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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텍스 2025] 폭스콘의 자신감 그 뒤에 묵직했던 젠슨황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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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프로젝트, 자체 AI 모델 Foxbrain 소개 및 엔비디아와의 공고한 협력관계 드러내

 

폭스콘이 AI와 로보틱스를 접목한 차세대 제조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다시 한번 뒤흔든다.

 

'2025 컴퓨텍스 타이베이' 키노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폭스콘 영 리우(Young Liu) 회장 겸 CEO는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AI 중심의 제조 혁신을 어떻게 구현해왔는지 그 사고의 흐름을 시간 순으로 풀어냈다. 이와 함께 AI 팩토리, 스마트 EV, 스마트 시티까지 폭스콘이 구축 중인 스마트 플랫폼의 구체적 미래를 제시했다. 

 

영 리우 회장은 발표 초반, 젠슨 황과 함께 손으로 그렸던 한 장의 그림에서 여정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그 그림은 이후 1년 반 동안 폭스콘이 걸어온 AI 팩토리 구축의 원점이었다. 그는 ‘제네시스(Genesis)’라는 이름의 AI 중심 공장 모델을 공개하며 물리적 공장, 디지털 트윈, AI 공장을 통합한 미래형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소개했다. 이는 AI가 결함 해결, 장비 조율 등에서 80% 이상의 업무를 처리하고, 인간은 복잡한 20%의 고난도 업무에 집중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생산 생태계다.

 

이 전략은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물리적 AI(Physical AI)’라는 개념으로 확장되며,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고 시뮬레이션 기반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다. 폭스콘은 이러한 기술 혁신을 통해 제조 분야를 넘어 스마트 시티, 전기차, AI 데이터 센터 분야까지 통합된 플랫폼으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폭스콘은 세계적인 전자 제조업체로서 단순 생산을 넘어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제조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번 키노트에서 영 리우 회장이 공개한 제네시스 프로젝트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과도 같다. 제네시스는 폭스콘의 AI 제조 전략을 집약한 개념으로, 물리 공장(Physical Factory),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Factory), AI 공장(AI Factory)이라는 세 가지 계층 구조를 통해 공장을 설계, 운영,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실제 공장을 짓고 난 후 시운전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엔비디아 옴니버스 기반의 디지털 트윈에서 공정을 미리 설계하고, AI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천 번의 실험을 반복함으로써 최적의 조건을 도출한 뒤 실제 공장을 구현한다. 

 

영 리우 회장은 "AI는 전체 작업 중 약 80%를 처리하며, 나머지 20%는 여전히 숙련된 기술자에게 의존해야 한다. 이는 인간의 직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통해 더 정교하고 빠른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폭스콘은 BCG와 협력해 다양한 사용 사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AI가 어떤 업무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발휘하는지 실증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제네시스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제조업의 전체 구조를 혁신하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히 공장을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공장 자체가 스스로 진화하는 구조를 갖춘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생산 공정의 최적화를 위해 사람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프로세스를 조정했지만, 제네시스는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학습하며 자동으로 개선점을 찾아낸다. 

 

제네시스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핵심 축은 바로 스마트 시티와의 연계다. 폭스콘은 스마트 제조뿐 아니라 스마트 시티, 스마트 전기차(EV) 등 다양한 도메인에 AI 플랫폼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특히, 전기버스(E-Bus)를 활용해 도시 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해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 플랫폼은 교통, 병원, 교육, 빌딩 등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하나의 통합된 구조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며, 기존의 개별적이고 단절된 시스템 구조에서 탈피한 것이 특징이다. 

