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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BOT] AI가 탐내는 휴머노이드 몸체...로봇 대중화의 서막 알린 위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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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지능’을 넘어 ‘느끼는 육체’로 진화 앞둔 로봇

 

전 세계가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엔비디아(NVIDIA)·테스라(Tesla)·오픈AI(Open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이 전쟁은 수조 원의 자금이 투입되며 로봇의 두뇌를 상상 이상의 속도로 발전시켰다.

 

이 시점에서의 로봇은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등 차세대 기술과 융합돼 고도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은 등에 업은 차세대 로봇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세상을 인식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현실 세계와의 소통, 즉 '상호작용(Interaction)'이다.

 

기존 로봇들은 충돌 회피에 집중했고, 뻣뻣한 관절과 둔탁한 움직임은 인간의 섬세한 접촉와 힘을 감지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알아보는’ 눈은 가졌지만, ‘느끼는’ 손이 없었던 것이다. 깨지기 쉬운 날달걀을 쥐거나, 100그램힘(gf)의 미세한 힘을 구분하는 감각은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의 발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러한 로봇의 물리적 한계는 AI의 다음 퀀텀 점프를 가로막는 병목으로 작용했다. AI 기술이 고도화되는 것에 발맞춰, 현실 세계를 다루는 하드웨어 기술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른바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이 현실화된 것이다. 인간에게 쉬운 일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컴퓨터에게 쉽다는 이론이다. 이는 로봇이 아무리 뛰어난 지능을 가져도, 어린아이가 쉽게 하는 걷기나 물건 잡기 같은 물리적인 행동은 고도로 어려운 과제임을 증명했다는 사실로 직결된다.

 

AI가 아무리 고도화돼도, 현실 세계를 다루는 하드웨어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결국은 ‘반쪽짜리 기술’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향하는 현시점 로봇 업계는 현실 세계와 소통하는 '느끼는 육체'를 갖춘 로봇으로 진화의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

 

‘웨어러블에서 휴머노이드로’ 위로보틱스...기본 DNA는 ‘상호작용’

 

 

이러한 지능과 육체의 괴리 속에서, 국내 로봇 스타트업 위로보틱스가 새로운 해답을 제시했다.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WIM)’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연구해 온 위로보틱스다. 이들은 인간의 '역감(Back-drivability)'과 '순응(Compliance)'을 강조하는 철학을 자사 차세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알렉스(ALEX)’에 이식했다.

 

사측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의 잃어버린 고리였던 '상호작용 지능(Interaction Intelligence)'에 대한 해답을 고민했다. 윔으로 시작한 위로보틱스는 윔의 기술과 철학을 알렉스의 DNA에 그대로 적용했다. 제품은 다르지만, 사람을 도와준다는 본질적인 목표는 동일하다. 이는 결국 인간·로봇 상호작용(HRI)과 맞물린다.

 

위로보틱스는 이를 위해 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함께 공동 설립한 ‘로봇 이노베이션 허브(RIH)’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알렉스와 같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핵심 연구개발(R&D) 거점이다.

 

해당 시설은 구동기(Actuator), 센서, 제어 기술 등 하드웨어 역량과 AI,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촉각 센싱, 자율 내비게이션, 물리적 상호작용 등 소프트웨어적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통합적 접근은 단순히 더 좋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구동기가 AI 모델을 통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움직일지, 그리고 촉각 센서가 받은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할지 등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를 함께 진행한다.

 

이광규 RIH 소장은 “이 모든 기술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로봇의 성능을 결정한다”며 “여기서 탄생한 알렉스는 HRI에 최적화됐다는 점에서 기존 휴머노이드 폼팩터와 차별화됐다”고 내세웠다.

 

이처럼 기존 로봇이 ‘충돌 회피(Collision Avoidance)’에 집중했다면, 알렉스는 사람과의 접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로봇이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비밀은 ‘역감’과 ‘순응’ 기술에 있다.

 

역감은 외부에서 로봇 팔(Robot Arm)을 잡고 움직였을 때, 마치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부드럽게 따라오는 성질을 말한다. 이는 로봇 내부의 마찰을 최소화해 외부의 힘을 그대로 감지하고 반응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이어 순응은 예상치 못한 힘이 가해졌을 때, 로봇이 스스로 힘을 조절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마치 사람이 힘을 빼고 부딪히는 것처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이 연구소장은 “기존 산업용 로봇에 사용되는 고감속비의 감속기는 마찰이 커서 외부에서 힘을 가했을 때 이를 센싱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외부 센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설명했다.

