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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제조 ‘99단계의 제언’(81단계~85단계)

  • 등록 2018.12.03 11: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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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헬로티]


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저자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아흔아홉 개의 조언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81. 공부하라 


우리가 양질의 정보와 지식을 가장 많이 습득하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직장이다. 직장 내 선배, 동료, 후배들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접하게 된다. 물론 나쁜 업무 습관이나 타성 등 배우지 말아야 할 것들도 배우기는 하지만, 어디서도 배울 수 없고 돈 주고 얻을 수도 없는 소중한 지식과 노하우를 그들 덕분에 터득하는 것이다.


메트컬프의 법칙(Metcalfe's law)이 있다. 네트워크 내 구성원의 수가 증가하면 그 비용은 직선으로 증가하지만 네트워크의 가치는 구성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으로, 구성원의 수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 내에서 교환되는 정보의 가치는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네트워크 내 구성원이 한 명일 때 비용은 1원이고 네트워크의 가치 역시 1원이다. 구성원이 두 명이면 비용은 2원이 되는데, 네트워크의 가치는 2의 제곱인 4원이 된다. 구성원이 다섯 명일 때는 비용이 5원이고, 가치는 5의 제곱인 25원이 된다.  


이 법칙을 회사에 적용한다면, 회사 내 구성원 수가 많을수록 그 내부 정보의 양과 질은 제곱에 비례하여 높아진다. 즉, 큰 직장일수록 그곳에 다닌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소중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큰 회사에 근무하는 이들이 근무 시간 중에 함께 커피 마시며 잡담하거나 퇴근 후 회식으로 어울리는 문화가 시간 낭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귀중한 학습을 하는 셈이다. 누군가는 “우리 회사에서는 배울 게 없어요. 다들 전날 본 드라마 얘기나 야구 얘기 밖에 안 하거든요”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잘 기억해보라. 정말 배운 게 하나도 없었는지.


세상에 농담 따먹기만 하는 회사는 절대 없다. 왜냐하면 회사는 어떻게든 구성원들 간에 서로 학습을 시키고 배우도록 해야 그들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고 봉급도 계속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가장 도태되기 쉬운 사람은 그에게서 아무것도 배울 게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회사는 이런 사람을 귀신같이 찾아낸다. 


1인 기업의 경우에는 이러한 상호 학습의 기회가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한계이자 약점이다. 그래서 1인 기업의 대표는 자신의 의지로 어디에서든 무언가를 계속 배우고 억지로라도 공부해야 한다. 


1인 기업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무슨 지식을 언제 어떻게 섭취할지’ 스스로 식단을 짜는 것이다. 최소 한 달에 한 번 먹여야 할 지식도 있겠고, 한 번 먹으면 1년 혹은 3년, 또는 평생 가는 지식도 있겠다. 바로 안 먹으면 큰일 날 지식도 있겠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먹여야 할 지식도 있다. 먹기 싫지만 억지로라도 꿀꺽 삼켜야 하는 지식도 있겠고, 아까워 두고두고 녹여 먹고 싶은 지식도 있다. 오히려 과다 섭치를 걱정해 절제해야 하는 지식도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식단표로 짜보면 한눈에 공부 계획이 잡힐 것이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이 계획을 유지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먹어야 하는 지식임에도 먹기 싫다고 계속 쓰레기통에 버린다면 지금의 업종을 계속 하는 것이 맞을지 심사숙고해봐야 한다. 큰 회사는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영양가 높은 지식을 떠먹여주지만 1인 기업은 스스로 찾아서 먹어야 하고, 그마저 먹지 않는다 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음식도 지식도, 편식하다 보면 결국 병나고 만다. 



82. 집요하게 메모하라 


사람들은 어떤 일을 바로 처리하여 털어낼 수 없을 때 그것에 대해 메모를 한다. 바로 처리할 수 없는 그것을 메모해놓지 않으면 십중팔구 그것을 잊어버리고 끝내는 누군가로부터 지적을 받고서야 그 일을 처리하게 된다.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다. 처리하기에 너무 늦었거나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1분 동안 기억할 수 있는 최대 숫자나 단어의 개수는 7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법의 7’이라고도 한다는데, 가만히 보면 7이라는 숫자는 참 재미있다. 어떤 메모를 할 때 가장 완벽한 구조는 ①언제, ②어디서, ③누가, ④무엇을, ⑤어떻게, ⑥왜 등 6하 원칙을 따라 작성하는 것인데, 비즈니스는 거기에 ⑦금액이 추가된다. 즉, 가장 완벽한 비즈니스 메모는 7하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비즈니스에서는 7하 원칙, 즉 일곱 가지 단어를 한 세트로 기억해야 하는데 그것을 1분 안에 메모하지 않으면 휘발되어 날아간다. 따라서 메모의 골든타임은 1분이다. 


