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쏘시스템은 올해 자사 연례 커뮤니티 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3DEXPERIENCE World 이하 3DXW)’에서 지난해 대비 더욱 강화된 인공지능(AI) 기동 체계를 앞세웠다. 이 같은 기술 그 자체와 함께 사람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사 기술 생태계 내 사용자가 아이디어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실제 결과물로 끝까지 만들어 내도록 돕는 실무적인 지원 시스템을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사측은 지금까지 ‘프로젝트를 끝까지 해내는 인재’를 키우는 데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수칫 제인(Suchit JAIN) 다쏘시스템 전략 및 비즈니스 개발 부사장은 ‘AI가 사람의 창의성을 대신할 수 있느냐’는 세간의 질문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질문의 방향부터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그는 “독창적인 영감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몫이며, AI는 그 아이디어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현실이 되도록 돕는 도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새로운 생각의 '불꽃(Spark)'을 일으키는 것은 사람이며, AI는 그 불꽃이 꺼지지 않고 큰 불로 번지도록 바람을 불어넣고 화력을 조절해주는 보조 장치라는 개념이다.
인간의 불꽃을 점화하는 거시적 설계, ‘혁신의 발자국’
수칫 제인 부사장은 이러한 관점을 ‘혁신의 발자국(Innovation Footprint)’이라는 전술 체계로 정식화했다. ▲혁신 허브 ▲지역 산업 재편 ▲경진대회 ▲차세대 커뮤니티 등 네 가지 지지축을 통해 혁신이 기동하는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미국 비영리 기술 지원 기구 ‘코네티컷 첨단기술 센터(CCAT)’, 브라질의 혁신 허브 ‘CTAP’ 및 교육 기관 ‘세나이시마텍(SENAI CIMATEC)’ 등은 이 체계의 실효성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파트너다.
이 중 CCAT는 중소 제조 현장에 전주기 데이터 연결 고리인 ‘디지털 스레드(Digital Thread)’와 디지털 설계도를 뜻하는 ‘모델 기반 정의’를 이식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 기관은 매년 수천 명의 교육생에게 기술력과 함께 전문적인 규율을 전수한다. 이어 기술 교육과 대학 시스템을 통합한 세나이시마텍은 특정 조직이 아닌 제조 시장 전체의 기술 인력 공급망(Skills Pipeline)을 설계하는 중추적인 기구다.
제인 부사장은 이들이 공공·산업·교육의 결합을 통해 ‘혁신 플라이휠(Innovation Flywheel)’을 실제로 구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 플라이휠은 공공의 지원, 교육받은 인재, 산업 현장 기술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스스로 회전하는 선순환 엔진을 의미한다. 초기 가동은 어렵지만 일단 임계점을 넘으면 거대한 관성을 얻어, 별도의 동력 없이도 인재 유입과 산업 성장이 무한히 반복되는 자생적 생태계가 완성된다는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생태계의 역동성은 다쏘시스템이 주관·지원하는 글로벌 경진대회(Challenge)에서 명확히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리투아니아의 로봇 커뮤니티다. ‘리투아니아 X 로봇(Lithuania X Robotics)’는 다쏘시스템의 기술 인프라를 수혈받아 글로벌 로봇 대회인 '퍼스트 로보틱스 컴피티션(FRC)'에 도전하며 현지 인재 육성의 거점으로 거듭났다.
다쏘시스템은 이곳 아이들이 대회 순위보다 자신들도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같은 기술 지원을 통해 소위 변방 국가의 유망 인재가 스스로를 ‘엔지니어이자 메이커(Engineer & Maker)’로 자각하게 만드는 사측의 미래 인력 육성 전략이다. 여기서 사측이 내세우는 ‘메이커’라는 개념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AI·컴퓨터지원설계(CAD)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실제 결과물로 끝까지 구현해내는 실천가를 의미한다.
다쏘시스템이 직접 주관하는 인도발 디자인 공모전 ‘아크루티(AAKRUTI)’는 이러한 인재 양성 모델이 1만2000명 규모의 글로벌 운동으로 진화한 또 다른 사례다. 참가자들은 수개월 동안 현실의 난제를 직접 정의하고, 설계부터 검증까지 제품 개발의 전체 과정을 경험하며 프로젝트 완수의 근육을 키운다.