 

이어 “반면 알렉스는 구동기부터 자체적으로 설계해 모터에서 직접 힘을 센싱하는 능력을 극대화했다”고 언급하며 “태생적으로 역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동부를 다시 설계한 결과로 새로운 휴머노이드의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드웨어의 한계 극복이 ‘AI 퀀텀 점프’의 열쇠

 

 

앞서 언급한 대로,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은 자금력을 갖춘 미국·중국 소재 빅테크 기업들이 AI를 필두로 지능적인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반면, 위로보틱스는 정부가 지난 4월 출범한 ‘K-휴머노이드 연합’에 참여해 독자적인 로드맵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광규 소장은 “K-휴머노이드 연합은 과도기적으로 하드웨어 플랫폼을 구축하고, 로봇이노베이션허브(RIH)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여기서 탄생하는 모델은 기존 로봇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해결하는 표준화된 제품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략은 회사가 기존 AI RFM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이 소장에 따르면, 기존 모델은 비전 정보를 보고 모션 정보만을 학습시켜 로봇에 적용한다. 하지만 물건을 잡거나 병뚜껑을 따는 것처럼 힘 조절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힘에 대한 정보'와 '방향에 대한 정보'가 빠져있어 성공적인 구현이 어렵다.

 

그는 “기존 플랫폼은 오로지 모션 정보로만 학습하다 보니 이렇다 할 혁신 포인트가 적었다”며 “결국 하드웨어의 한계를 벗어날 하드웨어가 만들어져야만 RFM도 제대로 된 스킬셋을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알렉스는 바로 이 ‘미싱 인포메이션(Missing Information)’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AI 연구자들의 공감대를 얻고,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표준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불어 위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가격 혁명에 도전한다. 수억 원대에 달하는 로봇 핸드 가격을 대량 생산을 통해 수천만 원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다. “자동차 엔진처럼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면 부품 가격이 낮아져 완제품 가격도 떨어진다”고 언급한 이 소장은 “장기적으로 성능과 가격을 모두 잡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부연했다.

 

‘알렉스’에 대한 모든 것...단순 노동 넘어선 ‘진짜’ 게임 체인저 될까?

 

 

Q. 알렉스가 산업 현장에서 가져올 진짜 혁신은?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

 

A. 알렉스의 진정한 역할은 작업자와의 ‘비정형 교감’에 있다. 로봇이 좁쌀만 한 부품을 줍는 정밀 작업은 마치 의사에게 포장을 맡기는 것과 같다. 이는 휴머노이드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알렉스는 사람과 함께 일하며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공개 이후 편의점·조선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념증명(PoC) 및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알렉스의 최종 목표는 산업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람처럼 언제 어디서나 장소 제한 없이 활약하는 것이다.

 

Q. 알렉스의 핵심 기술인 ‘역감’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A. 알렉스는 독자 개발한 구동기, 감속기, 센서 기술로 미세한 힘을 감지하는 역감을 구현했다. 이는 데이터와 경험을 학습한 RFM의 ‘미싱 인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한다. 즉 인간과 로봇이 교감하면서 발생하는 힘에 대한 정보가 빠져있는 문제를 해소하는 핵심 기술이다. 기존 상용 부품을 조합한 로봇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위로보틱스의 독자적인 플랫폼이 앞으로의 휴머노이드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Q. ‘알렉스’의 하반신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A. 하반신 개발은 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족보행을 비롯해, 불안정한 지형에서 균형을 잡거나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등 고도화된 기술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산업 현장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바퀴(Wheel) 기반 모바일 매니퓰레이터(Mobile Manipulator)를 선제 공개하고, 사람과 유사한 이족보행 폼팩터는 내년 말을 목표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Q. 하드웨어 가격을 낮추는 가격 혁명에 도전하고 있다.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 창출 방안은?

 

A. 로봇 기체의 판매를 통해 시장 보급률을 높이고, 그 위에 다양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해 지속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로봇 하드웨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유치한 후,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이나 기능 구독 서비스 등으로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또한 자체 개발한 구동기 등 핵심 부품과 기술을 다른 로봇 제조사에 판매하거나 기술 라이선싱을 통해 수익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지향점은 인간과 로봇의 공존...어디서든 함께 소통하는 시대 겨냥한다

 

 

위로보틱스의 비전은 대중화·일상화가 완성된 로봇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광규 연구소장은 이 비전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허들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안전성이다. 위로보틱스는 구동부 대부분을 어깨에 배치하고 팔 무게를 5kg 정도로 줄여 안전한 설계를 완성했다. 이 소장은 “이 부분은 인간 삶 일부분에 로봇을 녹인 새로운 시대를 위한 기본 설계이며, 이는 앞으로 점점 눈앞에 실현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사이버 보안이다. 로봇이 사생활을 보호하며 데이터를 기체 자체적인 ‘온디바이스(On-devece)’ 방법론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보호 기술이 필요하다고 추가 설명했다.

 

알렉스는 위로보틱스의 앞선 비전 실현을 위한 도구이자 핵심 동반자다. 위로보틱스는 알렉스를 인간 일상을 돕는 도구로 구상하고 있다. 청소기처럼 가정에서 활동하거나, 각종 산업 현장에서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는 역할로 활약하는 것이 위로보틱스가 꿈꾸는 알렉스의 모습이다.

 

김용재 대표는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발생하는 사회적·윤리적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로드맵은 이미 구축돼 있다”며 “이를 위해 하드웨어, 보안, 데이터 사이언스 등 관련 인력을 채용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보완하고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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