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메모리 시대에 걸맞은 협력 모델 고도화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 이어져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확산 속 반도체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와의 상생 전략을 한층 강화한다.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에서 열린 '2025년 동반성장협의회 정기총회'를 통해 협력사 92개사와 함께 향후 공동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동반성장협의회는 2001년부터 SK하이닉스가 주도해 온 협의체로, 매년 정기총회를 통해 시장 전망과 협업 방안을 공유해왔다. 올해는 소재, 부품, 장비, 인프라 등 분과별로 공동 핵심 과제를 설정하고, AI 메모리 시대에 걸맞은 협력 모델 고도화가 주요 논의 주제였다.
이번 총회에서는 협력사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소개됐다. 특히 올해 착공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트리니티 팹'은 SK하이닉스 상생 전략의 핵심 인프라로 부각됐다. 트리니티 팹은 실제 양산라인과 동일한 환경의 12인치 웨이퍼 기반 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협력사들이 자사 기술의 실증 테스트를 통해 양산성까지 검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비영리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돼 협력사뿐 아니라 스타트업, 연구기관, 학계 등 다양한 주체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SK하이닉스는 기술혁신기업 지원, 패턴웨이퍼 제공, 저금리 상생펀드 확대 등 협력사의 연구개발과 경영안정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정기총회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고,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환경 속에서 이뤄졌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메모리 혁신의 배경에도 SK하이닉스와 협력사 간 긴밀한 기술 협력이 있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황철주 동반성장협의회장은 "HBM 같은 혁신은 신뢰와 상호 협력의 결과"라며, 앞으로도 공동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원청-협력사 관계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동반자로서 협력사를 포지셔닝하려는 SK하이닉스 전략을 보여준다.
최근 반도체 산업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대규모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단순한 공급망 안정화를 넘어,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을 통해 제품 경쟁력과 기술 내재화를 동시에 강화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트리니티 팹 같은 개방형 플랫폼 구축, 기술 인프라 지원 확대는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가 협력 생태계 기반에서 글로벌 시장 리더십을 지속하기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이번 동반성장협의회 총회는 SK하이닉스가 AI 시대에 단순한 상생을 넘어 '공동 혁신'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신호를 분명히 했다. 기술 고도화,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사와의 연대는 전략적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기술 투자 부담 증가 등은 여전히 협력사의 부담 요인이다. SK하이닉스가 선언한 '원팀 파트너십'이 단순한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트리니티 팹 운영과 상생 프로그램 확산 성과에 달려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