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재테크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집을 사야 할까, 아니면 계속 임대할까”라는 질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임대가 현금 유동성을 유지하는 데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매입이 더 나은 선택일까? 단순히 “부동산은 오른다”라는 막연한 믿음만으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대출 이자, 세금, 유지·관리비 같은 현실적인 비용과 함께, 금리·정책·경기 변동이라는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20년이라는 시간을 기준으로 매입 거주와 임대 거주를 비교하며, 실제 자산 누적 효과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짚어본다.

매입과 임대, 출발선의 차이와 지난 20년간 집값 흐름
매입자는 2005년에 수도권 외곽 아파트를 3억 원에 구입했다고 가정한다. 자기자본 30%(9,000만 원), 나머지 70%(2억 1,000만 원)는 대출을 활용한다. 평균 금리는 연 4.5% 수준이다. 반면 임대자는 같은 아파트를 전세나 월세로 살며, 보증금과 매달 월세를 부담하는 구조를 택한다. 대신 초기 자본 중 일부를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매입자는 이자와 세금, 유지·관리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임대자는 이사와 계약 갱신 리스크를 안지만 대출 부담은 없다.
2000년대 이후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했다. 한국감정원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00~2020년 수도권 아파트의 연평균 상승률은 약 6.78% 수준이었다. 물론 2022년처럼 –4.77% 하락한 해도 있었지만, 장기간으로 보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를 바탕으로 보수적으로 연평균 6% 상승을 가정하면, 3억 원이던 아파트는 20년 후 약 9억 6,000만 원으로 불어난다. 원금의 세 배 이상이다. 반면 같은 기간 임대료는 연 2~3% 수준으로 꾸준히 올랐지만, 부동산 가치 상승률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비용 구조의 현실적 비교
매입자가 짊어지는 가장 큰 부담은 대출 이자다. 2억 1,000만 원을 연 4.5% 금리로 빌렸다면, 연 이자만 약 945만 원이다. 여기에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관리비와 주기적인 수리비도 포함된다. 장기적으로 원금도 상환되니 현금 흐름 부담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값 상승효과가 이러한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도권 주요 지역의 경우 자산 가치는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반대로 임대자는 대출이 없어 금리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그러나 보증금과 매달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00만 원이라면 연 1,200만 원이 나간다. 여기에 매년 2% 인상이 붙는다면, 20년간 누적 지출은 단순 계산으로 3억 원을 넘어선다. 임대자의 장점은 초기 자본을 더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보증금을 제외한 자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해 연평균 6~8% 수익을 거둔다면, 일정 부분 자산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가구가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꾸준히 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20년 후 자산 누적 결과
예시 시뮬레이션을 단순화하면 매입자는 집값 3억 원이 20년 후 약 9억 6,000만 원이 된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합쳐 4억 원 안팎의 현금 지출이 있었다고 해도 순자산은 5억 원 이상 남는다. 임대자는 집값 상승 혜택은 없고, 월세 지출이 누적 3억 원 가량 발생한다. 여유 자금을 금융투자로 운용해 연 6% 수익률을 낸다면 9,000만 원이 20년 후 약 3억 원으로 불어난다. 결과적으로 자산 규모는 매입자보다 작을 가능성이 크다. 이 단순 계산은 여러 변수를 배제한 것이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 보면,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쪽이 장기적으로 자산 누적 효과에서 유리하다.
결국 자산을 불리는 가장 강력한 전략은 내 집을 마련하고 버티는 것
매입이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금리 급등 시 대출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경기 침체와 규제 강화로 집값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보유세 인상, 관리·수리비용 같은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반대로 임대자는 주거 유연성이 크다. 직장 이동, 가족 상황 변화에 따라 자유롭게 주거지를 옮길 수 있다. 따라서 안정성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임대가 오히려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은 자산 차이를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핵심 요소이다. 역사적으로 수도권 아파트를 매입·보유한 가구가 임대 거주자보다 훨씬 많은 부(富)를 누적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 과정에는 대출 금리, 세금, 정책, 경기 사이클이라는 수많은 리스크가 함께했다. 따라서 “집을 사야 하나, 임대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단순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각에서 보면, 집을 보유한 사람이 자산 증식 효과에서 더 크게 앞선다는 점은 분명하다.
임대는 유연성과 단기적인 현금 흐름 관리에는 유리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는 임대료는 눈에 보이지 않게 자산을 소모시킨다. 반면 집을 산 사람은 이자와 세금 부담을 견뎌내더라도, 시간이 지나며 주택 가치가 상승하고 대출이 줄어드는 과정을 통해 순자산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수도권과 주요 거점 지역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더욱 두드러진다.
결국 자산을 불리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전략은 내 집을 마련하고 버티는 것이다. 임대든 매입이든 본인이 가진 자본을 어떻게 운용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느냐가 중요하지만, 부자가 될 확률은 집을 매입해 장기적으로 보유한 사람에게 더 높게 열려 있다.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을 지나며 얻는 가장 확실한 교훈은 “집을 가진 사람이 결국 부(富)를 쌓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