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생산 촉매에서는 물방울이 표면에서 얼마나 잘 떨어지는지가 기포 생성과 수소 생산 속도를 좌우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도 물이나 액체가 표면에 어떻게 퍼지고 얼마나 빠르게 마르는지, 즉 ‘젖음성’이 공정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나노 크기에서 물이나 액체가 표면 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직접 관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연구자들은 추측에 의존해 왔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임종우 교수팀과 함께 원자간력 현미경(AFM)을 이용해 나노 크기의 물방울을 실시간으로 직접 관찰하고, 물방울의 모양을 기반으로 접촉각을 계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연구를 통해 나노 물방울의 실제 형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물방울이 표면에 얼마나 잘 붙고 떨어지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길이 열렸다. 수소 생산 촉매, 연료전지, 배터리, 반도체 공정 등 액체의 미세한 움직임이 성능을 결정하는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 즉각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젖음성 분석은 나노 스케일에서의 정밀 측정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기존 방식처럼 수 밀리미터 크기의 물방울을 사용하면 친수성·소수성 정도는 알 수 있어도, 물방울이 너무 작아 형태를 직접 관찰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공기 중 수증기가 얼지 않는 수준으로 표면을 미세하게 냉각해 자연스럽게 나노 물방울이 맺히도록 유도했고, AFM 비접촉 모드를 활용해 물방울의 원형을 변형 없이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나노 물방울은 탐침이 닿기만 해도 변형될 정도로 민감해, 정밀한 제어 기술이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강유전 물질인 리튬탄탈레이트(LiTaO₃)에 적용해 물질의 전기적 분극 방향에 따라 나노 물방울의 접촉각이 달라지는 차이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기존의 큰 물방울 분석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던 이 차이는 나노 물방울이 표면의 전기적 상태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연구팀은 수소 생산 촉매인 수전해 촉매(NiFeLDH)에서도 단일 나노 물방울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촉매 표면에서 물이 어떻게 반응하고, 기포가 얼마나 잘 떨어지는지 분석하는 데 직접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결과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AFM으로 나노 크기 물방울을 직접 시각화하고 접촉각까지 측정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그동안 볼 수 없던 나노 세계의 물방울 동작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면서 차세대 에너지·전자 소재 개발의 핵심 분석 기술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신소재공학과 정의창 박사과정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학회(ACS)가 발간하는 신소재·화학공학 분야 주요 국제학술지 ‘ACS Applied Materials and Interfaces’에 10월 17일 자로 출판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