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차세대 반도체 제조공정으로 내세운 ‘18A’ 공정이 낮은 수율 문제에 직면하며 기술 상용화에 차질을 빚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인텔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1.8나노미터(nm)급 공정이 여전히 고객사 납품 수준의 수율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18A 공정은 회로선폭을 1.8nm 수준으로 구현하는 첨단 기술로, 인텔은 이를 적용한 노트북용 차세대 CPU ‘팬서레이크(Panther Lake)’를 올해 대규모 양산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혀온 바 있다. 해당 공정을 통해 외부 고객사 유치와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복수의 테스트 보고서를 검토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팬서레이크 칩의 수율은 5% 수준에 머물렀으며, 올여름에도 10% 수준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인텔이 기대하는 50% 이상의 양산 목표 수율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수율이 70~80%에 도달해야만 본격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업계 통설을 고려할 때, 인텔의 18A 공정은 여전히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단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이에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진스너는 해당 수율 수치를 부인하며, “현재 수율은 보도된 수치보다 더 높다”고만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인텔은 현재 대만 TSMC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장 신설과 설비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며 18A 공정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지만, 낮은 수율은 공정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는 회로선폭이 줄어들수록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고 전력 소모는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제조 난도가 높아진다. 수율이 낮다는 것은 생산한 제품 가운데 불량품 비율이 높다는 뜻이며, 곧 제조 비용 상승과 직결된다. 이러한 수율 확보 능력은 반도체 제조사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평가받는다.
인텔은 최근까지도 “18A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연말부터는 경쟁력 있는 칩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 4분기로 예정된 팬서레이크 상용 출시 시점까지 수율을 급격히 끌어올리기 어려울 경우, 일부 제품은 손해를 감수하고 출하해야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이미 안정적인 첨단 공정 양산 체계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인텔의 18A 수율 문제는 향후 파운드리 시장 내 입지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