 

폭스콘은 이러한 플랫폼을 구체화하기 위해 ‘3+3+3 스마트 플랫폼 전략’을 선언했다. 이는 스마트 제조, 스마트 EV, 스마트 시티라는 세 가지 주요 분야에 각각 플랫폼, 인프라, AI 모델이라는 세 개의 요소를 결합한 구조다. 영 리우 회장은 "현재 대만 외 여러 도시와 협력해 스마트 시티 플랫폼을 테스트 중이며, 내년 안으로 첫 결과물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플랫폼은 단순 데이터 공유를 넘어 지식의 공유까지 가능하게 하며, 도시 전체의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폭스콘이 추진 중인 AI 혁신 전략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축은 자체 개발 AI 모델인 ‘Foxbrain’이다. 기존의 범용 AI 모델이 산업 현장에서 직면하는 특수한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직면한 폭스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 현장에 특화된 도메인 중심 AI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Foxbrain은 LLaMA 3, 4와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폭스콘이 자체 수집한 고품질 산업 데이터셋을 활용해 사전학습된 모델이다. 특히 물리적 센서에서 발생하는 숫자 기반 데이터를 해석하고 추론하도록 설계돼 기존 AI 모델보다 정밀하고 신뢰성 있는 분석이 가능하다.

 

영 리우 회장은 Foxbrain의 개발 방향에 대해 "AI가 단순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 데이터의 맥락을 이해하고 예측 가능성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폭스콘은 Foxbrain을 활용해 자사 내부 공정에 국한되지 않고, 향후 오픈소스로 개방해 전 세계 제조업체이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폭스콘은 100메가와트(MW) 규모의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 중이며, 초기 20MW를 시작으로 향후 40MW씩 두 차례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이 데이터 센터는 단순한 저장 공간이 아닌, Foxbrain 모델과 스마트 플랫폼들이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작동하는 핵심 허브로 기능하게 된다. 특히 대만 내 전력 수급이 까다로운 상황에서, 영 리우 회장은 “가용 전력을 고려해 가장 빠르게 전력 확보가 가능한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인프라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설명했다. 

 

이러한 구조는 폭스콘의 AI 전략이 단순히 내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대만 국가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 리우 회장은 “이 모든 구조는 지난 18개월간 폭스콘과 BCG, 엔비디아 등 파트너들과의 협력으로 이뤄진 결과”라며, 개방과 협업을 통해 전 세계 제조 산업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이날 발표에는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깜짝 등장해 참관객을 놀라게 했다. 이후 무대에 오른 젠슨 황과의 대담은 발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다. 젠슨 황 CEO는 “AI는 단지 기술이 아니라 산업 그 자체”라며, 폭스콘이 AI 팩토리를 통해 새로운 수조 달러 규모의 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은 “이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없이도 AI를 학습시킬 수 있다”며, 제조업계가 AI를 활용해 직접 소프트웨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시대임을 강조했다. 특히 온니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제조업 전반에 ‘물리적 상식(physical common sense)’을 부여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두 사람은 디지털 트윈에서 AI 팩토리로의 진화, 모델의 분산-집중 아키텍처, NVLink와 같은 하드웨어 혁신까지 총체적인 ‘풀스택 AI 산업화’ 전략을 주고받았다. 대담 말미, 두 사람은 다시 폭스콘의 역할로 돌아왔다. 젠슨 황은 “우리가 함께 만드는 AI 슈퍼컴퓨터는 이전까지 3년 걸리던 걸 매시간 생산하고 있다”며, 폭스콘의 제조 기술력과 AI 혁신 역량을 동시에 치켜세웠다. 이를 통해 영 리우 회장은 대만의 연구자, 스타트업, 산업계 전체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AI, 디지털 트윈, 슈퍼컴퓨팅 등 최첨단 이슈를 오간 엔비디아 CEO 젠슨 황과 폭스콘 회장 영 리우의 대담은 예상치 못한 주제로 흘러가며 참관객의 관심을 모았다. 다름 아닌 젠슨 황과 그의 부인의 사랑 이야기였다. 

 

젠슨 황은 "내가 17살때 미국 오리건대 전기공학 입문 수업에서 아내를 처음 만났다. 250명 중 여학생은 단 3명이었고, 난 체중 58kg의 마른 학생이었다. 그녀에게 용기를 내 다가가 '내 숙제좀 봐줄래?'라고 말을 걸었다. 그게 나의 슈퍼파워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매주 일요일, 함께 공부하면 A학점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하며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영 회장은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젠슨 황의 성공은 이미 17살때 시작된 셈"이라며 웃었다.

 

젠슨 황은 "기술이든 사랑이든, 정답은 없지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AI도 처음엔 엉성하지만, 학습을 통해 점점 똑똑해진다”며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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