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음악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글로벌 AI 음악 서비스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음원을 쏟아내고 일상의 플레이리스트에도 AI 음악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에 반해 정작 그 음악을 만든 창작자에게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 아무도 내놓지 못했다. AI는 음악을 인간이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참조하고 재조합하지만 기존 산업의 정산 시스템은 여전히 월간 보고와 사후 분석에 머물러 있다. 이 간극을 정면으로 파고드는 스타트업이 있다. AI 음악 인프라 기업 뉴튠(Neutune)이다. 이종필 뉴튠 대표는 “AI 음악을 막을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추적하고 정산 가능한 경제로 편입시킬 것인가”가 지금 이 시대의 음악 시장에 진짜 필요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그가 꿈꾸는 것은 단순한 AI 음악 서비스가 아니다. 음악 산업 전체에 새로운 레일을 까는 인프라, 그것이 뉴튠이 2026년 내건 선언이다.
생성이 아닌 유통, 품질이 아닌 추적 가능성—”뉴튠이 만드는 건 더 좋은 음악이 아니라 더 공정한 시스템”
뉴튠은 스스로를 ‘AI 음악 생성 기업’이 아닌 ‘음악 AI 인프라 기업’으로 정의한다. 이 대표는 이 차이를 명확히 했다. “많은 음악 테크 기업은 특정 기능을 하는 모델을 만들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집중합니다. 반면 뉴튠은 처음부터 AI가 음악을 사용하는 순간에 어트리뷰션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그 결과가 라이선스와 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레일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능의 차이가 아니라 시스템의 차이입니다.”
그 레일의 핵심 기술은 ‘생성 시점 기여도 산정’, 즉 어트리뷰션(Attribution)이다. 기존 방식은 이미 만들어진 결과물을 사후에 분석해 유사성을 추정하는 방식이었다. 뉴튠은 여기서 출발점 자체를 바꿨다. 음악이 생성되는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구성요소가 사용됐는지를 그 순간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추정이 아니라 기록이 남고, 분쟁이 아니라 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뉴튠의 목표다. 이를 통해 창작자는 자신의 음악이 AI 생성에 사용된 즉시 실시간으로 정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사후 보고와 월간 정산에 머물러 있는 기존 스트리밍 구조와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다.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스트리밍에서 AI로—”패러다임이 바뀔 때마다 레일도 새로 깔린다”
뉴튠의 기술적 핵심은 음악의 ‘블록화’다. 사람은 음악을 한 곡으로 인식하지만, AI는 음악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이해하고 다시 섞는다. 뉴튠은 이 조각의 단위를 ‘기술적으로 가능한 단위’이면서 동시에 ‘저작권적으로 의미 있는 단위’로 정의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 대표는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게임 음악처럼 구조적으로 잘 설계된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모티프, 스템, 프레이즈, 섹션 같은 구조 단위, 대략 8~16마디 수준을 중심으로 이를 참조하고 조합하며 생성하는 엔진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창작자 입장에서 ‘분절’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창작자는 여전히 곡 단위로 정산을 이해해도 됩니다. 뒤에서 세밀하게 쪼개 추적한 결과는 결국 내가 등록한 곡 단위로 통합돼 들어옵니다”고 답했다. 더 나아가 뉴튠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블록이 학습에만 쓰일지, 마이크로페이먼트 기반 이용에 허용될지, 혹은 자신의 음악 기반 AI 생성물에만 한정될지 세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 정도 수준의 세밀한 라이선스 관리가 글로벌 메이저 레이블과의 협의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조건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통성을 해치지 않고 확장한다—“국악이 AI를 만났을 때 뉴튠이 지킨 단 두 가지 원칙”
뉴튠은 국립국악원, 한국문화정보원과 손잡고 대규모 국악 AI 학습 데이터를 구축해 지난 CES 2026 무대에서 선보였다. 전통 예술과 최첨단 기술의 조합이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이 프로젝트에서 뉴튠이 고수한 원칙이 흥미롭다. “국악 연주자들에게 딱 두 가지만 지켜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음정과 박자입니다.” 국악은 즉흥성이 강해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마다, 흥에 따라 박자가 자유롭게 달라진다. 그러나 AI 학습용 데이터로 활용하고 다른 창작자들이 함께 섞어 쓸 수 있으려면 이 두 가지는 기준이 돼야 했다. “스타일 자체는 AI가 학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박자와 음정이 무너지면 안 됩니다” 국악 연주자마다 전수받은 스타일이 다르고 같은 곡이라도 해석이 제각각인 것은 오히려 AI가 학습해야 할 데이터의 풍부함이 된다. 반면 음정과 박자가 제각각이면 다른 음악과 매칭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0과 1이 맞아야 그 위에서 스타일 구현이 가능한 것처럼, 이 두 가지는 AI가 국악을 읽기 위한 최소한의 공통 언어였던 셈이다.
