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뉴튠, 국악 1천 곡·7천 개 음원을 AI 학습 구조로 재정비
·뉴튠, 장단·조성·정서 표준화 등 국악 전용 AI 엔지니어링 기술 공개
·국악의 AI 기반 창작 생태계 구축과 한국 전통 장르의 디지털 확장 제시
AI 기술이 예술 전반을 뒤흔드는 흐름 속에서 국악이 새로운 해석의 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전통음악은 감각적 전승과 실연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으나 초거대 AI 시대에는 구조적 분석과 디지털 작곡이 가능해지며 창작 생태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지난 9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AI, 국악을 만나다! 국악합주곡 디지털 음원 데이터 구축 성과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번 성과보고회는 그 변화의 중심에 뉴튠이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선보이는 동시에 국악이 AI 기술과 만났을 때 어떤 새로운 산업적 가능성이 열리는지 기술적으로 구체화된 자리였다.
국립국악원과 뉴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추진한 2025 초거대 AI 확산 생태계 조성사업을 통해 1천 곡의 합주곡과 7천 개 이상의 단일 국악기 음원을 구축했다. 뉴튠은 이를 기반으로 AI 국악 작곡 시스템 국립국악원×믹스오디오를 개발했다. 이종필 뉴튠 대표는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한 에이전트 기반 국악 생성 기술은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도구를 제공하고 국악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과 보고회에서 김원일 뉴튠 뮤직리서치팀 헤드는 먼저 국악 데이터의 난제를 짚었다. 국악은 평균율 기반 구조를 따르는 서양 음악과 달리 미분음, 비정형 장단, 유동적 템포 등으로 구성돼 있어 기존 AI 모델은 이를 정확히 학습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악은 서양 음악 체계에 그대로 대입하면 학습에 오류가 발생한다”고 설명하며 데이터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했던 이유를 밝혔다.
뉴튠은 먼저 장단을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수치 기반으로 재정의했다. 굿거리, 휘모리처럼 서양 박자표로 단순 변환 가능한 장단뿐 아니라 엄모리처럼 3·2·3·2 구조처럼 변칙적인 장단까지 절대 길이에 기반한 타임 시그니처로 표준화했다. 템포 역시 악보 출처별로 달랐던 박자 단위를 일관화하기 위해 박자표의 분모를 기준으로 BPM을 정의하는 방식으로 통일했다. 김 헤드는 “일반 연주자에게 낯선 수치가 될 수 있지만 AI 학습에는 명확성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성 또한 복잡한 과제였다. 국악의 평조·계면조는 서양의 장조·단조 체계와 일치하지 않아 단순 치환 시 음색·정서가 손상되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뉴튠은 국악 고유의 조성을 우선 표기하되, 학습 모델의 통합을 위해 서양 조성을 참조 레이어로 함께 기입하는 방식의 이중 구조를 도입했다. 정서를 태깅하는 문제에서도 뉴튠은 서양 중심의 감정 어휘 체계가 국악의 ‘한’, ‘신명’과 같은 정서를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어 원어 기반의 고유 감정 레이블을 추가했다. 특히 최소 5명 이상이 참여하는 집단지성 기반 태깅을 통해 감정의 강도와 선택 비율을 함께 기록하는 방식을 적용해 국악 특유의 복합 정서를 모델이 수치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했다.
녹음·정제 과정에서도 뉴튠의 공정 표준화 작업이 강조됐다. 국악기의 특성을 고려해 48kHz, 24bit 기준을 유지하고 악기별 거리·각도·배치에 대한 마이킹 규칙을 고정해 음색 편차를 최소화했다. 또한 국악기 녹음은 동적 변화폭이 크기 때문에 상업 음반과 달리 과도한 컴프레션이나 착색을 배제하고 국제 표준 라우드니스 기준을 적용해 AI 학습 편향을 방지했다. 튜닝 역시 국악의 시김새를 손상하지 않기 위해 ‘소프트 튜닝’ 원칙을 적용했다. 그는 “펀더멘탈 음정만 평균율에 맞추고 농현·추성·퇴성 같은 시김새는 최대한 건드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표준화는 단순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 국악 데이터의 학습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기반이 됐다. 김 헤드는 “이번 연구는 국악의 고유성을 보존하면서도 AI가 이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정리했다. 결과적으로 뉴튠은 국악의 구조적 특징을 세밀하게 분석해 AI 모델이 학습 가능한 단위로 변환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했고 이번 사업의 기술적 중심축을 형성했다.
시연 무대에서는 국악 합주 데이터로 생성된 AI DJ 무대와 리퀴드 사운드의 재창작 공연이 이어졌다. 국립국악원은 “오늘 선보이는 음악은 모두 이번 학습용 데이터로 창작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장단이 EDM적 리듬이나 시각 생성 AI와 결합하며 재해석되는 장면은 국악의 미래 산업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성과보고회는 국악과 AI의 조우가 단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새로운 생태계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방대한 국악 데이터와 메타데이터는 교육, 공연, 영화, 게임, 메타버스 등 산업 전반에 적용될 기반이 된다. 뉴튠이 주도한 기술 표준 구축은 한국적 음악이 글로벌 AI 창작 시장에서 독립적 가치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국악이 AI 시대에 문화 자산으로 확장되기 위해 필요한 체계적 기술 기반의 구축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