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 긴 수명을 앞세운 LFP 양극재가 전기차(EV)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공급망 안정성과 기술 자립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 전문기업 엘앤에프가 내년부터 LFP 양극재 양산을 목표로 신규 설비 투자를 추진하며, ‘탈중국’ 공급망의 현실적 대안이자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글로벌 전기차용 LFP 양극재 적재량은 90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7% 증가했으며, 삼원계(NCM)를 제치고 전체 양극재 시장 점유율 약 59%를 기록했다. 이는 중저가 전기차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인한 구조적 변화를 반영한다.
LFP 배터리는 열적·화학적 안정성이 높은 ‘올리빈(olivine)’ 결정 구조를 기반으로 안전성이 높고, 철·인 등 풍부한 원재료 덕분에 원가 경쟁력이 우수하다.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가격 민감도가 커지는 중저가 EV 시장뿐 아니라, 긴 수명과 안정성으로 인해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 전력원으로 주목받는 ESS 시장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미국 ESS 시장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세액공제 유지와 데이터센터 확장에 힘입어 고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BNEF는 2030년까지 미국 ESS 시장이 485GWh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산 배터리 관세 및 보조금 제한 조치로 한국산 배터리 수요는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글로벌 LFP 양극재 생산의 9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된 가운데,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배터리 소재 수출 통제 가능성, 미국의 IRA 강화, 유럽연합(EU)의 대외 의존도 축소 정책 등이 이어지며, 프리미엄 LFP 양극재 확보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엘앤에프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약 3382억 원을 투자해 연 6만 톤 규모의 LFP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전담 법인 ‘㈜엘앤에프플러스’를 설립하고 2026년 상반기 준공,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건설을 진행 중이다.
엘앤에프의 LFP 양극재는 고밀도 기술력이 강점이다. 일반 LFP의 밀도(2.2~2.4g/cc)를 뛰어넘는 2.6g/cc 제품을 개발했으며, 내년에는 2.7g/cc급 초고밀도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한다. 입자 미세화, 전구체 합성 최적화, 탄소 코팅 균일화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15~20% 향상시켰으며, 삼원계 미드니켈 제품 수준의 효율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엘앤에프는 현재 연간 100톤 규모의 파일럿 라인에서 제품을 출하해 고객사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다수의 고객사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국내외 배터리 셀 제조업체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지난 5월에는 국내 주요 업체와 LFP 배터리 공급 활성화 MOU를 체결했으며, 7월에는 SK온과 북미 지역 LFP 양극재 공급을 위한 MOU를 맺었다.
LFP 신규 사업 자금 조달에서도 시장의 신뢰를 입증했다. 지난 9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반공모에서는 모집금액 2000억 원 대비 10조3362억 원이 몰려 51.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조달된 3000억 원 중 약 2000억 원이 LFP 신규 사업에 투입된다.
엘앤에프는 NCM 고성능, LFP 고안정성을 아우르는 투트랙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양극재 전 제품군 리더십을 확보하고, EV 둔화와 ESS 성장기에 새로운 수익 축을 확보할 계획이다.
권혁원 엘앤에프 공정개발연구소장은 “LFP 국산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엘앤에프는 국내 유일 양산 체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중심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K-배터리가 단순한 중국 대체재를 넘어 글로벌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성장할 수 있는 결정적 시점”이라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2026년 하반기 연 3만 톤 양산을 시작으로, 2027년 6만 톤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급성장하는 글로벌 LFP 시장과 탈중국 공급망 재편 속에서 엘앤에프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K-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끌어갈 전망이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