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아셈타워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확산 국면에서 데이터와 인프라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기술 전략을 공유했다. 이번 간담회에서는 ‘AI를 데이터로 가져온다(Bring AI to Data)’는 핵심 기조 아래, 데이터베이스 중심의 AI 아키텍처와 이를 뒷받침하는 차세대 클라우드 인프라 전략이 단계적으로 제시됐다. 발표는 데이터·AI 전략, 인프라 아키텍처, 데이터 플랫폼, 실제 데모 순으로 이어지며 오라클의 기술 방향성을 구체화했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나정옥 한국오라클 부사장은 AI 혁신의 출발점을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규정했다. 오라클은 생성형 AI 기능을 외부 시스템이 아닌 데이터베이스 내부로 통합해 기존에 기업이 축적해 온 데이터 자산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데이터 보안과 거버넌스를 유지한 상태에서 AI를 도입할 수 있으며 데이터 이동이나 복제 없이 AI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혁신의 중심에는 기업이 보유한 비공개 데이터가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위치한 곳에서 AI가 작동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장진호 한국오라클 상무의 발표는 이러한 데이터 중심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아키텍처에 초점을 맞췄다. 오라클은 OCI(Oracle Cloud Infrastructure)의 근간을 이루는 Gen2 클라우드 설계를 한 단계 확장한 ‘액셀러론(Acceleron)’ 아키텍처를 공개하며 성능·보안·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구조를 설명했다. 액셀러론은 베어메탈 기반 설계를 유지하면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 계층을 재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단일 장애점을 제거한 다중 플레인 네트워크, I/O 가속과 보안 격리를 동시에 구현한 융합형 NIC, 제로 트러스트 패킷 라우팅 구조를 통해 대규모 AI·HPC 워크로드 환경에서도 일관된 성능과 보안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장 상무는 대규모 AI 워크로드 사례를 통해 액셀러론 아키텍처의 설계 배경을 설명했다. AI 학습과 추론이 동시에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초고속 처리량과 초저지연 네트워크가 필수이며 이를 위해 네트워크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했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이러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제타스케일 슈퍼클러스터를 구성하고 대규모 GPU 환경에서도 성능 SLA와 동일한 가격 체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멀티클라우드 전략도 함께 제시됐다. 오라클은 유니버설 크레딧을 통해 하나의 계약과 동일한 가격 체계로 다양한 클라우드 환경에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객 데이터센터 내부에 소규모 랙 구성만으로 클라우드 기능을 제공하는 전용 리전25(Dedicated Region 25)를 통해 데이터 레지던시와 규제 대응 유연성을 확보했다. 인프라 계층에서의 일관성이 상위 AI·데이터 서비스의 안정성을 좌우한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대목이다.
세 번째 발표를 맡은 조경진 한국오라클 상무는 ‘데이터를 위한 AI(AI for Data)’ 개념을 중심으로 데이터 플랫폼 전략을 설명했다. AI 프로젝트가 단편화되거나 확장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으로 데이터 분산과 보안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융합형 데이터베이스(converged database)’를 제시했다. 오라클은 관계형 데이터뿐 아니라 JSON, 그래프, 벡터, 공간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 타입을 하나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해 데이터 단절을 최소화했다.
이 전략의 핵심 결과물이 ‘오라클 AI 데이터베이스 26ai’다. 데이터베이스 자체에 AI 기능을 내장해 자연어 질의, 벡터 검색, 의미 기반 검색을 지원하며 기존 SQL 환경에서 AI 기능을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조 상무는 벡터 검색을 활용한 의미 검색 사례를 통해 키워드 일치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사용자의 의도와 맥락을 반영한 데이터 조회가 가능해진 점을 설명했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를 넘어 레이크하우스와 데이터 플랫폼 영역으로 전략을 확장하고 있다. 오픈 테이블 포맷을 기반으로 외부 데이터 소스와 연계하면서도 데이터 이동 없이 AI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메달리온 아키텍처 기반의 AI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수집·정제·분석·AI 에이전트 개발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했다. 다양한 프런티어 LLM과의 연계도 지원해 특정 모델에 종속되지 않는 구조를 지향한다.
마지막 데모 세션에서는 김태완 한국오라클 상무가 오라클 AI 데이터베이스 26ai의 자연어 질의 기능 ‘셀렉트 AI(Select AI)’를 중심으로 실제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사용자는 별도의 복잡한 파이프라인 구성 없이 자연어로 질문을 입력하면 데이터베이스 내부에서 테이블 선택, 메타데이터 참조, 쿼리 생성과 실행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 전반이 데이터베이스 내부 정책과 보안 규칙을 따르도록 설계돼 데이터 접근 통제와 보안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AI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오라클은 AI를 위한 데이터 전략과 이를 지탱하는 인프라, 플랫폼, 실제 구현 방식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제시했다. AI 도입을 위한 기술 요소를 분산시키지 않고 데이터베이스와 인프라 중심으로 통합함으로써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요구되는 신뢰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