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을 움직이는 단어 하나, 그 안에 숨은 거대한 흐름을 짚습니다. ‘키워드픽’은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는 핵심 용어를 중심으로, 그 정의와 배경, 기술 흐름, 기업 전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차분히 짚어봅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기술의 흐름 속에서, 키워드 하나에 집중해 그 안에 담긴 구조와 방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AI와 소통하는 코딩, 기존 문법을 벗어나다
‘코딩 잘한다’는 말은 이제 ‘AI랑 잘 통한다’는 뜻인 시대다.
개발자와 인공지능(AI)이 대화형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코드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코딩 방식,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AI가 코드 스니펫(Code Snipet)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개발자의 의도·맥락·선호도에 반응하며 AI가 실시간으로 협업하는 구조를 뜻한다.
이 같은 패러다임은 GitHub Copilot, ChatGPT Code Interpreter, Devin, Replit Ghostwriter 등 최신 AI 코딩 도우미들의 발전과 맞물리며 등장했다. 특히 멀티턴 대화 기반 코드 생성과 코드 문맥의 기억 능력 향상, 그리고 IDE와의 통합 기술 고도화가 이러한 흐름을 가능케 하고 있다.
전통적인 AI 코딩 보조는 사용자가 명령어성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그에 따라 정적인 코드를 출력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바이브 코딩은 명령이 아니라 대화가 중심이 되는 흐름이다. 사용자는 개발 중간에 다음과 같은 식으로 요청한다.
“어제 만든 대시보드랑 유사한 느낌으로 이 버튼 연결해줘”
이 요청은 형식적인 API 호출도 아니고, 명확한 사양 정의도 아니다. 그러나 AI는 앞서 작업한 코드 스타일, UI 구조, 테마 정보 등을 참조해 적절한 HTML/CSS/JS를 조합해낸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라이브러리를 자동 추천하고, 이전 대화에서 사용자가 선택한 접근 방식을 기억해 응답을 조율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AI가 정답을 내놓는 존재가 아니라, 질문에 반응하는 동료로 기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바이브 코딩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상호적인 창작 협업에 가깝다.
이러한 경험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코드 컨텍스트 캐시(context caching)'다. 이는 AI가 사용자의 전체 프로젝트 폴더 구조, 파일 간 참조, 변수명 규칙, 함수 호출 체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대화의 흐름 안에서 반영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Devin은 사용자의 Git 리포지토리를 분석해 프로젝트 구조와 코드를 이해하고, 관련 문서를 생성한 뒤 개발자가 코드베이스를 효율적으로 탐색하도록 지원한다. Replit AI는 자연어 입력을 기반으로 코드 생성 및 디버깅 지원 기능을 제공해 개발자의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이는 일종의 AI 기억력 강화로, 코딩 AI가 개발자의 스타일을 장기적으로 학습하고 반영하는 개인화 능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AI와 함께 코딩하는 방식의 철학 바뀐다
최근의 바이브 코딩은 단순 텍스트 입력을 넘어 GUI 요소와 음성, 스크린 레코딩, 드래그 앤 드롭 등 다양한 입력을 통합하고 있다. GPT-4o나 Claude 3 Opus는 이미지·코드·자연어를 동시에 분석하며, 화면 속 UI 구조를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
한 예로, 노션 AI는 사용자의 자연어 입력을 기반으로 코드 블록을 생성한다. 사용자가 "파이썬으로 간단한 계산기 함수를 작성해줘"와 같은 요청을 입력하면, 노션 AI는 해당 요청에 맞는 코드 블록을 생성한다. 또한, JetBrains, VSCode, Replit 등 주요 IDE가 자체적으로 AI 인터페이스를 통합하거나 외부 API를 연동하는 구조를 마련하면서, 개발 환경에서의 실시간 AI 활용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Replit의 Ghostwriter Chat은 IDE 내에서 프로젝트 파일 내용과 콘솔 출력까지 이해하여 맥락에 맞는 답변과 코드 제안을 제공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Replit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생성 생태계로 진화하며, 자연어로 애플리케이션을 생성하는 에이전트 플랫폼으로 비개발자도 소프트웨어를 만들도록 지원한다.
OpenDevin은 Devin이라는 자율형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오픈소스로 구현한 프로젝트로, 복잡한 엔지니어링 작업을 실행하고 사용자와 적극 협업하는 기능을 목표로 한다. 또한, 안전한 코드 실행을 위한 샌드박스 환경을 제공하며, 채팅 인터페이스와 브라우저를 통합한 사용자 친화적인 개발 환경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바이브 코딩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크라우드웍스는 사내 해커톤 행사인 ‘CoT(Crowdworks Hackathon)’를 열고 임직원 모두가 최신 AI 기술을 실습하고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이 행사에서는 바이브 코딩 기법이 도입돼 비개발 부서 구성원도 개발 프로세스에 쉽게 참여하도록 도왔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코드 생산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AI와 함께 코딩하는 방식의 철학이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드 생성 AI가 대화형으로 진화하면서, 사람과 AI가 함께 ‘개발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감각’이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 개발자는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AI와 함께 흐름을 조율하는 파트너가 될 확률이 높다.
결국 중요한 건, 인간이 주도권을 가지고 AI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능력이다. 바이브 코딩은 그 협업 구조가 코딩을 위한 AI를 넘어 AI와의 공동 창작으로 진화한다는 점에서 향후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