질적인 이행 지원 단계까지 가는 기업은 많지 않아요. 이행 단계에서도 실제 이행이 가능한 자문이 들어가야 실질적인 감축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Q. 어떻게 기업들을 실제 이행까지 유도할 수 있을까요?

A. 기업들이 실질적인 아이템을 도출하고 현실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가령 슈나이더 일렉트릭에는 반도체 산업 협력사를 위한 재생에너지 조달 프로그램 '카탈라이즈(Catalyze)'가 있는데요. 작은 협력사들은 전력 사용 규모가 작아서 PPA같은 계약에서 불리하고, 소량 계약은 판매자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작은 협력사들을 묶어서(Bundling) 공동 조달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국가마다 정책, 제도가 달라 늘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재생에너지가 필요하다면 현지에서 가능한 제도, 방법을 함께 찾아봐야 하고, 에너지 효율화의 경우에도 사업장에 직접 방문해 협력사와 함께 아이템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기업의 탄소중립 대응, 중요한 것은 '거버넌스'

 

Q. 최근 ESG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A. 환경 관련 규제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글로벌 차원에서의 요구가 큽니다. 국내에도 배출권 거래제 등 제도가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흐름을 보면 제도로 인한 감축 성과는 통계적으로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글로벌 규제가 요구하는 것은 하나는 공시, 또 하나는 실질적 감축입니다. 예전엔 배출량 보고로 끝났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감축 노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죠.

많은 기업들이 탄소중립을 규제나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데,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고, 사회가 산업에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불, 홍수 등 이상기후가 앞으로 점점 심해지면 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고, 산업과 비즈니스도 예외가 아닙니다.

 

Q. 한국에서는 탄소중립이 어려울 것이란 얘기를 많이 합니다.

A. 한국에서 넷제로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기술도 이미 나와 있고, 경제성도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이 아니라 노력과 비용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를 절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에너지 관리 인력이 많지 않거나 환경 관리 등 다른 업무와 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료(열원) 전환도 기술이 없다고 하는데, 전기 보일러, 전기 오븐 같은 대체 설비가 시장에 이미 나와 있어요. 적어도 자사 현장의 열 설비가 무엇인지 보고, 수명이 다했을 때 어떤 전기 설비로 교체할지 분석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과거에 해오던 것을 반복하면, 열 설비의 수명이 다했을 때 기존에 사용하던 열 설비로 똑같이 교체하게 되고, 그러면 탄소 감축은 멀어지겠죠. 당장 큰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상 분석을 하고 목표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Q. 현장에서는 재생에너지의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는 것 같습니다.

A. 현재 가격만 놓고 보면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전기 요금은 계속 오르고 있잖아요. 만약 지금 PPA로 20년 고정 가격 조달을 한다고 가정하고 경제성을 분석해보면 생각했던 것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거죠. 많은 기업들이 구체적인 경제성 분석 없이 미래를 보지 않고 의사결정을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데이터 분석 기반의 전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전사 차원의 조직 체계, 즉 거버넌스가 중요합니다.

 

Q.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자체가 적은 문제도 있는데... 재생에너지 조달 컨설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A. 사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을 자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과 제도가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대응하는 흐름이 있었기 때문에요.

해외에서는 각국별로 재생에너지 옵션(자가 발전, 지분 투자, 그린 프리미엄, PPA 등) 가능 여부가 다르니, 가능한 옵션을 바탕으로 타당성, 경제성 분석을 통해 전략을 세웁니다. 실제 조달 프로세스에 들어가면 PPA 컨설팅(조달 자문)을 합니다. 다만 아직 한국에서 이 조달 자문을 한 사례는 없는데, 한국 재생에너지 시장이 더 성숙해지면 PPA 시장도 커져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 현재 국내에서도 탄소 배출량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성숙하길 기다려야 하나요?

A. 제도적 뒷받침이 분명히 필요하고 정부의 역할도 있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손 놓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자가 발전은 이미 경제성이 확보된 경우가 많습니다. 태양광 패널 가격은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고 효율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공장 지붕 등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는 유휴 공간도 많고요. 산업계가 먼저 나서서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요구하면, 정책에 반영되고 제도화, 시장 형성으로 선순환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기 요금이 오르는 상황까지 포함해 타당성 분석을 해보면 지금도 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 대응은 '스프린트' 아닌 '마라톤'

 

"탄소 감축을 일회성으로 가져가지 말고 저탄소 사회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스프린트가 아닌 마라톤이라는 생각으로 체계를 수립해 가면 탄소중립 절대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이 에너지 효율화는 고효율 설비로 교체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고효율 설비 교체만큼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에너지 관리와 절감을 위한 꾸준한 노력입니다."

 

Q. 꾸준한 노력이요?

A. 네. 에너지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잘못 쓰이는 부분은 없는지 끊임 없이 분석해야 하고 그러려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자동으로 탄소가 저감되는 게 아닙니다.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목표를 설정해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죠. 아직까지는 시스템을 설치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 노력이 부족한 편입니다.  고효율 설비를 들여와도 사용 개선이 없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마라톤이고, 끊임없는 노력의 문제입니다.

 

Q. 현장에서는 실제로 무엇이 가장 걸림돌이 되나요?

A. 실제 자문을 이행하려면 사업장 협조와 헤드쿼터(본사)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경우, 거버넌스가 없어서 따로 노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축 목표를 주면 사업장은 반발하고, 그러다 보면 본사에서는 사업장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이렇게 되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습니다. 헤드쿼터와 사업장을 연결하고 사업장 목표를 전사 차원에서 가져가는 노력이 없으면 탄소 감축은 어렵습니다.

 

Q. C레벨(조직의 각 부문별 최고 책임자)의 의지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A. 동의합니다. 한국에서는 C레벨들의 목표가 주로 생산, 품질 중심이고, 에너지 절감이나 탄소 감축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문제는 C레벨들이 의지를 갖지 않으면 현장 엔지니어가 일을 주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조직에 대한 고민 없이 사업장에만 부담을 지우면 안됩니다. 목표를 전사가 같이 가져가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탄소중립 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기후위기 대응을 환경 규제와 비용으로만 보면 리스크의 본질을 못 보게 됩니다. 탄소중립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은 미래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부담할 것이고, 대응하지 않으면 큰 비용을 부담하거나 심한 경우 업계에서 퇴출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적극적, 선제적 대응이 기업의 경쟁력을 올리는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제가 어려운데 큰 돈을 써서 탄소 감축에 나서라는 말씀을 쉽게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수립해 작은 행동이라도 할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액션 플랜을 세워 수행하시길 권고해 드립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탄소 감축이라는 장거리 마라톤을 비용 효율적이고 부담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뛸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드리겠습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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