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DX)은 더 이상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운영은 이미 많은 기업의 일상이 됐다. 이제 산업계의 질문은 다음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과연 공장과 설비, 생산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전환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끌 것인가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한국산업지능화협회는 이 질문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조직 중 하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견인해 왔다.
법·제도 정비부터 산업 AI 협력 생태계 구축, 기업 현장 중심의 인재 양성까지 협회의 역할은 산업 전반을 관통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제조 자동화를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자율제조, 데이터 주권을 전제로 한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 그리고 물리적 세계와 결합하는 Physical AI까지 산업 패러다임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협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만난 이길선 전무는 “앞으로의 경쟁력은 기술 보유 여부가 아니라, 누가 먼저 현장에 적용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산업 AX 시대를 앞두고, 협회가 그리고 있는 다음 10년의 청사진을 짚어봤다.
Q1. 한국산업지능화협회는 2015년 출범 이후 10주년을 맞았다. 협회 설립 이후 지금까지의 여정 가운데, 국내 산업 지능화 확산 측면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성과를 꼽는다면?
A. 협회는 지난 10년간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 왔다. 특히 산업 디지털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법·정책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2022년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시행을 계기로 민간 대표 기구로서 특수법인 재인가를 받았고, 이를 통해 국가 DX 정책의 공식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성과는 개별 기업 단위로 파편화돼 있던 디지털 역량을 ‘산업 AI 얼라이언스’라는 협력 체계로 결집시킨 점이다. 가전, 미래차, 조선 등 10대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이 함께 DX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민간 주도형 협력 모델을 정착시켰다고 평가한다.
Q2. 지난 10년이 산업 자동화와 디지털 전환의 기반을 다진 시기였다면, 앞으로의 10년은 DX를 넘어 AX로 확장되는 시기로 보인다. 협회가 그리고 있는 중장기 비전과 전략적 방향성은 무엇인가?
A. 앞으로의 10년은 AI가 산업 전반에 내재화되는 AX(AI Transformation)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본다. 협회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국내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중장기 비전은 ‘산업 AI 내재화를 통한 글로벌 산업 강국 도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 강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설정했다. 산업AI EXPO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통해 기업 간 네트워킹을 촉진하고, 데이터 플랫폼 및 규제샌드박스 사업을 연계해 기술 상용화와 현장 적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DX 아카데미와 산업 AX 교육을 확대해 중소·중견기업의 인재 양성과 역량 고도화를 돕고, 현장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사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국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Q3. 2026년 협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핵심 사업이나 정책 연계 활동은 무엇이며, 그 배경은 무엇인가?
A. 산업통상자원부의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얼라이언스’ 지원을 통해, 단순한 공정 자동화를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 생태계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하나의 축은 산업 AI 스타트업 육성이다. 협회는 AI 기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팁스(TIPS) 운영 기관으로 선정된 만큼, 창업 초기 단계부터 보육·육성·투자까지 이어지는 성장 지원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술 발전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지체’ 문제 해소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협회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지원 기관으로서, 기업들이 기술 구현 과정에서 겪는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로봇 안전 기준 마련이 대표적 사례다. 과거에는 휴머노이드나 자율주행 로봇이 산업 현장에 투입되려 해도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실증 단계에서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협회는 기획형 규제샌드박스 과제를 통해 실증 특례 기회를 확대하고, 정책 제언을 통해 산업 AI 생태계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Q4. 산업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술 도입뿐 아니라 현장 중심의 인재 양성과 기업 역량 고도화가 중요하다. 협회 차원의 인재 양성 및 중소·중견기업 지원 전략은?
A. 지난해 협회는 ‘디지털 전환 추진 키포인트 레슨’ 웨비나를 통해 디지털 전환 기술과 성공 사례를 공유하며 산업계 확산을 지원했다. 동시에 산업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를 목표로 데이터 수집과 시각화 역량을 키우는 산업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도 추진했다.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전환 아카데미와 DX 전문 자격 과정도 운영 중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을 통해 기업의 디지털 역량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단순한 기술 도입만으로는 현장 실패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현장 적용’과 ‘인재 육성’을 연계한 맞춤형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초기 비용 부담, 전문 인력 부족, 데이터·인프라 미비라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Q5. 제조 현장에서 AI와 디지털 기술 도입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며, 협회는 이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는가?