그는 정통성과 확산이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봤다. “정통성을 충분히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표준화와 확산을 통해 더 많은 접점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케이팝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이 넓어진 것처럼 국악도 그런 경로를 걸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2026년 2분기 출시 예정인 에이전트형 AI 리믹스 서비스 '믹스오디오(MixAudio)'는 K-팝, 국악, EDM을 중심으로 한국 음악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을 직접 실험하는 장이 될 것이다.
이용이 폭증할수록 창작자는 더 빈곤해진다—“제번스 패러독스가 음악 산업을 덮치기 전에”
이 대표는 ‘새로운 경제 모델’과 ‘제번스 패러독스(Jevons Paradox)’ 두 가지 키워드로 뉴튠의 비전을 설명한다. ‘제번스 패러독스’란 어떤 자원의 사용 효율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그 자원의 총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경제학 개념이다. 19세기 증기기관의 연료 효율이 개선되자 석탄 소비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폭증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용이 낮아지면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이 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 역설은 지금 AI 음악 산업에 그대로 적용된다. AI 음악 생성 기술이 발전할수록 음악을 만들고 활용하는 비용은 낮아지고, 낮아진 비용만큼 AI가 음악을 참조하고 재조합하는 빈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용량이 폭증해도 추적 가능한 정산 시스템이 없다면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벌어진다. 이 대표는 “유통 정산 시스템 없이 AI 음악 트래픽이 폭발하면 나중에 다 볼멘소리만 하는 모래성이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 구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짚었다. 클레이(Klay), 유디오(Udio) 등이 유사한 방향을 추구하지만, 음악을 블록 단위까지 세밀하게 쪼개 정산하는 시스템을 추구하는 곳은 뉴튠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또한 C2PA(디지털 콘텐츠 출처 협의체) 가입, DDEX, RIAA, WIPO AIII TEN 등 글로벌 표준기구와의 협력도 이 맥락에서 이해된다. “AI 생성 패권은 이미 해외 기업들에 많이 넘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유통·정산의 표준만큼은 한국에서 만든 기술이 글로벌 기준이 되는 것, 그게 뉴튠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만든다”
끝으로, 이 대표에게 AI 시대에 창작자와 산업 모두에게 가장 중요해질 가치를 물었다. “오리지널리티입니다.” 그의 답은 단호했다. AI는 사용자가 어떤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그 도구를 쥔 사람의 내공이 결과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린다. 음악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악보와 미디 중심의 교육에 새로운 카테고리가 추가되는 것입니다. 레거시 영역을 없애는 게 아니라, 비중을 조정하고 새로운 컨테이너를 함께 배우는 방향으로요.”
뉴튠이 완성된 인프라를 세상에 내보이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 대표는 ‘5년’을 목표로 잡고 있다. 스트리밍이 산업의 기본값이 되는 데 10년이 걸렸다면, 기술과 제도 논의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맞물리고 있는 지금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소리바다 시절 불법 다운로드의 혼돈이 스트리밍으로 수렴됐듯, AI 음악의 혼돈도 언젠가 투명한 정산 위에 안착할 것이다. 뉴튠은 그 레일이 2030년까지 깔리기를, 그리고 그 레일에 자신들의 이름이 새겨지기를 바라고 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