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고부가 PCB 공동연구센터는 지식경제부로부터 ‘2008년 공동연구기반구축 사업’ 으로 선정돼 산학연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 기자재, 시험생산설비 구축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기업의 기술혁신 체제를 구축하고, 기술 개발의 효율성 제고 및 개발 기술의 사업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 8년간 고부가 PCB공동연구센터을 이끌고 있는 김경민 교수를 만나 센터의 지난 발자취와 성과, 그리고 국내 PCB 산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Q. 고부가 PCB공동연구센터의 지난 발자취에 대한 소개와 지금까지 운영돼 오면서 이룬 가장 커다란 성과는.
A. 인쇄회로기판으로 불리는 PCB(Printed Circuit Board)는 전자 제품을 비롯한 모든 산업에 쓰이는 핵심 부품으로 컴퓨터, 휴대폰 등 전방 산업과 화공약품, 표면처리 같은 후방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대표적인 성장 산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술력에서 일본과 대만에 뒤지고,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량 기준으로 중국, 일본, 대만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저부가 구조로 인해 국내 PCB 업계는 성장 동력을 잃고 현상 유지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위기의식을 느낀 동종 업체들이 모여 결성한 포럼 운영을 통해 PCB 제작 및 평가, 반도체 Packaging, 표면처리 등 는 고부가 PCB 개발만이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정부와 경기도, 대학 당국을 설득해 2008년 11월부터 5년 간 총 73억 원을 지원받기로 하고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기술혁신파크 내에 ‘고부가PCB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센터는 저부가 생산 구조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PCB 산업을 선진국 수준의 고부가 구조로 변모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 산학연 기술지원 체제 구축 ▲ PCB 전문 인력 양성 ▲ 공동연구개발 워킹그룹 운영 등을 주력 사업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PCB센터가 설립되는 과정에서 미국발 금융 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장비 구입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는 등 난관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5월 PCB센터에 클린룸, 미세회로 공정실, 레이저드릴 및 분석실, 신뢰성 분석실 및 사무 공간 등을 갖춰 필수 장비 위주로 장비 구입을 최소화하고 한국산업기술대학교가 보유하고 있던 열 충격시험기, 항온항습기, 실크스크린 등 8종의 신뢰성 평가 장비 및 PCB관련 장비까지 이전 설치했다.
외형을 갖춘 PCB센터는 2009년 6월에 개설된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장비 이용 안내, PCB 불량해석 자료, 논문 자료, 도서 자료, 기술동향 자료, 업계 소식 등을 관련 기업에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사업 초기인 2009년도 25건에 불과하던 장비활용 건수가 2016년 7월 현재 9,300건으로 급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밖에 업계의 애로 해결을 위해 불량해석 자문에도 적극 나서 사업초기 14건이던 기술 지도와 자문 활동이 2016년도 7월 현재 160건으로 대폭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Q. 고부가 PCB공동연구센터의 올해 주력 사업은 어떤 것들이 있나.
A. 지금까지 진행해온 PCB관련 Pilot 장비를 활용한 Foundary service, Test Bed Service 및 재직자 교육 외에 올해는 마이크로 전자제조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집중지원센터(ICC)를 설립해 통합지원서비스 제공할 예정이다.
미래 전략산업인 Flexible, Wearable 디바이스, Smart, Green 자동차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간 산업으로 PCB 및 SMT 등 인쇄전자 분야, TSP(터치패널) 등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 그리고 자동차 전장부품 분야를 아우르는 마이크로 전자제조 산업(MEMI)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첫째, 장비활용결과물(PES) 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장비의 단순 활용인 단기 수요기반 서비스보다는 PCB제조 Pilot Line과 대학 공용장비 지원센터의 정밀 분석 및 3차원 측정 기능을 연계해 장비활용결과물(PES) 형태의 기업 지원을 추진할 것이다. 또한 제품의 아이디어 도출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품 개발 및 상용화 단계까지 기업 사업화 단계에 맞춰 기업의 시장 진입에 즉시 활용가능한 결과물을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설계에서부터 최종 신뢰성 검증에 이르기까지 수요가 있는 중소업을 대상으로 통합 지원이 가능한 절차와 협력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설계(불량해석) ⇒ 시제품 제작 지원 ⇒ 공정 최적화 및 특성 분석 ⇒ 내구성 및 신뢰성 검증’ 단계로 이어지는 통합지원시스템(TSP) 지원 체제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 고부가 PCB공동연구센터의 사업화 생태계 조성 사업
Q. 전자 산업분야에서 중추역할을 한다는 PCB 그만큼 중요하다. 그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달라.
A. PCB는 페놀이나 에폭시 등의 절연판에 구리 등 도체를 입혀 전기회로를 형성한 기판으로 전자 제품의 신경에 해당하며, 전자부품을 고정시키고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기능성 부품으로 컴퓨터, 휴대폰, 반도체, 가전제품 등 모든 전자·정보기기에 사용되며, 자동차 전장품 등에 사용되는 전자 산업의 핵심 부품이다.
