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티프테크놀로지스 임정환 대표 인터뷰
많은 AI 스타트업이 오픈소스 기반 모델을 적절히 조합하고 조정해 서비스를 구현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흐름에 대응하고, 현실적인 자원 제약 속에서 효과를 내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델 구조 자체를 고민하고, 핵심 기술을 직접 설계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주목받는다. 조립에서 설계로의 전환, 그 방향성을 실천하는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이야기다. 이들은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를 아우르는 멀티모달 모델을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빠르게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오픈소스 생태계에 기회 있다’ 모티프의 전략은?
생성형 AI 기술이 급속히 진화하는 가운데,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이하 모티프)가 AI 모델 자체 개발과 오픈소스 전략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비디오까지 아우르는 멀티모달 모델 개발 역량과 자체 아키텍처 설계로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AI 분야에서 대기업 중심의 개발이 이뤄지는 흐름 속에서, 창업 6개월 만에 이 같은 성과를 기록한 모티프의 행보는 국내 AI 생태계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대한 전략적 접근, 고객 맞춤형 AX 비즈니스, 조직 문화 혁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모티프의 방향성은 AI 스타트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모티프는 정부의 K-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최종 10개 팀에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비록 최종 다섯 곳에는 들지 못했지만, 모티프는 이번 도전으로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 정부 사업 지원으로 기술력과 기업 브랜드를 대외적으로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모티프 임정환 대표는 “이번 경험은 모티프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산업 내 신뢰를 쌓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가 아닌 AMD GPU 인프라에서 독자적으로 모델을 학습하고, 26억 파라미터 규모의 소형언어모델 ‘모티프 2.6B’를 오픈소스로 공개한 이력은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도 드문 행보다.
모티프는 지난 2월 공식 출범 이후 텍스트 기반 언어모델은 물론 이미지와 비디오 생성까지 아우르는 멀티모달 AI 기술 기업으로 빠르게 자리잡는 중이다. 모티프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모델을 학습시키는 수준이 아닌, AI 모델의 아키텍처 자체를 설계하고 새로운 학습 기법을 연구하며 본질적인 성능 향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모티프는 관련 기술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어가는 회사다. 특히 오픈소스로 기술력을 검증받겠다는 전략은 초기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이다. 소규모 팀 구성에도 불구하고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는 점은 내부의 탄탄한 연구력과 조직 문화의 힘을 방증한다.

사용자 경험 중심의 개발을 추구하다
모티프 2.6B의 경우 공개 당시 짧은 문장 위주로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곧바로 버전 업을 통해 긴 문장까지 커버 가능한 형태로 개선됐다. 해당 모델은 허깅페이스에서 오픈소스로 배포됐으며, 수천 단위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오픈소스 모델은 뛰어난 성능을 보여도 인지도가 낮으면 외면받기 쉽지만, 모티프 모델은 기술력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임정환 대표는 “우리 모델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엔지니어들이 성능을 좋게 평가해줘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모델 개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출된 최적화 소프트웨어도 함께 공개하며 기술 생태계 전반에 기여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러한 모티프의 접근은 AI 모델 아키텍처 설계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임정환 대표는 “우리는 최신 기술을 조합해 새로운 구조를 직접 실험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발 중인 13B 모델에는 기존 공개된 어떤 아키텍처와도 다른 독자적인 구조가 적용됐다. 이에 임정환 대표는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접근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평을 남겼다.
아키텍처 설계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 방식에서도 차별화가 이뤄진다. 오픈소스에서 흔히 공개되는 것은 학습 데이터의 양적 비율이지만, 실제로 모델 성능에 중요한 건 데이터의 정제 방식과 순서, 즉 조리법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모티프는 이 영역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지만 강력한 성능의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모티프 2.6B는 최신 빅테크 모델과 비교해 세 배 이상 큰 모델들과 견줄 수 있는 성능을 발휘했다.
모티프의 기술 전략은 멀티모달 AI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텍스트 기반 언어 모델을 넘어서 이미지 생성 모델을 이미 자체 개발 완료했고, 현재는 비디오 생성 모델까지 개발 중이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 데모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웹 서비스에서 이미지 생성 기능을 제공 중이다. 특히 이미지 생성 모델은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사용자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 같은 멀티모달 모델 개발은 국내에서 드물게 모티프만이 전방위적으로 수행 중인 영역으로, 글로벌 경쟁을 위해 필수적인 AI 기술 범주로 꼽힌다. 특히 이미지 생성 모델 역시 텍스트 모델처럼 완전한 자체 개발을 통해 공개된 것이며, 이는 모티프의 AI 기술 수준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
모티프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단기적으로는 AX 비즈니스를 통해 매출을 창출하는 구조에 집중하며, 특히 금융권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투자 분석, 기업 리서치, 금융 콘텐츠 자동화 등의 분야에 특화한 AI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임정환 대표는 “AI가 가장 잘하는 일 중 하나가 복잡한 정보를 구조화하는 것인데, 이는 금융 서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며, 사용자 편의성을 기반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온디바이스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한 소형 모델도 지속 개발 중이다. 이는 사용자가 로컬 환경에서 AI를 구동하고자 하는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해당 모델은 범용성을 기반으로 하되, 개별 사용자나 기업의 요구에 맞춰 최적화하도록 설계됐다. B2B 중심의 전략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B2C 플랫폼도 동시 개발 중이라는 점에서, 모티프의 수익 전략은 기술과 상용화의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
모티프는 단기간 내에 AI 기술력, 오픈소스 생태계 기여, 수익모델 구상, 조직문화 혁신 등 다방면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단순한 기술력의 결과만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자율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조직 철학에서 비롯된 성과다.
임정환 대표는 ‘무한한 자유를 줄 테니, 무한한 책임을 지자’는 말을 조직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이런 문화 속에서 모티프의 구성원은 대기업 대비 적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최신 AI 모델을 경쟁력 있게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특히 AI 기술과 관련해 점수 중심의 경쟁이 아닌 실제 사용자 경험 중심의 개발을 강조하며, 현실에서 사용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수준의 LLM 모델과 비디오 생성 모델을 출시하고, 한국에서 독자적인 AI 아키텍처를 가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확실한 입지를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빠르게 변하는 생성형 AI 시장 속에서 모티프는 선도적인 실험과 시도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