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네트웍스 ‘이노베이션 센터’, 한국형 스마트물류의 실험장 되다
‘빠르고 정확한 물류’가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된 지금, 스마트와 자동화를 무기로 한 최첨단 물류센터는 치열한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핵심 키’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 여주 한 편에 ‘스마트 물류’가 총집결된 최첨단 물류센터와 이를 집약적으로 볼 수 있는 한국네트웍스의 이노베이션 센터가 문을 열였다.
이곳은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여주남로 536, 본두리 물류센터 내부에 위치한 ‘한국네트웍스 이노베이션 센터’다.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우리가 아는 흔한 물류센터가 아니었다. 마치 강남 한복판에서 본 듯한 건물 입구를 지나면 물류 자동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스마트물류 솔루션을 한데 모아 놓은 데모룸과 함께 물류센터 전체를 관제할 수 있는 대시보드룸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공간의 주인공인 한국네트웍스는 한국앤컴퍼니의 IT·설비 전문기업으로, 20여 년간 제조·유통·물류 현장에 자동화와 시스템 통합을 수행해왔다. 한국네트웍스가 머스크(Maersk), 현대오토에버, 긱플러스 등 4개사와 함께 조성한 이곳은 물류 R&D, 시연, 고객 체험, 기술 검증을 한자리에서 진행하는 복합 플랫폼이다.
물류센터는 대지면적 6만5천㎡ 규모로 한국네트웍스 이노베이션 센터만을 보면 내부 전용 면적은 약 100평이다. ‘대시보드룸’, ‘데모룸’, ‘퓨처룸’으로 구획된 공간은 각각 시스템 시연, 실제 설비 데모, 미래 기술 전시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설계됐다. 특히 여주·용인·이천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남부 물류벨트 중심부라는 입지는 국내 물류기업들에게 기술 검증과 공동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기에 최적이다. 이곳은 단순한 홍보를 위한 쇼룸이 아니라 고객사가 직접 장비를 가동해보고 자사 환경에 맞는 커스터마이징 방안을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는 산업형 실증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한국네트웍스 관계자는 “대부분의 물류 시스템은 설계 단계에서 효율만 따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변수와 장애가 훨씬 많다”며 “이곳에서는 실물 설비를 통합한 상태에서 각 모듈 간 API를 검증하고, 자동화 알고리즘의 반응 속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센터는 국내외 고객사의 컨설팅·데모·세미나 공간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한 글로벌 러닝화 브랜드가 현장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한국네트웍스의 이노베이션 센터는 이미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는 공간을 넘어 함께 시험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류 자동화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센터의 심장부는 단연 데모룸이다. 이곳에는 한국네트웍스의 자체 시스템과 글로벌 파트너 장비가 융합된 완전 자동화 물류 시뮬레이션 라인이 구축돼 있다. 입하부터 적치, 피킹, 분류, 포장, 출하에 이르기까지, 실제 물류센터의 흐름이 100평 공간 안에서 재현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협동로봇 기반의 팔레타이징(Palletizing) 시스템이다. 박스를 일정 규격으로 쌓고 내리는 이 설비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중량 작업을 대체하며 생산성을 크게 올려줄 수 있는 솔루션이다.

그 옆으로는 글로벌 물류로봇 기업 긱플러스의 ‘팝픽(Pop-Pick)’ 솔루션이 위치한다. 이동식 랙 전체를 자율이동로봇(AMR)이 워크스테이션 앞으로 운반해 작업자에게 직접 물품을 전달하는 Shelf-to-Person(STP) 시스템이다. 기존 피킹 방식처럼 작업자가 수십 미터를 이동할 필요 없이 물건이 작업자에게 찾아오면서 피킹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에서 널리 도입되는 STP 형태로 국내에서도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바로 옆에는 틸트 트레이 방식의 T-소터(T-Sorter)가 설치돼 있다. 시간당 최대 7,000건을 자동 분류하는 이 장비는 한국야쿠르트(hy) 물류센터 구축 경험을 기반으로 적용된 만큼 이미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솔루션이다.



