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ZMO / 게임 엔진의 비밀4
자체 개발 엔진 시대
필요한 부분만 정확히 입맛대로 만든다
게임 엔진도 급이 있다. 최상급의 그래픽 퀄리티를 자랑하는 언리얼부터 게임 개발의 민주화를 이끈 유니티까지 다양한 종류의 엔진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상용 엔진이 아닌 게임 개발업체가 자체적으로 만든 게임엔진은 어떨까. 사실 순위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체 개발한 게임엔진은 개발 환경에 맞춰 필요한 요소만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이라기보다 제작 툴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엔진들은 게임 개발에 있어 개발사가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표현해 낸다는 점에서 상용 엔진보다 더욱 향상된 성능을 자랑하기도 한다. 국내서도 다양한 게임 개발업체가 자체 개발한 엔진을 통해 게임을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한 엔진들의 주요 특징과 내용을 살펴봤다.
네오위즈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MMORPG 레이더즈는 마이에트엔터테인먼트(이하 마이에트)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 엔진으로 탄생된 게임 중 하나다. 마이에트는 리얼스페이스3.0이라는 그래픽 엔진을 구축해 레이더즈와 건즈2 개발에 이용했다.
상상이 현실로
리얼스페이스3.0은 해외의 유명 그래픽 엔진에 활용되는 다양한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그래픽 우수성에 있어 상용 엔진에 비교해 뒤지지 않는 품질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다. 특히 빛이나 음영을 나타내는 실시간 라이팅 기술이 강점. 역동적이면서도 세밀한 게임 속 세계관을 표현할 수 있다.
리얼스페이스3.0은 이번이 세 번째 버전으로 마이에트가 개발하는 신작 게임의 특성에 맞춰 엔진도 그에 걸맞게 만들어졌다.
리얼스페이스의 첫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얼스페이스1.0은 당시 마이에트가 기획하고 프로토타입까지 개발을 완료했던 3D MMORPG를 위해 개발됐다. 당시 마이에트는 엔진 라이센싱 사업을 고려했다. 미국 엔진 개발업체 에픽게임스가 언리얼엔진 상용 서비스로 막대한 이득을 취하던 때였다.
리얼스페이스1.0의 범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마이에트는 3D 실시간 전략게임 에이스사가를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리얼스페이스1.0은 에이스사가가 완성되면서 동시에 개발이 완료됐다.
2003년에는 리얼스페이스2.0 개발이 시작됐다. 리얼스페이스2.0은 당시 MMORPG 건즈를 개발하기 위해 마련된 엔진으로 리얼스페이스1.0의 개량형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엔진이었다.
너무 많은 제작 툴을 포함하고 있던 1.0 버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부터는 모든 툴이 배제되는 등 개량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툴을 너무 사용하지 않다 보니 전적으로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의존하게 되고, 유지 보수가 어려워지는 일부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레이더즈와 건즈2에 사용된 리얼스페이스3.0은 지난 2006년 출발한 프로젝트로 현재까지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리얼스페이스3.0은 MMORPG 레이더즈의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마련된 엔진인 만큼 다양한 효과와 기능을 가진 미들웨어를 탑재, 종합 엔진으로서의 면모를 자랑한다.
앞서 선보인 두 종의 리얼스페이스 엔진이 그래픽 전문 엔진으로 개발됐기에 리얼스페이스3.0도 강력한 그래픽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다양한 날씨 환경을 게임에서 구현할 수 있으며 각종 그래픽 효과를 통해 딱딱한 배경을 생동감 넘치는 세계로 탈바꿈시키는 것 역시 가능하다.
리얼스페이스3.0으로 개발한 레이더즈는 지난 7월부터 공개서비스에 돌입해 현재까지 인기리에 서비스되고 있다. 현재 마이에트는 건즈2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빠르고 쉽게 천룡기엔진
위메이드의 무협 MMORPG 천룡기도 자체 엔진으로 개발 중인 게임이다. 일명 천룡기 엔진으로 통하는 이 엔진은 천룡기의 전신인 창천2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천룡기 엔진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시간에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효율성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작업 파이프라인을 간소화할 수 있도록 쓸데없는 리소스를 줄이고 개발 진척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특히 천룡기 엔진은 그래픽 진척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령 기존 엔진에서는 3DS 맥스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그래픽 결과물의 렌더링을 확인하기 위해 일일히 에디터에 올리는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이는 개발자가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천룡기 엔진은 내부적으로 3DS 맥스용 쉐이더를 공급해 곧바로 렌더링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개발됐다. 에디터에 결과물을 올려야 했던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과정이 모두 간소화된 것이다. 해당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작업 결과에 대한 피드백도 빠르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게임 개발 시간의 단축으로 이어진다.
