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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로봇-(3)]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

  • 등록 2020.02.04 10: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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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헬로티]


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액추에이터 개발의 역사에는 부활극이 많다. 한 번 ‘부적합 낙인’이 찍힌 액추에이터가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기술의 발전과 사회 요구의 변화에 따라 부활한다. 예를 들면 정전 액추에이터는 힘이 너무 작아 오랫동안 내버려져 있었는데, 1980년대 후반 MEMS 기술의 전개와 함께 마이크로 영역에서 유용성이 평가되어 일약 실용 액추에이터의 하나로 도약하게 된다.


전기자동차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오랫동안 거의 실용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전지 기술의 발달과 지속적인 사회를 목표로 하는 요구로 인해 최근 크게 부활하고 있다. 유압 액추에이터는 1990년 지나서는 로보틱스 세계에서 대부분 모습을 감추었는데,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사의 훌륭한 로봇들과 원격시공 건설기계의 요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히구치 토시로우 박사(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이 부활극에 대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오래된 기술에 생각하지 못했던 힌트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있고, 새롭다고 생각해도 실제로는 이미 연구되어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과거의 연구를 잘 조사해 보라고 하는 의미이다.


이 글에서 다루는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의 역사도 오래됐다. 다만, 어느 시대에나 무엇인가의 진전은 있으므로 ‘부적합 낙인’이 찍힌 것은 없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그래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흥망성쇠는 있다. 최근 10년 동안은 ‘소프트 로봇’용 액추에이터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그 중에는 이미 옛날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연구 발표도 종종 눈에 띈다.


이번 주제는 ‘종래의 기존 연구의 재제시’가 하나의 키워드로 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우선 옛날부터 알려진 대표적인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를 소개한 후, 필자의 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개발의 경위와 배경도 포함해 소개하려고 한다. 후반부는 조금 이야기를 바꿔서 2018년부터 시작된 과학연구 신학술 영역 연구 ‘소프트 로봇학’의 소개와 과학 기술에서 소프트 로봇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고 싶다.


대표적인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


내부에 공간이 있는 고무제 구조체로 이루어지며, 거기에 공기압을 가해 변형 동작시키는 형식의 액추에이터는 옛날부터 개발되고 있었으며, 일반적으로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라고 부르고 있다(주석 : 고무제 구조체 대신에 비신축성의 얇은 수지 필름제의 풍선을 이용해 공기를 넣으면 수지 필름제 풍선이 부풀어 동작하는 것도 있다. 이것은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구조와 동작 원리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굳이 제외하지 않고 설명한다. 미래에는 양쪽을 정리해 예를 들면 ‘공압 벌룬 액추에이터’라고 용어를 생각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림 1. 초기의 대표적인 공압 소프트 액추에이터 ((b)는 와세다대학 휴머노이드연구소 제공)


옛날부터 알려진 대표적인 액추에이터로서 맥키번형 인공근육(1948년경, 그림 1(a)), 바르샤바형 인공근육(1968년경, 그림 1(b)), 파우치식 액추에이터(1970년경, 그림 1(c)), FMA(플렉시블 마이크로 액추에이터, 1986년, 그림 3), 뉴매틱 핑거(1985년경, 그림 1(d))를 들 수 있다. 현재도 개량과 응용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림 2. 독일 박물관의 맥키번형 인공근육의 전시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맥키번(McKibben)형 인공근육(그림 1(a))으로, 러버추에이터라고도 불린다. 고무 튜브와 그 외주에 꼬아서 만든 블레이드로 이루어지는 간단한 구성으로, 공기를 가하면 지름방향으로 팽창하면서 축방향으로 수축한다. 1940년대 독일에서 발명됐으며, 1960년에는 미국에서 장애인의 신체운동 지원에 이용되어 유명해졌다. 힘과 수축률에 있어 이것을 뛰어넘는 실용적인 인공근육은 현재도 거의 없으며, 사람의 움직임을 지원하는 로봇이나 생물형 로봇 등의 첨단 로봇에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현재도 다양한 개선 방안이 제안되고 있으며, 여러 메이커가 판매를 하고 있다. 뮌헨에 있는 독일 박물관에는 과학기술사의 훌륭한 성과의 하나로서 전시되어 있다(그림 2).



