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뒷단의 산업이 아닙니다. ‘황’ 기자의 헬로로지스틱스는 글로벌과 국내 물류 시장에서 벌어지는 변화와 혁신을 쉽고 깊게 풀어내고자 마련한 고정 기획입니다. 현장의 목소리와 산업의 흐름을 담아 물류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더하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국내 물류업계에서 중대형 전기화물차 도입과 확대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와 대기환경 개선 요구가 맞물리면서,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물류 현장에서의 전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 택배사와 운송업체들이 친환경 경영 전략의 핵심 축으로 중대형 전기화물차를 꼽으면서 업계 안팎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9월 30일, 국회에서는 ‘중·대형 전기화물차 보급 정책 마련 세미나’가 열려 물류계와 산업계 전반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대형 전기화물차, 왜 ‘지금’인가
탄소중립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글로벌 과제다. 그중에서도 교통·물류 부문은 그 핵심에 있다.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를 차지하는 수송 부문 중에서도 중·대형 화물차는 배출 비중에서 절대적이다. 승용차에 비해 수십 배의 배출량을 내뿜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특히 장거리·고중량 주행 중심의 중대형 화물차는 디젤 엔진 의존도가 높아 친환경 전환 없이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열린 이번 국회 세미나는 중대형 전기화물차가 보급되어야 하는 시점이 왜 지금부터인지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자리였다. 세미나에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은 “소형 전기화물차 중심의 보급을 넘어 중·대형급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돼야 한다”라고 입을 모았다.
중대형 전기화물차의 보급에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 미국은 2035년까지 화물 운송 차량의 무공해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은 CO₂ 배출 기준을 강화하며 대형 전기트럭 도입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전기버스 시장 장악을 기반으로 전기트럭 분야 점유율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반면 한국은 소형차 중심의 보급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대형 전기화물차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의 열쇠”라고 역설했다.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현장, 그리고 뒷받침되어야 하는 정책
중대형 전기화물차 보급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보조금 정책의 사각지대다. 현재 보조금은 소형(1톤)과 대형(11톤 이상)에 집중돼 있고 실제 물류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2.5~5톤급 중형 차량은 제외돼 있다. 국민대 권용주 교수는 “같은 물류인데 중물류 구간이 빠져 있는 것은 정책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현장의 전환을 가로막는 구조적 제약이다.
충전 인프라도 병목이다. 국내에는 아직 중대형 전기화물차를 위한 전용 인프라가 사실상 부재하다. 게다가 차량 크기 탓에 기존 충전소에 진입조차 어렵고, 충전 시간도 길어 운송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중대형 전기화물차에 적합한 급속충전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는 워터(WATER)의 유대원 대표는 “물류 거점·항만·고속도로에 메가와트급 충전소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2027년까지 1700개 충전소 구축 계획을 세운 반면 한국은 2028년 이후에야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MCS)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만 봐도 우리는 주요 국가의 정책에 비해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미나에 모인 전문가들이 낸 목소리는?
그래서 더 큰 의미를 갖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박지영 선임연구위원은 “중대형 전기트럭은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전략”이라며 보급 가속화를 주문했고, 인하대 김대진 교수는 충전 인프라 확충과 보조금 확대, 산업 생태계 육성 필요성을 제시했다.
국민대학교 권용주 교수는 중형급 차량의 보조금 배제에 대해 지적했으며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트럭 판매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워터 유대원 대표는 “거점 기반 메가와트 충전 인프라”를, 신은규 사무국장은 “보조금 확대”를 각각 강조했다. 이번 세미나는 보급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넘어 제도·인프라·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중대형 전기화물차의 보급, 물류에 어떤 영향?
그렇다면, 만약 중대형 전기화물차의 보급이 일반화된다면 물류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중대형 전기화물차 보급은 물류 산업의 구조를 바꿀 것이다. 전기차 특유의 높은 토크는 운송 효율성을 높이고 단순한 구조는 정비비 절감 효과를 줄 것이다. 도심에서는 소음·매연 저감 효과가 뚜렷할 것이고 산업적으로는 배터리·충전기술·부품 국산화 등 새로운 가치사슬이 창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부담도 있다. 기본적으로 전기트럭은 경유 차량보다 가격이 두세 배 비싸고 배터리 교체와 감가상각은 사업자에게 큰 리스크다. 따라서 정부 보조금 없이는 중소 운송업체가 직접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클 가능성이 있다. 중국산 저가 전기트럭의 대규모 시장 진입 가능성도 위협이다. 국산 모델 지원, 부품 표준화, 충전 인프라·보조금 연계 정책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지속가능한 물류의 완성, ‘전기화물차’가 핵심
이번 세미나에 참여한 워터의 유대원 대표는 지금 시점이 지속가능한 물류 구축을 위한 전기화물차 보급의 골든타임임을 강조하며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2025~2027년 시범 인프라 구축, 2028~2030년 메가와트 충전 인프라 본격 도입, 2031년 이후 재생에너지 연계·5분 충전 구현이라는 3단계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계획이 아니라 한국 물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청사진이라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결국 중대형 전기화물차 보급은 환경·산업·물류·소비자 모두에게 직결되는 과제다. 성공한다면 한국은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이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이와 반대로 보급에 실패한다면 산업 전반이 경쟁력 상실의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물류산업을 구축하기 위해서 중대형 전기화물차 보급은 더 이상 미래의 과제가 아닌, 바로 지금 해결해야 할 숙제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