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단순히 칩을 설계하고 공급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는 고객과 함께 시스템 전체를 구상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ADI가 있다. AI와 엣지 컴퓨팅이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지금, ADI는 '인텔리전트 엣지'와 '피지컬 인텔리전스'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다음 단계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유아 ADI 코리아 지사장을 만나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의 차별화 전략과 한국 시장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Q. 반도체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업의 역할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선도 기업으로서 ADI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입니까?
A. ADI는 단순히 반도체와 기술,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진정한 공동 창조(co-creation)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최근처럼 혁신 속도가 빠르고 시스템 설계가 점점 복잡해질수록, 제품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고객과 함께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ADI는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상용화 단계까지 고객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며, 이를 통해 제품 출시 시간을 단축하고 시장에서 더 큰 영향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ADI가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요소는 헬스케어, 모빌리티, 산업 자동화, 무선 통신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 걸쳐 60년 이상 축적해 온 도메인 전문성입니다. 여기에 세계적 수준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결합해,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시스템 레벨에서 고객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ADI는 점차 시스템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특히 정밀 헬스케어 구현이나 모빌리티 분야의 전동화 영역에서 고객과 함께 혁신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DI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 조직의 연장선이 되어, 고객의 성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기술 환경 속에서도 자신 있게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고자 합니다.
Q. 방금 언급하신 ‘공동 창조’라는 개념이 인상적입니다. ADI가 말하는 공동 창조는 기존의 협업 방식과 어떤 점에서 다릅니까?
A. 공동 창조는 ADI 혁신 전략의 중심에 있는 개념입니다. 단순히 제품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과 에코시스템 파트너들과 함께 고객의 니즈에 맞는 솔루션을 초기 단계부터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ADI는 이를 ‘아웃사이드-인(outside-in) 혁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먼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고객이 직면한 과제를 깊이 이해한 뒤, 고객과 함께 설계해 진정한 시스템 차원의 가치를 제공하는 솔루션을 구현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자동차, 특히 전기차(EV) 분야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ADI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이나 센서를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OEM 및 1차 협력사들과 설계 단계부터 긴밀히 협업하며 ADI의 기술을 고객 플랫폼에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고객은 차세대 전기차에서 더 높은 안전성, 효율성, 성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공동 창조는 ADI가 변화하는 요구에 더욱 민첩하게 대응하고, 기존의 고객-공급사 관계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ADI는 보다 협업적이고 민첩한 방식으로 다양한 산업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Q.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시장 대응 전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스타트업부터 대형 OEM까지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ADI는 어떻게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A. 현재 반도체 시장의 수요는 매우 다양합니다. 스타트업부터 대형 OEM까지, 그리고 한국처럼 빠르게 혁신이 이뤄지는 시장까지 다양한 주체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ADI는 이러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단순한 공급자 역할을 넘어, 고객과 함께 시스템 아키텍처를 논의하고 고객의 비전을 함께 확장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각 산업과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깊은 도메인 전문성이 있습니다. ADI는 생물학, 화학과 같은 기초 과학부터 자동차, 에너지 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역에 대한 이해를 갖추고 있어,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산업별 요구 사항에 특화된 솔루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또한 ADI는 반도체 공급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기반 혁신과 애플리케이션 수준의 지원, 장기적인 설계 협업을 통해 확장 가능한 시스템 아키텍처와 엔터프라이즈급 신뢰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 창조 접근 방식을 바탕으로, ADI는 혁신을 이끄는 스타트업과 업계 선도 대기업 모두에게 신뢰받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Q. 글로벌 전략 차원에서 볼 때, 한국 시장은 ADI에게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습니까?
A. 한국은 단순한 하나의 시장을 넘어, ADI의 혁신과 에코시스템 구축이라는 장기적인 글로벌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DI 한국 지사는 1989년 설립 이후 35년 이상 한국 기업들의 혁신과 성장을 지원해 왔으며, 이를 통해 ADI와 한국 시장 모두에게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왔습니다.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 과정에서의 협력, 현대자동차와 10년 이상 이어져 온 협력 관계를 통해 노면 소음 저감 기술인 RANC(road-noise active noise control)를 공동 개발한 사례는 이러한 파트너십을 잘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 공정을 혁신하는 데 필요한 계측 장비용 솔루션이나, OEM들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개발을 위한 솔루션 제공을 통해 관련 에코시스템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ADI는 한국 기업들의 창의성과 엔지니어링 역량에 ADI의 시스템 레벨 혁신 역량과 도메인 전문성을 결합해, 한국이 글로벌 전자 산업 혁신에 더욱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AI와 엣지 컴퓨팅이 산업 전반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DI가 말하는 ‘인텔리전트 엣지’의 핵심 가치는 무엇입니까?
A. ADI는 인텔리전트 엣지를 혁신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촉매로 보고 있습니다. 핵심은 데이터가 생성되는 현장에서 바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의미 있는 판단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ADI는 정밀 센싱, 엣지에 최적화된 컴퓨팅, 첨단 알고리즘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ADI의 기술은 산업 자동화,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정밀 센싱, 연결성, 전원 관리 기술을 통해 ADAS 고도화, 차량 내 사용자 경험 개선,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임상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에 대한 핵심 정보를 생성하고, 보다 활용하기 쉬운 의료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ADI의 경쟁력은 반도체와 신호 체인부터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엣지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보다 지능적이고 적응력 있는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Q. AI가 엣지로 확장되면서 에너지 소비와 지연, 메모리 병목과 같은 현실적인 한계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ADI는 이러한 과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A. ADI 역시 이러한 과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디지털 AI 아키텍처는 에너지 소비, 지연, 메모리 병목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특히 실시간 반응성과 전력 효율이 중요한 엣지 환경에서는 더욱 큰 과제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ADI는 2026년을 전후해 아날로그 AI 컴퓨팅이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날로그 AI 컴퓨팅이 확장성과 정밀도 측면의 한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센싱과 컴퓨팅 기판의 물리학적 원리를 활용해 에너지를 직접 AI 추론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는 센싱과 연산을 분리한 기존 디지털 방식과는 다른 접근입니다. 아날로그 AI는 센싱과 연산을 하나의 통합 프레임워크로 결합해, 센서 단계부터 AI 지능이 시작되도록 합니다.
ADI는 이러한 아날로그 AI 기술이 2026년 말부터 초기 도입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로보틱스, 웨어러블, 자율형 시스템 분야에서 먼저 적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이러한 흐름을 종합해 볼 때, ADI가 그리고 있는 AI와 엣지 기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입니까?
A.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대규모 비전 모델(LVM)의 성공 이후, AI 기술은 진동, 소리, 자기장, 모션 등 실제 세계를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로부터 학습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ADI는 이를 ‘피지털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 PI)’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PI의 핵심은 지능의 중심이 중앙 데이터센터에서 엣지로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로컬의 물리적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중앙 서버에 의존하지 않는 보다 자율적이고 유연한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엣지 AI의 다음 단계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입니다. 이는 단순히 예측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앞으로는 디지털 트윈이 이러한 변화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 공장 환경에서는 현재 예측 정비(PdM)를 통해 운영자가 사전에 대응하지만, 향후에는 에이전틱 AI가 운영자 개입 없이도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조치를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ADI는 센서에서부터 추론에 이르는 전 과정을 연결함으로써, 고객이 이러한 미래형 시스템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