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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온앤오프] '기술로 맞선 병해충 전쟁’ 스마트팜이 바꾼 농지와 식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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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세상을 바꿉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과 현장 안에서 일어납니다. [TECH온앤오프]는 기술이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이전’과 ‘이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유즈 케이스 기반 스토리텔링 시리즈입니다. 기술 도입 전의 고민과 한계, 도입 과정 그리고 변화 이후의 놀라운 성과까지,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냅니다. 기술이 어떻게 경험을 바꾸고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러한 가치를 TECH온앤오프에 담아봤습니다.

 

[세줄 요약]

 

·병해충 대응, 이제는 감(感)보다 데이터…농가 방제 방식의 근본적 변화

·정부 지원·AI·IoT 기술 접목으로 병충해 피해 50%↓생산성 25%↑ 실증

·드론·센서·앱 기반 스마트 방제 확산…노동·농약 줄이고 정밀농업 실현 중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 아래 과수원에서 농부는 나뭇잎을 샅샅이 살핀다. 해충이 낸 작은 흠집 하나에도 수확이 달라지기에 농부의 지난날들은 병해충과 벌이는 끊임없는 눈치 싸움의 날들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 풍경이 바뀌고 있다. 이제 농부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센서와 드론이 전하는 실시간 경보에 귀를 기울인다. 과거에는 해충과 감(感)으로 싸웠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기술이 그들과 맞서는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다.

 

OFF : 경험과 노동에 기댄 방제

 

스마트농업 이전의 병해충 대응은 말 그대로 맨눈과 손에 의존했다. 병해충 발생을 알아채는 일부터 방제 시기 결정까지 농부의 경험과 육감이 전부였다. 작은 덫과 끈끈이로 해충을 잡아 수를 세어보거나 마을 이장님 방송으로 전해 듣는 병해충 발생 경보에 따라 부랴부랴 농약통을 메고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해마다 농작물의 20~40%가 병해충으로 손실된다는 FAO 통계처럼 제때 잡지 못한 해충은 심각한 피해를 남겼다.

 

결국 확실한 대응법은 예방 차원의 일괄 살포였고 농약 사용량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마늘밭 1300평을 사람 손으로 일일이 방제하려면 농부 부부가 수일간 중노동을 해야 했다. 이처럼 병해충 관리는 오랫동안 농민의 노동력과 감각에 달려 있었던 셈이다.

 

 

ON : 데이터와 자동화로 이뤄낸 정밀 방제

 

스마트농업 기술 도입 이후 병해충과 싸움 양상은 크게 바뀌었다. 농부의 눈과 귀 대신 곳곳에 설치된 센서와 카메라가 온도·습도·토양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포획 트랩이 해충 동향을 실시간 파악한다. 가령 경북 안동의 한 스마트 과수원에는 IT 기반 페로몬 트랩과 AI 카메라가 해충을 자동으로 유인·촬영하여 종류와 개체수를 분석한다. 농장 구석구석에 쳐진 자동 방조망은 해충의 접근을 막고, 드론은 일정 시간마다 포인트를 돌며 예찰 비행을 수행한다.

 

 

농촌진흥청 등에서는 스마트폰 사진 한 장으로 작물 병해를 진단하고 맞춤형 처방까지 제시하는 AI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이러한 AI·IoT 기반 진단·예찰·방제 기술 덕분에 해충 발생 초기에 정밀 대응이 가능해졌다. 일례로 과수원 주인은 출타 중에도 모바일 앱으로 밭 상황을 확인하고 해충이 보이면 원격으로 살충제를 살포할 수 있다. 과거에 해충 발생을 나중에야 알아채 일괄 방제했다면, 이제는 데이터 경보에 따라 필요한 구역에만 신속히 방제하는 정밀농업이 현실화되고 있다.

 

스마트 농업 정책과 현장 실험

 

스마트 농업으로의 전환 뒤에는 정부와 현장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정부는 2023년 스마트농업 촉진법 시행과 함께 각지에 스마트농업 혁신지구를 지정하고 2025년 예산에도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 3곳 조성에 13억 원을 반영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다년간 축적한 병해충 진단·처방 데이터베이스를 AI에 학습시키고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AI 병해충 진단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경북 안동 ‘노지 사과 스마트농업 시범사업’은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지난 2020~2022년 정부와 지자체는 245억 원을 투입해 61.5ha 규모의 스마트 과수단지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각종 첨단 장비 실증을 진행했다. 이는 기존에 딸기·토마토 등 시설하우스 작물에 한정됐던 스마트팜 기술을 노지 과수까지 확대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연구진과 현장 농민들은 함께 시행착오를 거치며 센서 내구성, 통신망 구축, AI 정확도 등을 개선해왔다. 그 결과 불가능해 보이던 노지 작물의 스마트 방제가 현실이 되면서 이러한 현장 실증과 정책 지원 선순환이 다른 작물(마늘·고추 등)로도 확산 중이다.

 

기술 혁신이 가져온 성과와 의미

 

스마트농업이 도입된 이후 거둔 성과는 수치로도 뚜렷하다. 경북도 분석에 따르면 안동 스마트 과수원 도입 후 생산성은 25% 증가하고 상품 과일 비율이 10% 높아졌다. 관수·관비 노동시간과 병충해 피해는 각각 54%와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도입만으로 해충 피해를 반 절로 줄이고 수확량을 크게 늘린 것이다. 더불어 농약 사용량 감소도 유의미한 결과다.

 

실시간 예찰에 기반한 필요 최소한의 방제로 전환하면서 환경 부하를 줄이고 농산물 잔류농약 문제도 개선되는 추세다. 농업인들은 “예전엔 열 명이 하루 종일 할 일을 드론 한 대가 20분 만에 끝낸다”는 말로 변화된 현장을 묘사한다. 기술이 대체한 것은 단순 노동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새로운 병해충이 출몰하고 돌발 해충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AI 예측 모델은 기상 데이터와 연계해 발생 확률을 사전 예보한다. 이는 선제적 방제를 가능하게 해 작물 피해를 줄이고 있다. 나아가 축적된 농장 데이터는 병해충 발생의 패턴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에 쓰여 농장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농업 현장에서 스마트농업 기술 도입은 곧 과거와 미래의 교차점이다. 과거 농민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날씨를 점쳤고 해충 흔적을 쫓아 밭을 누볐다. 현대 시대 농민들은 데이터를 읽고 기술과 대화하며 농사를 짓는다. 물론 현장 경험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와 결합한 기술은 농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고 있다.

 

병해충과 끝없는 싸움에서 이제 농민들은 보이지 않는 AI 동료, 하늘의 드론 방제단, 땅속 IoT 센서망과 함께 새로운 팀플레이를 이뤄내고 있다. 이는 병해충으로부터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을 지켜내는 길이며 우리 농업과 식탁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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