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동철 센터장 "AI가 환자·의료진의 일상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
병원 진료실에만 머물던 AI가 이제는 환자의 여정과 함께 하며 의료 혁신의 동반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15일 부산에서 열린 ‘AI BUS 2025’에서 차동철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 의료혁신센터장은 'AI, 일상에 건강을 더하고 의료를 혁신하다'라는 주제로 의료 현장에서의 생성형 AI 도입 현황과 향후 비전을 공유했다.
차동철 센터장은 “AI는 더 이상 실험실 속 기술이 아니라, 진료와 진료 외 업무를 모두 아우르며 의료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며, AI가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생성형 AI의 가장 활발한 활용 영역은 행정지원 및 문서 자동화다. 차 센터장은 “진료기록 작성, 진단서 발급, 보험청구 문서 등 병원의 비진료 업무에 AI를 적용해 의료진의 피로도를 줄이고 진료에 집중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는 음성 기반 자동 다큐멘테이션 시스템이 있다. 미국 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드래건 코파일럿’이 이미 상용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네이버의 클로바노트를 활용한 시범 서비스가 병원급 기관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이 기술은 의료진이 환자와 나누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기록해 텍스트로 전환하고, 이를 진료 차트에 자동 반영하는 방식이다. 의료진의 반복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기록의 정확도와 일관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자사 의원에서 해당 기술을 직접 검증 중이며, 대형 병원 응급실 등 다양한 환경에서도 테스트를 확대하고 있다.
환자와의 접점도 AI가 넓혀가고 있다. 차 센터장이 소개한 ‘심텀체크’는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AI 기반 셀프 증상 분석 도구다. 사용자가 자신의 증상을 입력하면, AI가 관련된 증상을 매칭해 어떤 진료과에 방문해야 하는지, 어떤 질환이 의심되는지를 제시한다. 이 기능은 병원 문진에도 연계돼 진료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건강검진 리포트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AI가 자동으로 구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건강 리포트를 생성하는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다. 차동철 센터장은 “비전-랭귀지 모델을 활용해 OCR 기반 분석보다 더 정교하게 데이터를 추출하고, 사용자 이해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한 진료 보조를 넘어, 의료현장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자 관리, 고령층 케어, 지방의료 취약지 등 공공의료 영역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AI가 환자와 24시간 접촉하는 ‘디지털 헬스 어시스턴트’로 작동하며, 의료 리소스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 센터장은 “네이버는 증상 검색부터 병원 선택, 진료 준비, 처방 및 사후관리까지 환자의 전체 여정을 연결하는 ‘디지털 헬스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플랫폼은 진료 전 AI 문진, 진료 중 음성 기록, 진료 후 복약 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AI가 실질적인 진료 판단까지 대체하지 않더라도, 진료 과정 전후를 자동화하고 구조화하는 역할을 맡아 의료 전체의 품질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끝으로, 그는 “AI는 인간 의료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이 환자에 더 집중하도록 돕는 보조자”라며, “AI 기술은 기술 그 자체보다도, 환자의 삶과 의료현장의 경험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꾸는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