1인 제조는 생산, 검수, 구매, 개발, 영업, 회계, 자금, 대금결제, 물류, 수출입 등 대충 잡아도 매일 짚어봐야 하는 업무만 10여 가지에 이른다. 각 업무당 처리해야 할 일을 하나씩으로만 잡아도 하루 10여 개를 기억해야 하는데, 거기에 전화 상담이나 미팅,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나 구상까지 포함하면 하루 열댓 가지 이상을 메모해야 한다. 


물론 그중에는 1분 내 즉시 처리하는 업무도 있을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메모는 필요 없겠다. 하지만 그런 일이 몇 개나 되겠는가? 하루 최소 열 가지 이상의 일은 메모하지 않으면 날아간다.


메모를 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메모 방법에 대한 책만 해도 수십 권이고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수백 가지 이상의 팁을 얻을 수 있다. 메모 기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나 양식도 온·오프라인에 넘쳐난다. 


100명이면 100명 모두 각자에게 맞는 메모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메모의 대원칙’이 하나 있으니, ‘1분 내에 메모하라’가 그것이다. 1인 기업인은 절대 자신의 기억력을 믿어선 안 된다. 뭔가를 열심히 기억하려 해도 곧이어 새로운 일들이 밀려와 그것을 덮어씌우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메모 방법을 택하든 상관없지만, 언제 어디서든 1분 내 메모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을 선택하라.


또한 메모의 휘발성에 따라 다른 형태의 메모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는 ①포스트잇, ②메모패드(18cm×9cm), ③시스템 다이어리, ④아이폰 메모패드, ⑤구글 드라이브 & 캘린더 등 다섯 가지의 메모 도구를 사용한다. ①포스트잇은 가장 휘발성이 높은 사안(1~2시간 내에 처리해야 하는)을 메모하는 것에, 한 장씩 뜯어 쓰는 ②메모패드는 그다음으로 휘발성이 높은 사안(24시간 내 처리)을 메모하는 데 사용한다. 이 두 가지 도구에 적힌 메모는 해당 사안의 처리가 완료되면 곧바로 휴지통에 버려진다.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에 처리될 수 있는 업무는 ④아이폰 메모패드와 ③시스템 다이어리에 동시에 기록된다. 마지막으로 일주일 이상이 걸리고 몇 차례 나누어 처리해야 하는 사안은 관련 자료를 ⑤구글 드라이브에 모두 저장하고 그에 관한 일정을 ⑤구글 캘린더와 ③시스템 다이어리에 기록한다. ⑤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하는 이유는 제3의 장소에서도 시간 날 때마다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기 위해서다. 인터넷과 PC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 구글 오피스를 활용하여 일처리를 할 수 있다. 나는 1인 기업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MS 아웃룩(Outlook)도 쓰지 않고 무조건 웹 기반 메일 서비스만 사용한다. 어떤 PC에서 일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안의 휘발성에 따라 메모 방법이나 도구를 달리하면 내가 작성한 메모의 양에 비해 쌓이는 메모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아직 처리되지 않은 사안과 관련된 메모만 남기 때문이다.  


83. 내근과 외근의 황금비 


회사에서는 내근을 주로 하는 직원을 알게 모르게 비하하는 경향이 있다. 사무실만 지키고 앉아 있는 사람은 별 실력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중요한 일은 모두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출장, 특히 해외로 가는 직원은 뭔가 큰일을 하는 사람 같고, 하루 종일 회사에 붙어 있는 사람은 그다지 일하는 사람 같지가 않다. 


하지만 생산과 검수 현장을 지키는 것만큼 제조에 있어 중요한 일은 없다. 더구나 혼자 하는 1인 제조회사의 경우 얼마나 지긋하게 현장에 붙어 있느냐가 성공을 가름한다. 왜 그럴까?


첫째, 회사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80%는 그 원인이 회사(현장) 내에 있기 때문이다. 회사 밖의 환경적 요인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20%밖에 안 된다. 그런데도 회사들은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자 시간과 돈을 허비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80%의 문제가 발생하는 회사(현장)에 일하는 시간의 80%를 할애해야 한다. 즉, 내근과 외근의 적정 비율은 80:20쯤이 된다. 일주일에 50시간 일한다면 내근 40시간, 외근 10시간으로 배분하거나, 일주일 중 하루는 전일로 외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회사 현장을 지키는 것이 적절한 것이다. 


