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물류 산업은 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기회를 만들어냈다. 인공지능 기반 물류 최적화 솔루션이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친환경 운송 수단 도입도 본격화됐다.하지만 이와 함께 많은 위기도 맞이해야 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서둘러 준비해야만 했다. 국내에서는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을 넘어 즉시배송 경쟁이 심화됐고, 물류 플랫폼 간 시장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그리고, 빠른 물류만이 답인지 묻게 되는 대형 보안 이슈도 마주했다.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2025년 물류 업계의 굵직한 사건들을 월별로 엮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캘린더 형식의 기획을 준비했다. 이를 통해 각 달마다 가장 뜨거웠던 물류 이슈를 선별하고 한 해를 되돌아봤다.
<1월> CJ대한통운, 주7일 배송 시대를 열다
CJ대한통운이 지난 1월 5일부터 일요일과 공휴일을 포함한 주7일 배송 서비스를 본격 개시했다. '매일 오네'라는 브랜드명으로 선보인 이 서비스는 기존에 연간 약 70일가량 택배 수령이 불가능했던 휴일 배송의 공백을 메운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주7일 배송 도입은 소비자 편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신선식품, 패션, 뷰티 등 시간에 민감한 카테고리에서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서비스 도입 이후 1~2월 사이 해당 카테고리의 셀러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주7일 배송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경쟁사들도 동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쿠팡이 자체 물류망을 통해 휴일 배송을 운영해온 만큼, 전통 택배사들의 서비스 확대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당시의 전망이었다.
반면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주말 운영 확대에 따른 택배 기사들의 휴식권 보장, 대리점의 인력 운용 부담, 분류 작업 효율성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배송 서비스의 진화가 소비자 편익과 노동 환경 개선이라는 두 축을 어떻게 균형 있게 맞춰갈지는 여전히 물류업계에 남아있는 숙제다.
<2월>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 Gemini Cooperation 출범
세계 해운업계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동맹이 지난 2월 탄생했다. 덴마크 머스크와 독일 하팍로이드가 손잡은 'Gemini Cooperation'이 지난 2월 1일 공식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 협력체는 기존 해운동맹과 달리 '정시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Gemini Cooperation은 출범과 함께 90% 이상의 정시 도착률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홍해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희망봉 우회 항로가 장기화되면서 스케줄 신뢰도가 화주들의 최우선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해 상황이 정상화되기 전까지 희망봉 경유 운항을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됐다.
당시 발표된 동맹 재편으로 해운업계는 단순한 운임 경쟁을 넘어 환적 전략과 허브 항만 네트워크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입 기업과 포워더들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적 리드타임 단축 여부,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의 역할 변화 등이 관전 포인트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해운동맹의 새 판짜기가 한국 물류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영향력은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3월> 편의점 택배비 인상, 생활물류 비용 부담 가중
"안 오르는 게 없다"는 말이 물류 현장에서도 현실이 됐다. 지난 3월 말, 편의점 택배 요금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생활 밀착형 물류 서비스의 가격 인상이 체감 물가 상승으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인상 폭은 품목과 무게에 따라 다르지만, 동일권 기준 500g 이하 소형 택배는 3,500원에서 3,900원으로, 700g~1kg 구간은 4,200원에서 4,400원으로 올랐다. GS25의 반값택배도 100원 인상됐고, 일반 택배요금은 최대 200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택배 단가 정체 속에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이 비용이 결국 소비자 접점인 편의점으로 전가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소비자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나 소규모 온라인 셀러들에게는 건당 수백 원의 인상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반값택배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생활물류 비용 인상이 소비 패턴과 소형 셀러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4월> 미국 관세 충격, 태평양 항로 물류 급변
미국발 관세 폭탄이 글로벌 해상물류를 뒤흔들었다. 4월 들어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면서 아시아-북미 태평양 항로의 물동량이 급격히 출렁였다. 선사들은 임시결항을 늘렸고 화주들은 예약 취소와 선적 일정 조정에 분주해졌다.
충격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미국 최대 항만인 LA항의 5월 수입은 전년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물류 플랫폼 플렉스포트는 당시 "코로나 초기보다 빠른 속도로 선복이 회수되고 결항이 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한국 포워더와 선사들 역시 태평양 노선 스케줄 변경에 대응하느라 분주한 지난 4월 이후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물류 현장의 일상이 된 시대, 공급망 유연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5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안전 리스크 재조명
지난 5월 13일, 경기도 이천의 대형 물류창고에서 큰 불이 났다. 화재는 약 6시간 만에 초진됐지만 피해 규모는 1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소방당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한 합동감식이 진행되며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번 화재는 물류시설 안전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형 물류센터는 화재 발생 시 지역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대피, 교통 통제, 대기오염 등 복합적인 재난 상황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 사례가 있었던 만큼, 안전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물류센터 화재는 단순한 시설 피해를 넘어선다. 재고 손실, 보험 처리, 대체 출고 경로 확보 등 공급망 전체의 복원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특히 이커머스 성장으로 물류센터 규모가 대형화되는 추세에서, 화재 예방과 초기 대응 체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6월> 배달앱 수수료 논쟁 재점화, ‘자영업자 부담 vs 플랫폼 경쟁’
배달 플랫폼을 둘러싼 수수료 논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6월 19일, 배달의민족이 1만 원 이하 소액주문에 대해 중개수수료를 면제하고 배달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업계와 자영업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이번 발표는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 정책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배달앱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플랫폼들이 수수료와 배달비를 경쟁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중개수수료 면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실제 부담은 중개수수료만이 아니다. 배달비, 광고비, 프로모션 참여 비용 등 총비용을 따지면 체감 혜택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료배달 경쟁이 결국 음식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책권에서는 배달 플랫폼 상생안의 실효성과 규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플랫폼-자영업자-소비자 삼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만큼 지속가능한 배달 생태계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월> 폭염 속 택배 노동자 사망, 주7일 배송의 그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7월, 택배 노동자 사망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며 업계에 충격을 줬다. 폭염 속에서 배송 업무를 수행하던 노동자들이 온열질환 등으로 쓰러지는 사례가 보도되면서 배송 속도 경쟁의 이면에 있는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1월부터 시작된 주7일 배송 확산이 현장 노동 강도를 높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휴일 없는 배송 체계가 택배 기사들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폭염 대응을 위한 작업 중지나 충분한 휴식 시간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폭염 시 배송 시간 조정, 휴게 시설 확충, 수분 보충 지원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 마감 압박과 물량 배분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현장의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 편의를 위한 배송 서비스 고도화가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담보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물류 생태계를 위해 속도와 안전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가 업계 앞에 놓였다.