그림 3. FMA과 그 응용 

왼쪽 위 : FMA, 오른쪽 위 : 소형 보행 로봇, 왼쪽 아래 : 로봇 핸드, 오른쪽 아래 : 로봇 암.


바르샤바형 인공근육(그림 1(b))은 인공근육의 본체인 고무 튜브의 축방향으로 섬유를 배치한 구조이다. 맥키번형 인공근육의 섬유 뜨개질각(인공근육의 길이방향과 섬유가 이루는 각도)을 제로로 한 특수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맥키번형 인공근육도 뜨개질각을 작게 할수록 큰 수축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옛날부터 알려져 있었으며, 바르샤바형 인공근육은 그 궁극의 설계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 지름방향의 팽창이 크기 때문에 고무의 내구성을 고려한 설계의 연구가 필요하다. 와세다대학의 가토 이치로 선생 등이 옛날부터 연구해, 자세한 제작법도 본 학회지에 공개되어 있다. 현재도 개선과 다양한 응용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파우치식 액추에이터(그림 1(c))는 아코디언의 송풍기 측의 구조를 이용한 액추에이터이다. 공기를 넣으면 회전 동작을 한다. 유사한 구조로 최근 파우치 부분에 수지 필름을 이용해 가볍고 안전성 높은 로봇 암을 실현한 예도 있다.


뉴매틱 핑거는 한쪽 측에 자바라 구조를 가지는 손가락 모양의 고무제 구조체로 이루어지며, 내부에 공기압을 가하면 자바라 측이 열려 만곡 동작한다. 이것은 현재의 소프트 로보틱스 관련 학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액추에이터의 하나와 동일한 구조인데, 이미 1980년대에는 프랑스의 주코매틱(Joucomatic)사가 제품화했었다. 일본 국내에서는 NOK(주)가 수입 판매하고 있으며, 당시 훌륭한 카탈로그도 있었다. 필자도 구입한 기억이 있다.


이상, 비교적 오래되고 일반적으로 정착한 액추에이터를 소개했는데, 이외에도 여러 가지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의 연구 개발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3D프린터로 부드러운 재료를 쉽게 성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연구자가 늘어나 다양한 시제작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또한, 박막 수지 필름으로 폐쇄 공간을 형성하고, 이 내부에 공기압을 가해 필름을 팽창 전개시키는 형식의 액추에이터의 연구 보고도 늘고 있다.


필자의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


‘종래의 기존 연구의 재제시’라는 이번 주제를 감안해, 자화자찬이지만 필자가 개발해 온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에 대해 그 개발 배경도 포함해 소개하려고 한다.


1. FMA

그림 3에 1986년에 필자 등이 개발한 FMA(플렉시블 마이크로 액추에이터)와 그 로봇 응용 예를 나타냈다. FMA는 내부에 3개의 공기실을 가진 고무 구조체로, 각 실의 공기압 조정에 의해 임의 방향으로 만곡과 그 자체의 길이를 제어할 수 있는 3자유도 액추에이터이다. 그림 3 왼쪽 아래에 나타냈듯이 부서지기 쉬운 대상물에 대해서도 그 형상에 동화되어 변형하기 때문에 안정된 동작이 가능하다. 이 그림 오른쪽 아래는 2개의 FMA와 미니 그리퍼를 세로로 연결한 로봇 암으로, 총 7개의 동작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이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필자는 핵연료 재처리용 마스터슬레이브 머니퓰레이터의 개발에 종사하고 있었다. 잔업이 계속되는 힘든 일이었지만, 거래처에 납품이 끝나고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을 때 이 기술을 응용해 작은 슬레이브를 체내에 넣어 검사와 치료를 하려고 생각, 필자가 중심이 되어 당시 젊은 동료 10여명을 모아 연구 기획을 만들었다. M3(medical micro manipulator)라고 하는 기획이었다. 이때의 이미지를 그림 4에 나타냈다.


그림 4. M3(medical micro manipulator)의 이미지

위 : 내시경 로봇, 왼쪽 아래 : 미세 작업 슬레이브, 오른쪽 아래 : 마스터.


지금 보면 정말 진부한 기획이다. 다만, 1985년 당시 일반적으로는 의료용 로봇, 마이크로 머신, 소프트 로봇 등 이들의 개념이 거의 인식되지 않았던 시대였다. 그 후 이들이 로보틱스의 주요한 기술 분야로 성장한 것을 보면, 스스로도 선구적이고 대단한 연구 기획이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세계의 선두를 달리지 못한 아쉬움을 느낀다.