둘째, 앞에서도 언급했던 ‘깨진 유리창’을 꼼꼼히 챙기기 위해서다. 1인 기업에서의 깨진 유리창이란 응대하지 않는 전화, 수신하지 않은 이메일, 잠겨 있는 문, 수거하지 않은 우편물, 문 앞에 놓인 생수통과 택배 상자, 문에 덕지덕지 붙은 광고 전단이다. 관리되지 않고 방치된 이런 깨진 유리창이 이를 목격한 고객과 협력회사로 하여금 1인 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든다. 


셋째, 1인 제조에 있어 최고의 영업인 ‘품질’을 위해서다. 1인 제조는 품질밖에 믿을 것이 없다. 역시 앞서 이야기했듯이 최고의 품질보다 더욱 좋은 것은 일관된 품질이고, 이는 검수, 검수, 또 검수하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그러니 단언컨대 검수에 투자하는 내근 시간보다 더 가치 있는 외근 시간은 없다. 


내근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실제 내근 비율을 80 이상으로 고수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웬만큼 밀도 있게 외근 시간을 관리하지 않으면 금방 50:50이 되기 십상인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주간에 발생하는 외근 일정을 가급적 하루 또는 이틀에 집중시켜라. 그리고 그날의 어젠다(Agenda)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어느 정도 준비하고 숙지한 뒤 미팅에 임하라. 그러면 미팅이 신속히 진행되고 그 완결도가 높아지며, 두세 번 만나야 해결되었을 사안을 한 번의 미팅으로 끝낼 수도 있다. 또한 미팅 후에는 반드시 미팅 노트를 작성하여 상대방과 이메일로 공유토록 한다. 그날의 논의가 다시 도돌이표 찍고 원위치로 돌아오는 낭패를 막기 위해서다.  


둘째, 제품의 현장 테스트를 위해 방문하는 경우, 사전에 고객에게 충분히 무상 샘플을 제공하라. 무상이 부담스럽다면 나중에 다시 회수하더라도, 일단은 고객으로 하여금 미리 테스트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나의 현장 테스트 소요 시간을 현격히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두 번 해야 할 테스트를 한 번으로 줄일 수도 있다. 


셋째, 공급하는 제품을 멀리 현장에까지 가서 설치해야 하는 경우, 1인 기업은 제품만을 납품하고 설치는 설치 인력을 아웃소싱하거나 설치 전문 회사와 계약을 통해 대응하라. 아무리 고객이 높은 설치 공임을 제시해도 유혹받지 마라. 1인 제조회사에게는 제조가 본질이고 내근이 핵심임을 망각하지 마라.  



84. 유지 보수를 최소화하라


A는 리터당 8km의 연비를 기록하는 국산 차량, B는 리터당 30km 연비의 외산 차량이다. 정비가 필요할 때면 A는 30분 거리 내에 어디든 깔려 있는 고객서비스센터에 가면 되고, B는 특정 카센터를 가야 정비가 가능하다. A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잔고장이 있지만 웬만한 사고는 24시간 내에 즉시 수리 가능하다. B는 고장이 전혀 없는 반면 작은 사고가 나도 수리하는 데 최소 2주가 걸린다. 또한 A의 수리비는 많아야 몇 십만 원인데 B는 최소 수백만 원이 든다. A는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거래되는데 B는 거래도 흔치 않다.


만일 A와 B의 구매 가격이 동일하다면 당신은 무엇을 택하겠는가? A보다는 B를 택하는 분들이 더 많을 듯하다. 나 역시 매력적인 연비 때문에 B에 마음이 좀 더 기운다.


하지만 1인 기업의 대표로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A를 택해야 한다. A의 경우 연비가 나쁘고 잔고장도 많으니 유지비가 이래저래 좀 더 들겠지만, 그것이 감당 못할 정도로 큰 부담은 아니다. 반면 B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수백만 원의 큰 수리비가 발생하는 데다가 수리 기간도 1인 기업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1인 기업은 2주를 쉬고 나면 두 달이 걸려도 정상적인 일정으로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   

 

1인 기업은 장비를 구매하거나 리스 또는 임대할 때 유지 보수 기간과 비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자주 고장 나도 큰 부담 없이 바로 고쳐 쓸 수 있는 장비와, 고장은 안 나지만 사고가 한 번 터지면 막대한 비용과 수리 기간이 필요한 장비가 있다면 전자를 선택해야 한다. 복수의 장비 구매 여력이 되는 일반 기업이라면 후자를 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 대의 장비가 고장 나 장기간 가동이 불가능하더라도 다른 장비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지 보수의 문제는 비단 고정 자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재고 자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하루만 공기 중에 노출되어도 변질되는 원자재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그 원자재를 구입하려면 최소 한 달 치의 물량을 구매해야 한다고 치자. 