▲ 무전력 수동식 유축기를 개발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대학교(University of Johannesburg)의 'UJ Wom+n in Tech'팀이 아크루티 글로벌 디자인 경진대회(AAKRUTI Global Design Competition)에서 우승했다. 왼쪽 사진은 우승팀 일원인 레타빌 모시아(Rethabile Mosia)(좌)와 레라토 마토바코(Lerato Matobako)(우)가 우승 셀레브레이션 중인 모습. (출처 : 휴스턴(미국)=헬로티 최재규 기자)
수칫 제인 부사장은 이를 미래 인재를 배출하는 ‘혁신 파이프라인(Innovation Pipeline)’이라 정의했다. 이러한 경진대회가 일반적인 경쟁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전체 주기를 인재가 몸소 익히는 실전 훈련 시스템임을 강조했다.
‘절망의 구덩이’를 건너는 심리 전술, '메이커'의 진짜 정체성은?
이처럼 수칫 제인 부사장이 시스템·네트워크 같은 거시적인 인재 공급망 인프라를 다루는 '현장의 설계자'로 활약하고 있다. 캐나다 출신 엔지니어 겸 크리에이터 제이 보글러(Jay Vogler)는 사람들이 기술을 대할 때 느끼는 두려움을 없애도록 돕고, 도전을 유도하는 '정서적 조력자' 역할로 유명하다. 즉,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창작 문화(Soft Infra)를 전파하는 인물이다.
그는 엔지니어이자 크리에이터로서 다쏘시스템 CAD 솔루션 ‘솔리드웍스(SOLIDWORKS)’와 공고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보글러는 ‘프로젝트 사이클(Project Cycle)’이라는 개념을 통해 창작자의 심리 곡선을 분석했다.
그는 프로젝트 사이클에 대해 “설렘으로 시작해 ‘절망의 구덩이(Pit of Despair)’와 의심을 거쳐 몰입과 사후 확신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동시에 “기술적 완성도보다 중요한 것은 이 곡선을 한 번이라도 완주해 본 경험에 있다”고 단언했다.
그가 규정하는 완성이란 단순히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결론을 확정 짓고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데이터나 프로젝트가 중간에 끊기지 않고 설계 단계부터 생산·피드백까지 하나로 연결돼 완성되는 상태를 뜻하는 ‘순환 고리를 닫는 것(Closing the Loop)’이다.
그는 “이 성취를 통해 개인은 결국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는 ‘메이커’라는 정체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관점에서 이 감정 곡선은 엔지니어링 같은 공학적 업무부터 모든 예술적 활동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보글러는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구현 단계에서 마주하는 복잡함과 의심은 창작자를 좌절시키고, 많은 이들이 이 지점에서 비겁한 핑계를 찾으며 작업을 중단한다”며 “바로 이 고통스러운 구간에서 AI의 진정한 역할을 찾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사이클이 완전히 멈춰버린 정체 구간에서, AI에게 해결 방안을 요구하고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것. 그것이 보글러가 찾은 AI의 진정한 진가다. 이는 창작자가 프로젝트를 포기할 명분을 잃게 만든다. 이 관점은 AI가 주인공이 아닌, 프로젝트 사이클을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도록 만드는 조력자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론을 간접적으로 반박하는 논리다. 이는 수칫 제인이 언급한 ‘불꽃’ 이론과 맞물린다.
제이 보글러는 자신의 활동 역시, 프로젝트를 끝내는 과정을 공유하는 ‘대리 창작 경험(Proxy Making)’의 제공으로 정의한다. 꺼져가는 ‘창작의 불꽃’을 다시 지피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 설계의 난관인 ‘절망의 구덩이’를 뚫고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는 장면을 생생하게 공유하고자 한다”며 “이 짧은 ‘대리 경험’은 보는 이의 잠재된 창작 본능을 자극하는 강력한 점화 장치가 된다”고 강조했다.
보글러는 자신이 제작한 유튜브(Youtube) 콘텐츠는 꿀팁 공유가 아니라는 뜻도 전했다. 그는 그동안 회전 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바꾸는 기계 장치인 ‘캠 메커니즘(Cam Mechanism)’이나 시계 내부 시뮬레이션 ‘정교한 시계 설계’ 등을 게재해 주목받은 바 있다.