그림 5. Fiber-less FMA

왼쪽 : 단면의 최적화 설계(숫자는 반복 횟수), 오른쪽 A : 보통의 섬유가 있는 FMA, 

오른쪽 B : A의 단면 형상 그대로 섬유를 제거한 것, 오른쪽 C : 최적 단면 설계를 한 fiber-less FMA.


FMA는 이 연구 기획에 의해 그림 4와 같은 로봇을 목표로 개발한 액추에이터이다. ‘소프트 로봇’이라는 명확한 개념을 가지고 진행한 연구가 아니라, 신체에 상처 없이 삽입한다는 동기가 가져온 결과였다.


실제로 이 액추에이터를 완성하다 보니, 좀 더 재미있는 ‘발견’이 있었다. 여기에 좀 쓰기 어려운 내용이므로 관심 있는 분은 필자가 저술한 ‘FMA의 이면’과 ‘로봇은 왜 생물과 닮게 되는가’를 참고하기 바란다.


FMA의 전개 연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는 두 가지를 들어 소개하려고 한다.


그림 5는 Fiberless FMA이다. 일반적인 FMA는 지름방향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그 외벽에 둘레방향으로 섬유를 설치하고 있다. 이것이 없으면 FMA가 지름방향으로 크게 팽창해 버려 큰 공기압을 가할 수 없기 때문인데, 섬유를 설치하는 공정이 제조를 복잡하게 한다.


필자 등은 계산역학을 전문으로 하는 도쿄대학의 히사다 토시아키 교수(현재 명예교수)와 공동으로 FMA의 단면을 연구해, 섬유 강화 없이도 축방향으로 늘어지기 쉽고 지름방향으로 팽창하기 어려운 이방성 실현에 성공했다. 유한요소 해석을 반복하면서 FMA 단면을 변경해 가는 방법으로, 그림 5에 나타낸 경우에는 22회 정도의 반복 설계 변경으로 적절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림 6은 Integrated FMAs이다. 요즘 말하는 광조형 3D프린터를 이용해 공기 공급로를 형성한 베이스 기판 상에 여러 개의 미세 FMA를 성형하고, 섬모와 같은 이동기구를 목표로 한 것이다. 그림 6 오른쪽에 나타냈듯이 각 FMA 내부에는 일반적인 FMA와 동일한 3개의 격벽(partition wall) 외에 restraint beam이라고 부르는 여러 개의 보가 마치 자전거 바퀴의 살과 같이 형성되어, FMA 본체의 지름방향으로 팽창하는 것을 억제하고 있으며 동작에도 성공했다.



단, 시기가 너무 일렀다. 이것을 개발한 1990년 초기에는 적절한 3D프린터도 거기에 사용할 수 있는 탄성 재료도 없었다. 필자 등은 장치도 재료도 자체 개발한 것이었는데, 결국 충분한 성능을 얻지 못하고 아쉽게도 도중에 포기했다. 현재는 매우 우수한 장치와 재료가 있다. 온고지신․패자부활의 정신으로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


2. 의료 응용

소프트 로봇의 큰 가능성 중 하나는 의료 응용에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등의 연구를 두 가지 소개한다. 


그림 7은 자주형 대장 내시경이다. 자주형 대장 내시경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필자 등은 보통의 내시경 주위에 고무 튜브를 감아 자주시켰다. 그림 7 왼쪽에 나타낸 내부에 3개의 공간이 있는 가는 고무 튜브를 압출 성형하고, 각 방에 차례로 공기압을 가하면 다리운동이 실현된다. 이 튜브를 2개 평행하게 내시경 주위에 감고, 180도 위상차를 두고 구동하면 보행 동작이 실현된다. 팬텀 시험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림 8은 위의 바륨 검사용 소프트 로봇이다. 위의 바륨 검사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바륨이 위 속에서 적절하게 분산된 상태가 아니면 위벽의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없다(그림 8의 B, C). 그래서 현재는 검사기사의 지시에 따라 검사 침대 위에서 회전해 보거나, 혹은 침대를 기울이거나 해서 위 속의 바륨을 움직이고 있는데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필자 등은 내부에 5개의 공기실이 있는 소프트 로봇(그림 8 A)을 만들어 피험자의 복부와 침대 사이에 끼워 이용, 피험자의 복부를 눌러 위 내의 바륨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검사기사가 X선의 모니터를 보면서 조이스틱을 이용해 복부를 누르는 방향과 힘을 제어할 수 있다. 종합건강검진에서 60명 이상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 그 유용성을 의학적으로 확인했다.