데모룸의 또 다른 축은 AMR 라인이다. AGV가 QR코드를 따라 이동하는 것과 달리 AMR은 자체 맵핑과 장애물 회피를 통해 자유롭게 이동한다. 한국네트웍스는 이미 국내 한 반도체 물류라인에 17대를 납품했으며 국내외 협력사와 연동된 AMR 통합 플랫폼을 시험 중이다.
그리고 이 모든 설비의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이 ‘Pi-WES(Warehouse Execution System)’다. 이 솔루션은 한국네트웍스가 자체 개발한 웹 기반 창고 실행 시스템으로 WMS(창고관리)와 WCS(설비제어) 기능을 결합해 실시간 작업 스케줄링과 설비 연동을 수행한다. 대시보드 기반 시각화, API 연동 테스트, 모바일·태블릿 제어까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현장에서는 이 시스템이 모든 로봇과 컨베이어, 소터의 동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RMS(Robot Management System)로 통합 제어한다.
기술을 보여주는 공간에서, 검증하는 플랫폼으로
한국네트웍스 이노베이션센터의 또 하나의 특징은 ‘고객 체험 중심’ 구조다. 대시보드룸에서는 방문 기업이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운영 진단, ROI 분석, WES 시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필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사 시스템과 API 연동 테스트를 바로 진행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과거의 단순한 쇼룸의 개념을 넘어, 고객 엔지니어가 장비를 직접 작동해보며 구축 이전 단계의 기술적 이해를 높이는 구조로 설계되었다는 점이 대표적인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해당 센터가 가지는 또 다른 강점은 서두에서 설명했듯이 머스크·현대오토에버·긱플러스 등 다양한 글로벌 협력사와의 공동 실증 생태계가 확보되어 있다는 부분이다. 각 사의 강점을 결합해 물류시스템 고도화, 신기술 도입, 공동 세일즈·마케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객사와 협력사가 함께 테스트하고 토론하는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네트웍스 관계자는 “기술은 현장에서 완성된다”며 “실제 물류 흐름 안에서 작동하며 개선되는 시스템이 진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노베이션 센터에서의 시연 결과와 개선 데이터는 향후 한국네트웍스의 차세대 솔루션 개발 피드백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또 본두리 물류센터와 연계된 실운영 환경을 바탕으로, 실제 프로젝트에서의 오류율 감소와 구축기간 단축을 실현하는 것이 한국네트웍스가 그리는 장기적인 비전이다.
직접 찾았던 현장, 확실히 ‘다른’ 물류센터였다
이노베이션센터의 첫인상은 기존 물류센터와 전혀 달랐다. 일반적인 물류 현장은 대형 도크와 소음, 바쁜 인력의 움직임으로 시작되지만, 이 곳의 입구는 사무공간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었고 복잡한 장비보다는 디지털 패널과 라운지형 조명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산업 시설이라기보다 하나의 기술 전시장 같았다.
내부로 들어서니 이노베이션센터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왔다. 중앙에는 대형 모니터로 둘러싸인 대시보드룸이 자리하고, 그 좌우로 데모룸과 퓨처룸이 마주보며 배치되어 있다. 대시보드룸은 실시간 데이터와 로봇의 동작을 시각화해 물류의 뇌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개방감 있는 구조 덕분에 어느 방향에서도 장비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었고, 공간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시뮬레이터처럼 느껴졌다.
이미 데모룸에 대해선 충분히 설명했지만, 이곳의 인상은 한마디로 ‘물류 전 과정이 연결된 원스톱 자동화’였다. 단일 장비의 성능보다, 시스템 간의 연동이 얼마나 매끄럽게 작동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반면 퓨처룸은 아직 장비가 비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한국네트웍스 관계자는 “앞으로 이 공간을 로봇·비전·AI 솔루션 중심의 테스트존으로 확장해 방문객이 더 많은 기술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노베이션센터는 단순히 새로운 장비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물류라는 산업이 디지털 기술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를 ‘직접 체험으로 이해하게 하는 공간’이었다. 입구에서부터 내부 구조, 그리고 기술의 흐름까지 모든 것이 정제되어 있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이 물류 자동화의 A부터 Z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한 이노베이션 센터라는 공간 자체가, 이곳 물류센터가 타 물류센터와 갖는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