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백종범 교수팀, 실리콘 넣어 암모니아 속 수소 분리하는 공정 개발
UNIST 연구진이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을 활용해 순도 100% 수소와 이차전지 음극재 소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모니아에 저장된 수소를 실리콘을 넣어 추출하는 방식으로, 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면서 자원 재활용까지 가능하게 한 성과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팀은 25일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분리해내는 ‘볼 밀링 공법’을 발표했다. 암모니아는 무게 대비 수소 함량이 17.6%에 달해 수소 저장·운송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기존 방식은 400~600℃의 고온 분해와 추가 정제 공정이 필요해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은 밀폐 용기에 구슬과 실리콘 분말, 암모니아 기체를 함께 넣고 흔드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구슬의 충격과 마찰로 실리콘이 활성화되면서 암모니아가 빠르게 분해돼 50℃ 수준의 낮은 온도에서 순수한 수소가 추출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질소는 기체 형태로 방출되지 않고 실리콘과 결합해 질화규소(Si₃N₄)로 전환된다.
실험 결과 암모니아가 완전히 분해돼 시간당 102.5 mmol의 수소가 생성됐고, 불순물이 전혀 없는 순도 100% 수소로 확인됐다.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을 사용했을 때도 상용 실리콘과 동일한 성능을 보였다.
부산물로 생성된 질화규소는 이차전지 음극재로 활용 가능하다. 실제 리튬이온전지에 적용한 결과, 391.5 mAh/g의 용량을 기록했으며 1000회 이상 충·방전에도 초기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했다. 쿨롱 효율은 99.9%로 안정적이었다.
경제성 분석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폐태양광에서 만든 질화규소의 판매 수익까지 고려하면 수소 생산 단가는 –7.14달러/kg로 계산돼, 오히려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범 교수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 경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던 수소 분리·정제 문제를 해결한 연구”라며 “2050년까지 누적 8천만 톤 이상 발생이 예상되는 폐태양광 패널 재활용 문제에도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권위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ACS)에 9월 3일자로 게재됐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