A. 첫 번째 장벽은 높은 초기 투자비용과 불확실한 투자 대비 효과다.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AI 도입이 수억 원 단위의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생산성 향상에 대한 데이터 기반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다.
두 번째는 현장 인력 부족과 심리적 저항이다. 숙련 인력은 디지털 도구에 익숙하지 않고, 젊은 디지털 인력은 제조 현장을 기피하는 인력 미스매치가 존재한다. 여기에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파편화와 보안 우려가 있다. 제조 현장 데이터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AI 학습에 바로 활용하기 어렵고, 핵심 공정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로 클라우드 활용을 꺼리는 기업도 많다.
협회는 이러한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라이징 리더스 300’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초기 구축 비용 부담을 낮추고, 스마트팩토리 구축 전문가 과정 등 현장 밀착형 재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 구축을 통해 데이터 표준화와 안전한 활용 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Q6.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 추진 배경과, 본격 구축 시 기대되는 변화는 무엇인가?
A.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는 데이터를 중앙에 모으지 않고, 기업이 데이터 주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필요한 경우에만 안전하게 연결·공유하는 분산형 데이터 공유 체계다. 기존 중앙집중형 방식으로는 글로벌 규제 대응과 기업 간 신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처럼 제품 전 생애주기 데이터를 요구하는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공급망 차원의 데이터 협업은 필수가 되고 있다. 동시에 기업들은 영업비밀 노출 우려로 데이터 집중을 꺼린다.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는 데이터 소유자가 접근 권한과 사용 조건을 직접 통제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 체계가 구축되면 제조·에너지·모빌리티 등 이종 산업 간 데이터 결합이 가능해지고,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 화재 예방이나 재생에너지 통합 관리와 같은 융합 서비스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Q7. 데이터 보안, 표준, 수익 모델 등 산업 데이터 활용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협회는 어떤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가?
A. 협회는 국가기술표준원의 표준개발 협력 기관(COSD)으로서 제조 데이터 표준 제·개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산업 데이터 표준의 확산을 통해 서로 다른 시스템 간 활용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AAS(자산관리셸) 표준이다. 이는 기계와 장비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국제 표준 메타모델로, 서로 다른 제조사의 장비가 동일한 언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보안과 수익 모델 측면에서는 산업 데이터 거래 가이드라인이 핵심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데이터 생성자와 이용자 간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고, 표준계약서를 통해 사용권과 수익권을 명확히 해 분쟁을 예방한다. 중소기업의 데이터 거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안전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 도구로 기능할 것으로 본다.
Q8. 2026년 산업계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A. ‘Physical AI’다. CES 2026에서 확인했듯, 생성형 AI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과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술 개념을 제시하는 단계를 넘어, 누가 더 빠르게 현장에 적용했는지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AI는 이제 소프트웨어 영역을 넘어 로봇, 자율주행, 제조 설비와 결합하며 산업 현장의 핵심 엔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캐터필러나 존디어와 같은 기업들이 단순 장비 제조사를 넘어 AI·로보틱스 기반 기업으로 전환하는 흐름이 이를 잘 보여준다.
Q9. AW 2026(오토메이션월드 2026)에서 협회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A. AW 2026에서는 ‘AI 팩토리 특별관’을 신설해 AI HW부터 SW, 인프라, 플랫폼, 로보틱스까지 자율제조를 구현하는 기술과 사례를 선보일 예정이다. 포스코DX,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CJ올리브네트웍스 등 주요 산업 AX 기업들이 참여한다.
컨퍼런스는 ‘AI-Native 제조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AI가 주도하는 자율·지능형 제조 패러다임과 글로벌 적용 사례를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다. 그간 미래 지향적 기술 개념을 제시해왔다면, 이번에는 실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기술과 상용화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AW 2026은 산업 AI 내재화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무대가 될 것이며, 국내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헬로티 임근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