<8월> '택배 없는 날' 갈등, 쿠팡 참여 여부 논란
8월 14일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업계 갈등이 격화됐다.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이 날, 쿠팡의 참여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쿠팡 물류 노동자들은 "하루만이라도 로켓배송 주문을 자제해 달라"고 소비자들에게 호소했다. 대부분의 택배사가 휴무에 들어가는 동안 자체 물류망을 운영하는 쿠팡만 배송을 계속하면, 결국 쿠팡 노동자들만 쉬지 못하는 구조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쿠팡 측은 자체 물류 시스템의 특성상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참여하지 않는 곳이 오히려 물량을 흡수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택배 노동자의 휴식권에 공감하면서도, 급한 배송이 필요한 상황에서 선택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택배 없는 날은 휴식권과 소비자 편의, 그리고 플랫폼별 물류 체계의 차이가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줬다. 모두가 쉴 수 있는 물류 생태계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추석 앞두고 물류 시스템 마비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둔 9월 26일, 예상치 못한 사태가 터졌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주요 전산 시스템 647개가 마비된 것이다. 그 여파는 우체국 서비스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우체국 택배, 우편, 금융 서비스가 연쇄적으로 장애를 일으키면서 추석 물량 처리에 비상이 걸렸다. 명절을 앞두고 선물과 택배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에 발생한 시스템 마비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대출, 카드 결제 등 금융 서비스 장애까지 겹치며 국가적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복구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지만, 연휴 기간 완전 정상화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현대 물류 시스템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배터리 하나의 결함에서 시작된 화재가 전국적인 물류·민생 혼란으로 번진 이번 사건은, 공공 전산망의 이중화와 재난 대응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민간 물류 인프라와의 연계 방안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10월> 새벽배송 제한 논쟁 점화, 0~5시 배송 금지 제안
10월,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 지난 10월 22일 국토교통부 주관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택배노조가 0시부터 5시까지 초심야 시간대 배송을 제한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 발단이었다.
노동계의 논리는 명확하다. 새벽 시간대 배송은 노동자들의 수면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야간 노동의 유해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만큼, 최소한의 휴식 시간대는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택배업계는 "배송 구조상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벽배송은 낮 시간 부재가 많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춘 서비스이며, 물류센터 분류 작업과 배송 동선을 고려하면 특정 시간대만 배송을 멈추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반응도 엇갈렸다. 새벽배송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서비스 축소를 우려했고, 일부는 노동자 휴식권에 공감을 표했다.
새벽배송 제한 논쟁은 편의와 노동권, 산업 경쟁력이 충돌하는 복잡한 문제다. 사회적 합의 도출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며, 향후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월> 고용부, 쿠팡 물류센터 야간노동 실태점검 착수
지난 11월 28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쿠팡 물류센터를 불시 방문해 야간노동 실태를 직접 점검했다. 장관의 현장 방문 직후, 고용부는 전국 쿠팡 물류센터와 배송캠프를 대상으로 긴급 실태점검을 지시했다.
점검 항목은 장시간 야간노동, 휴게시간 보장, 건강검진 실시, 휴게공간 확보 등이다. 새벽배송 확대와 함께 물류센터 야간 근무자들의 노동 강도와 건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데 따른 조치다.
고용부는 당시 12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실태점검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점검 대상은 쿠팡뿐 아니라 대형 물류센터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시사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몰랐다. 쿠팡이 터뜨릴 거대한 대형 이슈가 바로 다음 달 일어날 것을.
<12월> 쿠팡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국내 물류가 흔들렸다
2025년 물류업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쿠팡에서 약 3,370만 개 고객 계정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사실상 전 회원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내 이커머스 역사상 최대 수준의 정보 유출 사고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이메일 주소뿐 아니라 배송지 주소록이 포함됐다. 수령인 이름, 전화번호, 상세 주소 등 민감한 배송 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간 것이다. 일부 주문 정보도 유출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배송 신뢰'의 문제로 직결된다. 배송지 정보는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고,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피싱, 스미싱 등 2차 피해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조사에 착수했고, 피해자 1,600여 명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하는 등 법적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커머스와 물류가 일상 깊숙이 들어온 시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건이다. 업계 전반의 보안 체계 점검이 시급해 보인다.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