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담론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2025년을 기점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보를 기업에 공개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며,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는 한반도 산업사회 전체의 구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특히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에게 ESG 진단과 평가 참여는 미룰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 그 중에서 내수형 중소기업 CEO들의 ESG 상황 인식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알고는 있지만 급박한 경영 현실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2035년 정부의 탄소 감축 목표: 넷제로 여정의 중간 지점
환경부는 2035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배출량 대비 감축률 기준으로 48%, 53%, 61%, 65~67% 안을 복수로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전력 부문에서는 2018년 대비 68~79% 감축 수준의 시나리오도 제시되었다. 정부는 9~10월 중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11월 중 최종안을 유엔(UNFCCC)에 제출할 계획이다.
산업계의 감축 비중은 다소 보수적 수준으로 설정되고 있다. 산업 부문 NDC 안에서는 2018년 대비 최소 21%에서 최대 30% 이상 감축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이는 국가 전체 감축률과 비교하면 산업 부문에 상대적으로 완만한 부담을 지우는 선택지이지만, 반대로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 수 있다.
이러한 감축 목표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전력 전환, 설비 개조, 청정 기술 투자, 효율 혁신, 수소 전환, 배출권 거래 연계 등 복합 전략을 요구하는 ‘뉴노말’ 선언이다. 다가오는 2035년은 중간 단계가 아닌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내수 중소기업의 ESG 무관심: 지금은 유예기가 아니다
대기업 중심의 ESG 도입은 이미 일반화된 흐름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ESG 수준을 기업 평가의 핵심 잣대로 삼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들은 공급망에 속한 협력사들에게도 동일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국내 내수 중심 중소기업 다수는 아직 ESG를 ‘선택 사항’ 혹은 ‘비용 부담’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생존 중심의 경영 구조로 인한 비용 압박, 전문 인력 및 ESG 경험의 부족, 내수 시장 중심으로 해외 규제 압박이 약하다는 인식, 그리고 정보 비대칭과 제도 변화에 대한 감지력 부족 등이 주요 요인이다.
그러나 무관심은 곧 리스크다. ESG 공시 제도가 본격화되면 금융 접근성, 조달 경쟁력, 입찰 참여, 거래처 평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이미 일부 금융기관은 대출 심사에 ESG 리스크 요소를 반영하고 있으며, 공공조달 시장이나 공기업 입찰에서도 ESG 평가 항목의 비중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결국 내수 중소기업이라도 ESG에 대비하지 않으면 ‘탈락의 문턱’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ESG 공시의무 일정: 확정은 없지만 시장 흐름은 가속
현재까지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정한 ESG 공시 의무 시점은 없다. 금융위원회 역시 “아직 확정된 일정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다. 다만, 여러 기구와 업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정을 가정하거나 제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일부 언론은 과거 금융위원회의 로드맵을 근거로 2025년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ESG 공시를 시작하고,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실제 시행 시점은 조정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요컨대 지금은 ‘시행 시점’이 확정되지 않은 유예기이지만, 시장과 제도 흐름은 거의 기울었다. 기업이 불확실성을 이유로 준비 시점을 늦춘다면, 향후 훨씬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ESG 진단·평가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
이제 ESG 진단과 외부 평가 참여는 단순한 ‘관리 리스크’ 차원을 넘어 기업 경쟁력의 요체가 되고 있기 때문에 내수형 중소기업도 이제는 사고의 틀을 바꾸어야 할 때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기관은 ESG 리스크를 대출 및 투자 심사에 반영하고 있다. 환경이나 사회 문제를 내포한 기업은 신용 리스크 상승 요인으로 분류될 수 있다.
둘째, 공공조달 시장과 공기업 발주 사업 등에서는 입찰 평가에 ESG 요소를 반영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또한 대기업이 납품기업의 ESG 점수를 평가하는 사례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셋째, ESG는 기업 브랜드 가치와 신뢰 구축의 중요한 수단이다. ESG 경영 수준은 고객, 투자자, 인지도 측면에서 무형의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
ESG 전문가로서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내수형 중소기업의 CEO와 실무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언한다.
첫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사전 진단에 참여하여 자사의 현황과 강·약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길 권한다.
둘째, 단기(데이터 수집, 내부 절차 정비), 중기(정책 수립 및 인증 준비), 장기(시설 투자 및 기술 전환) 전략을 구분하여 단계별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정부·지자체·업종 단체 지원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중소기업 대상 ESG 지원 재원, 보조금, 컨설팅 사업, 공동 플랫폼 사업 등을 적극 활용하면 무료로 ESG 진단을 받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며, 평가 결과가 우수할 경우 EcoVadis,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등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또한 EcoVadis, KCGS 등 평가 제도에 참여해 받은 피드백을 경영전략 개선에 반영함으로써 기업 효율화를 도모할 수 있다.
넷째,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사회·윤리 지표 등 ESG 데이터를 일관성 있게 기록·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ESG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업 문화의 일부로 내재화할 때 진정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초기에는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등 어려움이 따르지만, 결국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길이다.
결론: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되었다
2035년 감축 목표는 한 편의 장밋빛 선언이 아니다. 이는 한국 기업 체질 전체를 바꾸자는 명령이며, 특히 내수 중심 중소기업에게는 지금이 ‘ESG 전환의 분수령’이다.
공시의무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해서 손을 놓아 둘 수 없다. 경쟁 기업은 이미 내부 준비를 시작했으며, 시장 압력은 현실화하고 있다. “ESG는 내수형 중소기업에게는 아직 먼 얘기” 라는 인식은 사실상 생존 리스크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ESG 진단과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한국 산업사회 전반에 불어 닥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바람에 대비해서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고, 생존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방어막을 준비해야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