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확대 + 수요 억제”를 병행하는 전략을 본격화했다. 2025년 6월 발표된 ‘6·27 대책’에서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고,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차단하는 강도 높은 규제가 포함됐다. 이어서 9월에 나온 ‘9·7 공급 대책’에서는 수도권 연 27만 가구, 2030년까지 총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대규모 로드맵이 발표됐다. 10월 15일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되며,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한 수요 억제 정책에 더욱 힘이 실렸다.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실행력과 체감 효과의 괴리
공급 확대를 강조한 것은 기존 정부들의 수요 억제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기본주택, 공공 직접시행 등도 함께 언급되며, 주택 시장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장기적 관점이 반영되었다. 반면 대출 규제 강화는 과열된 투자심리와 레버리지 위주의 구매 관행을 억제하고, 가계부채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목적이 있다.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금융 접근을 모두 통제하며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출발점에서부터 여러 현실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첫째, 공급 계획과 실제 실행 사이의 괴리다. 연간 27만 가구라는 수치는 정책 방향성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착공과 준공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중간에 인허가나 민원, 입지 갈등 등의 변수도 적지 않다. 공급 대책은 장기적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으나, 단기 수급 불균형이나 가격 급등세를 잡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둘째, 공공주도 공급 확대 전략의 실행력에 대한 회의가 존재한다. LH의 재무구조 악화, 민간 대비 낮은 브랜드 선호도, 공공 분양주택의 품질 및 입지 경쟁력에 대한 불신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민간이 공급을 주도했던 시장에 공공이 일정 비율 이상 개입할 경우, 분양가 조정과 택지 개발 방식, 민간 참여 유도 방안 등 세부 설계가 정교하지 않으면 실행 과정에서 혼선이 생기기 쉽다.
셋째, 대출 규제 강화는 실수요자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특히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하려는 신혼부부, 자녀 계획이 있는 젊은층에겐 높은 자기자본 비율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주택자나 투기 목적 보유자에 대한 규제는 당연하더라도, 자산 형성을 시작하려는 세대까지 포함되면 정책 효과가 왜곡될 수 있다.
정책 메시지의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
더불어 정책 메시지의 일관성 부족도 리스크 요인이다. 한편에서는 과열 억제를 강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이 얼어붙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면 투자자나 실수요자 모두 판단을 유보하게 된다. 정책 기조가 일관되지 않으면, 시장은 정부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지 못한 채 불안정한 심리 속에 머물게 된다. 신호가 혼재된 상황에서는 매수·매도 모두 주저하게 되며, 거래량 자체가 급감하는 비정상적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은 신뢰의 시장이다.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고 했을 때 시장은 그 의도뿐 아니라 실제 이행 여부, 속도, 연속성을 함께 본다. 따라서 일관된 메시지 전달과 중장기 로드맵 제시는 단기 시장 관리보다 더 중요한 변수일 수 있다.
향후 과제와 정책이 가야 할 방향
결국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몇 가지 선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공급의 실행력과 속도 확보다. 수치상 계획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착공과 분양, 입주까지 이어질 수 있는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는 계층별 타깃 정책이다. 규제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는 대신, 실수요자 보호 장치는 정교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갭투자자와 자가거주 실수요자를 구분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
셋째는 정책 신뢰성 회복이다. 정부가 시장과의 신뢰를 다시 구축하려면, 예측 가능한 정책 로드맵과 메시지의 일관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매매 심리의 기반은 결국 ‘정부가 다음에 뭘 할지 알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에서 시작된다.
지금은 다음 사이클을 준비할 시점
이재명 정부는 ‘공급 부족 해소’와 ‘투기적 수요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으로 출발했다. 방향성은 나쁘지 않지만, 실행의 현실성과 시장 신뢰의 축적 없이는 제도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단기간의 수치보다 실행의 질과 정책의 일관성이다.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심리에 좌우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의 체계성과 정책의 예측 가능성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은 속도를 내기보다 정밀하게 길을 다듬고, 다음 사이클을 준비할 시점이다. 정책이 말이 아닌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실천을, 시장은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이지윤 부동산전문기자/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