이때 회사는 원자재가 입고되는 순간부터 이의 보관 및 변질 여부 검사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나라면 이 원자재를 투입해야 하는 생산 공정은 외주로 처리하거나 이를 완벽히 보관하고 매일 쓸 양만큼만 배달해주는 보관 전문업체를 물색할 것이다. 


완제품 재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일 어떤 완제품이 특별한 조건에서 보관되지 않으면 며칠 내로 변질되어 판매할 수 없다고 가정하자. 


나라면 이런 제품은 내 1인 기업에서 취급하지 않겠다. 보관비나 설비의 부담과 더불어 영업에서의 부담도 너무 큰 탓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 다 팔아치우지 않으면 폐업 위기까지 몰리는 상황이 언젠가는 틀림없이 올 텐데, 영업력이 부재한 1인 기업에게는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힘이 없다.



85. 해외 출장과 휴가의 최적 시기 


앞에서 이야기했던, 젖소 키우는 분의 인터뷰를 기억하는가? ‘매일 젖을 짜주지 않으면 병에 걸리거나 젖이 말라버리기 때문에 젖소 옆을 하루도 떠날 수가 없다’는 그분의 말을 소개하면서, 나는 그것이 1인 제조의 상황과 무척이나 비슷하다고 이야기했었다.


1인 제조회사는 쉴 날이 없다. 주위에선 남의 속도 모른 채 “일은 쉬어가면서 해야 돼!”라고 충고하지만, 하루 쉬면 다음 날의 상황을 더 감당하기 어려우니 도저히 쉴 수가 없다. 10여 가지 업무를 혼자 처리하다 보니 한 가지 업무가 좀 잠잠해져도 또 다른 업무가 폭풍처럼 밀려온다. ‘다음 달엔 반드시 휴가를 내고 며칠 쉬리라’ 장담하고 달력에 빨간 펜으로 별 다섯 개를 그려놓아도, 막상 그날이 오면 또 다른 일에 파묻혀 휴가는 엄두도 안 난다. 


휴가도 휴가거니와 해외 출장 역시 그림의 떡이다. 우리 업종에 관련된 큰 전시회가 1년에 한 번 미국에서 열린다. 부스 참여는 못하더라도 참관만은 꼭 하고 싶은데 큰 맘 먹고 다녀오자니 일주일이 그냥 날아간다. 일주일의 공백을 메우려면 하루 2시간씩 더 일해도 한 달이 걸린다. 또 그 기간에 얼마나 많은 부재중 전화가 올지, 그래서 귀중한 영업 기회마저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도 걱정이다. 


이러다 보면 몇 년이 가도 휴식다운 휴식, 여행다운 여행, 출장다운 출장 한 번 갈 수가 없다. 그뿐인가. 본인은 탈진하고 가족은 지치고 결국엔 1인 기업도 꺾이고 만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연간 10일 정도는 출장과 가족 여행을 위해 열외로 빼놓아야 한다. 문제는 이 10일의 기간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인데, 솔직히 나는 10일은커녕 그 절반의 시간도 낸 적이 없다. 아니,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무엇보다도 명절 연휴를 잘 활용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해외 출장의 경우 명절 연휴를 포함해서 일정을 잡으면 다녀온 후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고 부재중 전화의 고민도 할 필요가 없다. 다만 전시회와 같은 행사는 우리의 연휴와 일정이 맞지 않으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제조 분야 전시회의 경우, 중국 관람객을 더 유치하기 위해 일부러 중국의 연휴 기간과 맞춰서 개최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춘절(春節)은 우리의 설 명절과 일치하므로 이때 열리는 전시회를 잘 찾아보면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출장을 가족과 함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명절과 출장과 가족 여행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이다. 특히 명절 때는 배우자나 아이들도 다 집에 있기 때문에 각자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부담이 없다. 다만 여행 성수기라 경비가 적지 않게 들 수 있지만, 꼼꼼히 따져보고 미리 준비하면 오히려 경제적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명절 연휴 때는 어느 가정이든 큰 가족 행사가 있다. 그런 행사에 불참하고 출장, 더욱이 가족 여행까지 간다는 것은 큰 심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는 개인마다 다 다를 것이다. 모든 일에는 기회비용이 따르기 마련이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되어 있다. 


나는 ‘명절 출장+가족 여행’의 패키지만큼 최선의 대안은 없다고 본다. 설 연휴 때 못 드린 인사는 추석 연휴 때 만회할 수도 있다. 근본도 예의범절도 없는 녀석이라고 욕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글 : 유재형 RF캠프 대표이사 (jerry.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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