“엔지니어링이 얼마나 섹시하고 매력적인 영역인지를 전파하는 가장 강력한 창구가 된다”는 그의 발언은 이러한 숏폼(Short-form) 콘텐츠의 파급력을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 짧은 영상들은 제조 현장이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뜨리는 결정적 도구가 됐다. 실제로 다음 세대가 공학적 성취를 동경하게 만드는 풍요로운 문화적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프로젝트를 완주하는 세대’를 위한 미래 청사진
결국 수칫 제인의 하드웨어적 접근과 제이 보글러의 소프트웨어적 접근은 하나의 ‘플라이휠’ 안에서 융합된다. 이때 한 영역에서는 챌린지, 교육 프로그램, 무료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프로젝트 환경을 조성한다. 다른 한 축에서는 프로젝트 완주의 성취와 메이커의 정체성을 전파하며 참여자를 설득하는 구조다.
수칫 제인 부사장은 명확한 전략을 소개했다. 바로 진입 장벽과 기술적 마찰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오는 7월 전 세계 학생들에게 솔리드웍스의 학생용 교육 번들 ‘솔리드웍스 학생용 에디션(SOLIDWORKS Student Edition)’을 무료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혁신의 관문을 완전히 열겠다는 의지다. 이를 통해 학생이 챌린지에서 성공을 경험하고, 인증을 거쳐 시장으로 진입하는 유기적인 흐름이 완성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러한 교육 전략 위에는 피지컬 AI(Physical AI)와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실전용 기술 체계가 결합된다. 제인 부사장은 자신이 여전히 코딩하는 엔지니어라고 강조하며, 바이브 코딩의 예로 ‘스타일러(Styler)’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구글(Google)의 맞춤형 AI 애플리케이션 제작 툴 ‘제미나이 스튜디오(Gemini Studio)’에 프롬프트를 제시해 사용자 화면(UI)과 코드를 도출하고 이틀 만에 완성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수칫 제인이 강조하는 피지컬 AI는 물리 법칙 안에서만 작동하도록 실측 데이터를 학습한 엔지니어링 전용 엔진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특히 그는 이 시스템 안에서 가속기 역할을 하는 ‘서로게이트 모델(Surrogate model)’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는 며칠씩 걸리던 물리 검증을 단 몇 초 만에 끝내주는 설계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여기에 코드 한 줄 없이도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즉석에서 조립해 쓰는 바이브 코딩도 힘을 더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도구를 직접 만들어 쓸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 도구들은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끝까지 해결하려는 프로젝트 완주자들에게 추진력을 실어주는 가속 장치다. 시작만 하고 중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결과물을 손에 쥐고 프로젝트의 마침표를 찍는 메이커가 많아질수록 기술의 사회적 가치는 극대화된다는 게 제인의 주장이다.
결국 3DXW 2026은 이런 완주자들을 대량으로 육성하기 위한 글로벌 인재 전략의 쇼케이스의 기능도 했다. 사측이 내세우는 가상 환경 방법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과 AI는 그 혁신의 전략을 더 빠르고 부드럽게 가동하도록 돕는 동력 전달 장치를 담당할 예정이다.


▲ 왼쪽 사진은 조 랜스(Joe Lance) 휴스턴 지역 솔리드웍스 유저 그룹 리더(SWUGN Leader). 그는 올해 3DXW에서 다쏘시스템의 대표 솔루션 중 하나인 솔리드웍스의 엘리트 클럽 및 커뮤니티인 '솔리드웍스 챔피언스 프로그램(SOLIDWORKS Champions Program)'에서 '솔리드웍스 챔피언 오브 더 이어(SOLIDWORKS Champion of the Year)'를 수상했다. 전 세계 7백만 솔리드웍스 사용자 중, 열정·실력·커뮤니티 기여도가 높은 사용자들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됐다. (출처 : 휴스턴(미국)=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번 행사가 제시한 해법은 그동안의 방식처럼 기술 보급이라는 단편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야 함을 시사한다. 기업·학생·커뮤니티가 유기적으로 엮인 정교한 인재 파이프라인을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인력 부족과 세대교체라는 난제를 겪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제조 현장에 던지는 조언이기도 하다.
결국 다쏘시스템이 설정한 진짜 투자 대상은 기술이라는 발판을 딛고 일어나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며 끝내 실물을 만들어낼 메이커 세대의 불꽃일 것이다. 기술은 그 불꽃이 거대한 불길로 번지도록 돕는 연료일 뿐이며, 혁신의 완성은 결국 그 도구를 쥔 사람의 손끝에서 결정된다는 다쏘시스템의 철학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