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가 북미 시장용 새 지프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도요타, 보쉬 등 주요 부품업체의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극 도입해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스텔란티스가 최근 출시한 지프 체로키에 도요타가 지원하는 업체 블루 넥서스(Blue Nexus)의 시스템을 적용하고, 곧 출시될 연장 주행 전기차(EREV)에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Bosch)의 핵심 기술을 활용한다고 3월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북미 시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지프 하이브리드 SUV인 최신 체로키에 블루 넥서스의 2모터 전동 무단 변속 하이브리드 트랜스미션을 적용했다. 향후 출시 예정인 지프 그랜드 왜고니어 EREV에도 보쉬의 주요 기술을 탑재하며, 이 EREV 시스템은 램(Ram) 픽업트럭에도 확대 적용될 계획이다.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업체로부터 각종 부품을 공급받는 것은 흔하지만, 도요타처럼 경쟁사가 선도한 핵심 시스템이나 기술을 통째로 도입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드문 사례라고 CNBC는 전했다. 스텔란티스의 이번 행보는 완전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로 시장 흐름이 이동하는 가운데, 보다 적은 자본으로 하이브리드 차종을 신속히 시장에 내놓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그간 전기차(EV) 개발과 자체 기술 생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가 상당한 손실을 본 상황이다. CNBC는 이미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이 때문에 연비 개선과 소비자 수요 대응 수단으로 하이브리드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프 브랜드 운영 담당 수석 부사장 리처드 콕스(Richard Cox)는 2026년형 체로키 미디어 행사에서 CNBC에 “전기차 전환 추세는 상당히 평탄한 반면, 하이브리드 추세는 확실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번 결정은 올바른 방향으로의 큰 움직임이었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와 관련 부품업체들은 이 같은 제휴 관계에 대해 공식 언급을 거부했지만, 회사 내부 사정에 정통하나 대외 발언 권한이 없는 복수의 소식통이 CNBC에 파트너십의 세부 내용을 확인해줬다. 이들에 따르면 체로키와 EREV 차량에 들어가는 두 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작동 방식이 서로 다르다.
체로키는 도요타 프리우스(Prius)를 포함한 여러 도요타 모델과 유사한 전통적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반면 출시 예정인 EREV는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는 완전 전기차처럼 주행하다가, 이후 내연기관이 발전기 역할을 하며 전기 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이다.
EREV 구조에서는 엔진이 직접 바퀴를 구동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 모터를 구동하기 위한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두 시스템 모두 스텔란티스의 엔진을 사용하며, 회사의 기준과 주행 특성에 맞도록 통합 설계됐다고 스텔란티스 측 소식통 두 명이 CNBC에 설명했다.
두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비를 크게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체로키는 복합 연비 37마일/갤런(mpg)을 달성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비플러그인 지프 중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 이는 지프가 그동안 내세운 오프로드 성능 중심 이미지에 연비 경쟁력을 더하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S&P Global Mobility) 미주 경량차 파워트레인 전망 담당 부국장 에릭 앤더슨(Eric Anderson)은 CNBC에 “소비자들은 연비 개선, 다양한 차급과 차종 선택지,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풀 하이브리드 전기차(FHEV) 기술을 수용해 왔다”고 말했다.
CNBC는 최근 몇 년간 스텔란티스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이 연비 규제 대응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기차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현재는 상당수 업체가 투자 속도를 늦추고 하이브리드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전기차 계획과 관련해 260억 달러 규모의 손실 처리(충당금)를 공시했다.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비슷한 조정을 발표했다. 포드 모터(Ford Motor)는 전기차 계획 축소에 따라 195억 달러 규모의 특별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고,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는 전기차 전략 변경으로 76억 달러의 손실을 반영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스텔란티스는 램 1500 연장 주행 하이브리드 픽업트럭을 2026년 초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CNBC에 따르면 이 차량은 내연기관과 배터리 전원을 합쳐 최대 690마일의 총 주행거리를 제공하며, 이는 회사가 지금까지 출시한 경량 픽업트럭 가운데 가장 긴 주행거리이다.
보쉬 북미 파워 솔루션 부문 사장 피터 태드로스(Peter Tadros)는 CNBC에,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서 방향을 틀어 검증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파트너를 통해 신차를 빠르게 출시하려 하면서 보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태드로스 사장은 “이 시스템들에 대한 관심이 분명히 매우 크다”고 말했다.
태드로스 사장은 “지난 몇 년간 규제나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하이브리드 판매가 꾸준히 증가해 왔다는 점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판매는 일관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정 정책 변화와 무관하게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CNBC는 전했다.
하이브리드 시장 성장의 배경에는 도요타가 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비중은 2023년 7.3%에서 지난해 12.6%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완전 전기차 판매 비중은 7.5%에서 8%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올해 미국 신차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18.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완전 전기차 비중은 7.1%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태드로스 사장은 스텔란티스와의 관계에 대해 회사 방침을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보쉬가 신차와 신제품 출시를 위해 완성차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