3. 미세 구조 형성에 의한 기능성 고무 표면

소프트 로봇의 시제작에는 2액성 실리콘고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데, 이것은 원래 ‘형떼기 재료’로서 개발된 것으로 형상 전사성이 매우 좋다. 1μm 정도의 형상도 쉽게 전사할 수 있다. 이 특징을 이용해 고무 표면에 미세 구조를 성형하고, 다양한 종류의 기능성을 고무 표면에 갖게 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그림 9).


그림 9. 미세 구조 형성에 의한 기능성 고무 표면

A : 발수성 제어, B : 저마찰, C : 집적형 미세 빨판, D : 가변 구조색


그림 9 A는 공압 러버 핑거로 연어알을 파지하고 있는 사진이다. 이렇게 쥐면, 대상물과 핑거 표면에 여러 가지 표면력이 작용해 일반적으로 좀처럼 부드럽게 ‘떼어놓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 예에서는 핑거 표면에 0.1mm 사이즈의 원기둥 모양의 돌기물을 여러 개 성형해 표면의 발수성을 높였다. 이것에 의해 ‘떼어놓는’ 동작이 훨씬 쉬워졌다. 일반적으로 실리콘고무는 발수성인 것이 많고, 미소품을 형성하면 대부분의 경우 발수성이 높아진다. 한편, 예를 들면 치과에서 이용하는 형떼기용 실리콘은 친수성으로, 이 경우 미세 구조의 형성에 의해 친수성이 높아진다.


그림 9 B는 몰딩에 의해 다리 모양의 미소 구조물을 형성한 것으로, 안정성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탄성 변형하면서 언덕길에서 수동 보행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미세화되면 외관상 저마찰의 고무 표면이 가능하지 아닐까 기대하고 있다.


그림 9 C는 미세한 빨판을 집적 형성한 것으로, 상대 형상을 모방하면서 단차가 있는 표면에도 흡착할 수 있다. 그림 9 D는 2μm 피치의 구조체를 형성함으로써 구조색을 나타내는 고무 표면이다. 고무의 변형과 함께 색이 변하기 때문에 촉각 센서 등에 이용할 수 없을까 기대하고 있다.


4. 호스 없는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

물의 전기분해/합성반응을 전류로 컨트롤해 체적을 제어함으로써 공기 공급 호스가 없는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온 교환막을 이용해 연료전지의 충전/방전과 동일한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 그림 10 왼쪽은 3개의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가 있으며, 탑재된 전지와 제어회로에 의해 완전히 자립 동작하는 로봇이다. 1~2초 정도의 시간 상수로 동작한다. 그림 10 오른쪽은 부드러운 이온 교환막의 튜브를 개발, 물로 채운 맥키번형 인공근육의 내부에 삽입한 것이다.


그림 10. 호스 없는 공압 러버 액추에이터


5. 세경 인공근육

맥키번형 인공근육의 세경화(외경 2~5mm)와 양산화에 성공, 근골격 로봇(그림 11 위)과 서포트 슈츠(동 왼쪽 아래), 슈퍼 롱 암(동 오른쪽 아래) 등의 소프트 로봇에 적용하고 있다.


그림 11. 세경 인공근육의 로봇 응용 예


6. 신장형 맥키번 액추에이터

맥키번형 인공근육에서 그물각을 평형각(약 55도) 이하로 하면 수축 동작, 그 이상으로 하면 신장 동작을 하는 것은 예전부터 잘 알려져 있다.


한편, 인공근육을 조합해 어느 정도의 강성을 내기 위해서는 양자를 묶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재료역학의 캔틸레버 보의 문제를 떠올려 보면, 하나의 단면상에 압축응력을 갖는 부분과 인장응력을 갖는 부분의 양쪽이 존재해야 비로소 강성이 나온다. 코끼리의 코도 축방향으로 수축하는 근육과 축방향으로 늘어나려고 작용하는 근육 조직군이 존재하기 때문에 힘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신장/수축의 인공근육을 묶은 롱 로봇 암을 개발했다(그림 12).