1963년 단면PCB 등장 이후 양면, 다층PCB 등이 차례로 개발됐으며, 1980년 FPCB(Flexible PCB:연성회로기판) 양산 이후 최근 LED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휴대용기기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로 반도체용 IC-Substrate, FPCB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Q. 전반적인 국내 PCB 시장에 대해 평가해 달라.
A. 작년 국내의 PCB 관련 총생산은 국내 휴대폰 산업의 성장 부진으로 전년 대비 7% 감소한 13조 원 규모로 집계됐다. 2015년 이후 FPCB 기판 생산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관련 원자재, 설비, 외주 가공 등 전 분야의 생산이 감소했다.
PCB 완제품, 원소재, 공정 소재, 설비, 외주 전문가공을 생산하는 업체로 구성된 PCB 산업체는 2014년 842개사(종사자수 38,790명)으로 전년 대비 5~10% 감소했다. PCB 관련 총 생산 효율은 3.4억 원/명 수준으로 부가가치가 양호하나, 업종별 쏠림 현상이 크게 나타났다.
PCB 기판 및 소재의 생산 효율은 4.3~5.9억 원/명으로 부가가치가 양호하나, 외주 가공의 생산 효율은 0.77억원/명 수준으로 부가가치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PCB 원자재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약 2.9% 감소한 1.65조 원으로, 원자재의 무역수지는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 Flexible PCB용 FCCL의 경우 국내 생산 감소로 인해 –5.3%의 저성장을 기록했다. 반면, 2015년 무역수지는 전체 17.2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PCB기판의 경우 19.6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반면, PCB 원소재의 경우 2.4억 달러 적자를 보였다.
Q. 국내 PCB 시장의 기술 수준은 어느 단계이며, 보완 혹은 개발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A. 고집적, 미세선폭, 임베디드(Embedded) PCB, 박판화 등은 최고 기술을 보유한 일본의 90% 수준으로 대만과는 비슷한 수준이며, 중국보다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소재 및 설비 기술이 취약하다.
장치 산업이라 불리는 PCB 제조 산업의 특성상 이미 검증된 장비를 구입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자동으로 확보하게 되어, 국내 기술력은 과거 열세로 평가됐던 대만이나 중국에 비해 기술적인 측면과 특히 가격적인 측면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는 한일 간 기술 격차가 여전한 반면, 중화권(대만, 중국)과의 기술 격차는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용, 플렉시블용 등 고부가 PCB 분야에서 소재 및 설비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PCB 시장(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대만은 우리와 기술 수준은 비슷하나, 탄탄한 소재 및 설비 산업의 인프라와 가격 경쟁력(중국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고부가 PCB 시장 등에서 추격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저가(범용) PCB 생산을 통해 전세계 PCB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외주기업의 생산성은 일본 외주기업 대비 40~50% 수준으로, 외주기업의 전문성 강화 및 업종 전반에 걸친 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기업수 및 종업원수 면에서 1.3~1.5배 이상 규모이나, 총 매출 규모는 0.63배로 생산성이 매우 열악하다. 일본은 기업당 평균 66.7억 매출액, 인원당 평균 3억 매출액인 반면, 한국은 기업당 평균 33.3억 매출액, 인원당 평균 1.26억 매출액을 보였다.
또한, 일본은 외주가공 업종 전반에 걸쳐 고른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나, 한국은 드릴가공 및 도금 분야에서의 편중이 심하므로 외주 업종 전반에 걸친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은 도금 업종에서의 매출 비중이 큰 것으로 보이고 있으나, 도금 원소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PCB 소재, 에칭 용액 등 케미칼 소재 등 후방 산업인 PCB 소재 성능에 따라 전자 제품 등의 성능, 크기, 디자인이 결정된다.
따라서 신시장 확보를 위해 미래 스마트기기용 PCB, 미래 자동차용 PCB, 우주항공용 PCB, U-health, Robot용 PCB 분야의 R&D 및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Q. 국내 PCB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과 산하기관, 정부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각 주체별 역할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A. 국내 생산하는 PCB 제품의 소재 대부분을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대외 시장 환경 변화에 취약하고 대외 의존이 심하다. PCB 기업이 자발적 기술 혁신을 통해 PCB 신제품을 개발을 통한 국산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PCB 산업이 수요 업체의 주문생산 구조로 형성돼 있고, 중소기업을 위한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 품질, 신뢰성 확보를 위한 인프라가 대단히 취약하다.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인프라 구축 지원 확대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산하기관은 ▲ PCB 수요기업과 PCB 기업 간 기술 및 정보 교류 지원 시스템의 구축▲ PCB 전후방 산업의 교류 및 혁신 강화 방안 마련 ▲ PCB 공정/소재/장비 및 차세대 PCB 기술로드맵 수립 및 배포 ▲ 중견-중소기업 대상 맞춤형 발전 방안 제시 ▲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성장 정책 마련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김진희 기자 (eled@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