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270만 호.” 정부는 장담했다. 전문가들도 수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는 이런 말이 터져 나온다. “집이 이렇게 많은데…왜 내 집은 없죠?” 이쯤 되면 이제 깨달아야 한다. ‘공급은 충분하다’는 말이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진짜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집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 즉 ‘공급의 질적 부족’이라는 구조적 맹점이다. 공급은 발표됐지만, 집은 보이지 않는다 2025년 현재, 우리는 역대급 ‘공급 드라이브’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127만 호, 전국 270만 호 공급을 천명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도심복합개발’, ‘역세권 재정비’라는 이름 아래 주택 공급을 앞다퉈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자. 그 많은 공급 계획 중, 지금 당장 입주 가능한 집은 얼마나 되는가? 뉴스를 보면 이런 기사들이 쏟아진다.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지연, 아파트 공급 통로도 막혔다” (조선일보) “공급은 발표뿐, 신속한 착공·입주는 언제?” (뉴시스) “LH 의존만으로는 부족…민간 공급은 규제로 막혀” (딜사이트) 공급은 말뿐이고, 실제는 지연되고 있다.
2025년 9월, 정부는 “매해 신도시 하나씩”을 공급하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구상을 발표했다. ‘9·7 주택공급 확대 대책’의 핵심은 향후 5년간 수도권에 연평균 27만 가구, 총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인허가 계획이 아닌, 실제 착공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점에서 기존 공급 정책과는 분명히 궤를 달리한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이번 대책의 실효성과 실행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유사한 공급 대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었으며, 이번 정책과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이 글에서는 1기와 2기 신도시 사례를 중심으로 비교하고, 현재 정책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짚어본다. 1989년 정부는 급등하는 집값과 서울로의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당, 일산, 중동, 산본, 평촌 등 다섯 개 지역을 1기 신도시로 지정하고 대규모 개발을 추진했다. 약 29만 가구를 공급한 이 개발은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규모였으며, 주택시장 안정화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당시의 성공은 단지 계획 수립에 그치지 않고, 택지개발촉진법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통해 행정 절차를 일원화하고 속도를 높인 점에 있었다. 인허가 과정을 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