그림 12. 신장/수축 인공근육 복합에 의한 롱 로봇 암


새로운 학술 영역 ‘소프트 로봇학’


2018년도부터 5년 계획으로 문부과학성 과학연구비 신학술 영역 연구 ‘소프트 로봇학’이 시작됐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부드러움’에 관한 새로운 기술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메카트로닉스 분야에서는 플렉시블 전기회로와 소프트 액추에이터, 물질․재료 분야에서는 겔의 3D프린팅과 생체 유래 재료,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에서는 소프트 컴퓨팅과 바이오 컴퓨팅이다. 딱딱한 신체와 치밀한 프로그래밍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로보틱스에서는 그다지 이용하지 않았던 이들 기술을 통합해 새로운 로봇학의 한 영역을 만들어 보자고 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취지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기계, 전기, 전자, 정보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재료, 물질, 생물, 의학 등의 넓은 학술 분야에서 ‘부드러움’에 관한 첨단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연구자를 모아, 타 분야 융합을 큰 기둥으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림 13은 필자 등이 그리는 하나의 미래상으로, 이러한 소프트 로봇 실현의 기반이 될 수 있는 학술 기반을 만들어내고 싶다. 지면의 제약이 있으므로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예를 들면 필자가 저술한 「신학술 영역 ‘소프트 로봇학’」과 일본기계학회지 2019년 4월호 ‘소프트 로봇학’ 특집, 신학술 영역 연구 ‘소프트 로봇학’ 홈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림 13. 소프트 로봇의 미래상 예

왼쪽 : 사람을 서포트하는 소프트 로봇, 중간․오른쪽 : 물질․지능․운동이 일체가 된 소프트 로봇, 소프트 인공물.


E-kagen 과학 기술의 개척자


소프트 로봇 공학이란 과학 기술의 가치관을 바꾸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유사 이래 과학 기술은 오로지 파워․정도․확실성을 요구해 왔다고 할 수 없을까? 와트의 증기기관도 산업용 로봇도 컴퓨터도 이러한 목표를 위해 개발되어 왔다.


한편, 사람과 협조하면서 일하는 로봇은 기존의 공학과는 정반대라고도 할 수 있는 ‘적당히’가 필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적당히’라는 말은 좋은 가감․적정도 등의 긍정적인 의미와 대강, 부실․무책임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정반대의 두 가지 의미를 갖는 재미있는 말이다. 필자는 일본 특유의 이 말이 소프트 로봇의 양면을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어, E-kagen(일본어로 ‘적당히’라는 의미)이라고 부르고 있다. 


소프트 로봇은 모두 기존 로보틱스의 가치관으로 보면, 힘, 속도, 정도 어느 점에서나 ‘부적합한’ 로봇이다. 강성이 낮아 휘는 암 등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설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과 공존하는 로봇’이라는 관점에서는 유연․경량․장황․형상 적응․본질 안전․적절한 안배 등의 의미로, ‘적당히’가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의미가 된다.


비슷한 흐름은 다른 분야에서도 볼 수 있다. 기존의 정보과학은 정확하고 확실한 데이터 처리를 목표로 해왔지만, 최근의 AI는 그것과 반대라고도 할 수 있다. 컴퓨터의 학습 상태에 따라 잇따라 다른 답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재료과학은 지금까지 단단하고 안정적인 재료를 추구해 왔지만, 최근에는 시간이 지나면 흙으로 되돌아가 버리는 ‘불안정한’ 재료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과학 기술사의 큰 전환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는 자연의 위협과 외부의 적으로부터 살아남아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파워와 정확성이 인류에게 있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현재 지속 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부드러움과 적응성이 중요한 것은 아닐까?


기존의 과학 기술에서는 허용되지 않았던 ‘적당히(부정의 의미)’를 허용․활용해, ‘적당히(긍정의 의미)’의 결과를 창출한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이 앞으로의 과학 기술에서 필요한 것은 아닐까. 소프트 로봇학은 그 개척자가 될 수 있는 존재는 아닐까.


스즈모리 코이치, 도쿄공업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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