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주부인 미영씨(가명, 49세)는 지난겨울부터 손이 자꾸 가렵고 벌겋게 되면서 좁쌀 같은 농포가 생겼다. 주위에서는 주부 습진이라거나 무좀이라며 각종 민간요법과 연고를 권해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증상이 점점 더 심해져 피부가 갈라지고 젓가락을 잡는 것도 힘들어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수장족저농포증, 손발 건선이었다.
수장족저농포증, 수족장농포증은 손과 발에 나타나는 건선 증상으로 붉은 발진과 함께 노란 농포나 수포가 발생해 피부가 갈라지면서 진물과 피가 난다. 손발 건선 초기 증상은 특히 주부 습진이나 한포진, 무좀 증상과 유사해 조기 진단 시기를 놓치고 건선에 무좀약 등 엉뚱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손발 건선을 습진, 무좀 등 다른 피부 증상으로 오해하고 방치하거나 엉뚱한 치료법을 시도하다 증상이 악화된 이후에야 뒤늦게 정확한 건선 치료제와 치료법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다.” 강남동약한의원 양지은 박사의 설명이다.
양 박사는 이어 “손발에 붉은 발진이나 농포가 생길 경우 가까운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건선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며, 피부의 증상이 심해 농포가 터지거나 피부가 갈라질 경우 상처가 세균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손발 건선은 평소 빨래, 설거지, 청소 등 각종 세제나 미용 제품 등 화학제품 접촉이 많거나 손발을 문지르는 등 물리적 자극이 잦은 경우 증상이 유발되거나 악화되기 쉽다.
같은 병원 이기훈 박사는 “손발 건선은 병변이 피부에 나타나지만, 그 원인은 몸 안에 증가된 해로운 ‘열’로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열’을 조절하는 것이 한의학적 건선치료법의 핵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기훈 박사는 또 “환자의 증상과 상황에 따라 효과적인 건선치료법과 치료제는 각기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을 찾을 필요가 있으며, 환자 스스로도 평소 생활을 건강하게 유지해 더 이상의 ‘열’이 누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건선 피부염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은 박사는 “건선 치료를 위한 생활 습관이라고 해서 특이하거나 거창한 어떤 것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 관리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화학첨가물이 함유된 인스턴트 가공식품이나 기름진 튀김, 술 등 건선에 해로운 음식을 피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삶거나 찌는 담백한 조리법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부 건선을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인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고, 최대한 수면 시간을 확보해 피부를 회복시키고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 건선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양지은 박사는 또 “손발 건선 환자들의 경우 세제나 미용 제품 등 화학제품 접촉이 잦을수록 증상 회복이 더뎌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가급적 피부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무장갑과 면장갑과 고무장갑을 이중으로 착용하는 것이 좋다. 발 건선이 있는 경우 평소 통기가 잘 되는 신발을 신고 여분의 양말을 준비해 수시로 갈아 신는 등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만일 손발에 피가 날 경우 환부를 깨끗하게 소독하고 거즈로 감싸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