천룡기 엔진의 또 다른 강점은 게임의 재미를 높여주는 각종 특수 효과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천룡기 엔진은 캐릭터 뷰어라는 도구를 지원해 하나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벤트와 이펙트를 실시간으로 편집하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 타 엔진에서는 파티클이나 사운드 같은 이펙트를 만들고 이를 게임 애니메이션에 연동하는 것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대규모 렌더링 특화 마이어스
마이어스게임즈는 대규모 렌더링(Rendering)에 특화된 마이어스 엔진을 사용해 MMORPG 모나크를 개발 중에 있다. 모나크는 MMORPG 장르 최초로 부대간 전투를 내세운 게임이다. 특히 수 천종에 달하는 캐릭터들이 실시간으로 다대다(多對多) 전투를 펼칠 수 있도록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게임 개발에 사용된 마이어스는 수 백, 수 천의 캐릭터의 프레임레이트(Frame rate) 저하를 최소화해 랜더링(Rendering) 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마이어스게임즈에 따르면 모나크의 전쟁 콘텐츠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4800여 캐릭터가 쓰인 적도 있다.
또 슈퍼매시브(Super Massive) 월드를 빠르게 생산하고, 캐릭터 액션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최적화된 개발 파이프라인으로 구성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마이어스는 그래픽 데이터 재사용에 특화돼 MMORPG를 개발함에 있어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에 사물은 흐릿하게 표현하고 가까이 있는 개체일수록 자세히 표현해 주는 기술 또한 뛰어나다. 게임 속 필드를 표현하는데 용이하며 낮과 밤이 바뀌는 시스템을 적용해 실제와 같은 게임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마법같은 엔진 MAGE
열혈강호 시리즈로 유명한 엠게임도 자체 개발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엠게임 아키텍추럴 게임 엔진(Mgame Architectural Game Engine, 이하 MAGE)으로 머릿 글자를 합치면 마법사를 뜻하는 메이지(Mage)가 된다. 글자 순서를 재조합하면 게임(Game)이 되기도 한다.
MAGE는 엠게임이 10년 가까이 개량해온 3D 게임 전용 엔진이다. 2002년 나이트온라인 개발에 쓰였던 엔진 툴이 첫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나이트온라인, 영웅온라인, 홀릭, 아르고, 워오브드래곤즈 등 그동안 엠게임이 선보인 MMORPG 개발에 모두 MAGE가 사용됐다.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는 대작 MMORPG 열혈강호2 역시 MAGE를 기반으로 개발중인 3D MMORPG다.
MAGE 엔진은 편의성 측면에서는 기존 상용 엔진에 비해 다소 뒤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엠게임의 10년간 이어진 개발 노하우가 담긴 만큼 일단 적응만 되면 강력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엔진으로 평가된다. 다양한 게임 개발에 적용됐을 정도로 유연하게 엔진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무엇보다도 MAGE이 기존 상용 엔진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서버 시스템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열혈강호2 개발에 사용된 MAGE 2.0은 게임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이후 게임 서비스 단계에도 유용하게 쓰이는 엔진이다. MAGE2.0 엔진의 서버 시스템은 지난 10년의 시간 동안 87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할 정도로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받기도 했다. 즉 MAGE는 단순한 게임 개발 엔진이라기보다 엠게임이 지난 10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임 전문 솔루션인 셈이다.
MAGE의 또 다른 특징은 게임 개발의 효율성을 극도로 끌어올린 엔진이라는 점이다. 기존 상용 엔진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용도에 최적화돼 반대로 방대한 그래픽 데이터를 관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엠게임은 지난 10년의 개량을 거치는 동안 도파민(Dophmine)이라는 공정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MAGE 엔진에 탑재했다. 이를통해 게임 개발자들은 파편화된 그래픽 데이터를 편리하게 공유하고 수정할 수 있으며 대량의 데이터 수정도 일괄적으로 처리할수 있게 됐다. 이는 그래픽 연출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적으로 줄여줘 궁극적으로는 작업의 효율성이 대폭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밖에도 MAGE2.0 엔진은 사실적인 물의 표현, 광역 지형 처리, 후처리 효과, 조명처리 등을 대폭 개선해 현실감이 느껴지는 게임 그래픽을 연출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재석 객원기자 (desk@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