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오리는 얇은 전기 세포를 여러 개 쌓아 올려 수백 볼트의 고전압 전기를 만든다. 이러한 생체 원리를 모방해 고전압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발전 기술이 개발됐다. UNIST는 에너지화학공학과 고현협 교수팀이 스스로 전기를 생성하는 두께 0.2밀리미터의 얇은 전기셀을 개발하고, 이를 적층해 100V의 전압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전기가오리는 전기 세포 하나당 약 0.1V의 전압만을 만들 수 있지만, 세포를 직렬로 쌓는 방식으로 100~200V에 이르는 고전압을 생성한다. 이는 각 전기 세포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 다른 전하 분포(+,-)를 지녀, 차곡차곡 쌓으면 건전지를 직렬로 연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구조를 모방해 자극 없이도 전기를 생성할 수 있는 0.2밀리미터 두께의 전기셀을 구현했다. 이 전기셀은 양전하(+) 고분자 박막과 음전하(-) 고분자 박막이 맞닿은 이종 접합 이중층 구조로, 두 박막층이 만나 형성된 전기장이 각 박막 내부의 양이온과 음이온을 계면에 집중시키는 원리를 활용한다. 이온들이 경계면에서 대치하며 생체 세포막의 막전위와 유사한 전압이 발생한다. 막전위는 세포막 안팎에서 양이온과 음이온이 대치하며 형성되는 전기적 위치에너지 차이다.
개발된 전기셀 하나는 0.71V의 전압을 기록했다. 이는 동일 전하의 고분자층을 맞붙인 동종 접합 구조 대비 30배 이상 향상된 수치다. 연구팀은 이 전기셀을 전기가오리의 전기세포처럼 위로 적층해 100V 이상의 고전압을 확보했으며, 적층 모듈을 이용해 6W급 상용 LED 전구와 전자계산기, 디지털 손목 시계를 실제로 작동시켰다.
내구성과 환경 적응력도 확인됐다. 단위 전기셀을 3000회 이상 늘렸다 줄이는 반복 변형을 가하거나 원래 길이의 1.5배까지 잡아당겨도 전압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고, 여러 겹을 적층한 상태에서도 굽힘과 신장에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또한 건조한 환경부터 습도 90%에 이르는 고습 환경까지 주변 습도가 변화해도 급격한 출력 저하 없이 성능을 유지했다. 이는 옷이나 피부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상용화될 경우, 지속적인 움직임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에는 에너지화학공학과 이승재 연구원, 이영오 박사, 박철홍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생체 세포막에서 이온이 선택적으로 이동할 때 전압이 발생하는 막전위 현상에 착안해 단위 전기셀을 개발하고, 이를 전기가오리처럼 적층해 고전압 전기를 생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현협 교수는 “별도의 외부 에너지원 없이 소재 내부 이온 이동을 정밀하게 설계해 고전압을 생성하는 원천 기술”이라며 “바람, 태양, 압력, 온도차 등에 의존하는 기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과 달리 외부 자극과 무관해 웨어러블 전원 장치의 유지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빛, 진동, 열 등의 미세 에너지를 포집해 전력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과학기술분야 개인기초연구사업과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와일리에서 발행하는 세계적인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지난달 8일자로 온라인 게재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