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호 닻 올렸다...새 체제 맞은 한국AI·로봇산업협회, 피지컬 AI 시대 ‘시장 전환’ 시험대 [헬로즈업]

2026.02.25 19:52:25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로봇 산업을 둘러싼 시장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각종 산업 전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자율주행로봇(AMR) 등 차세대 폼팩터(Form-factor)가 연일 주목받고, 각종 기업의 제품 발표에서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

 

실제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6)에서도 로보틱스는 인공지능(AI)의 성과를 현실 세계의 기계로 확장하는 흐름으로 제시됐다. 이 가운데 휴머노이드는 주요 전선 중 하나로 부상했다.

 

다만 산업의 온도와 시장의 체감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기술 데모와 투자 기대가 급격히 팽창하는 동안, 현장에서는 수익 모델, 공급망, 부품 경쟁력, 표준·제도, 인력 기반 등 기본 체력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이 간극은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글로벌 산업용 로봇 설치는 장기적으로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국가별로는 체감 경기와 투자 사이클의 영향이 갈리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국제로봇연맹(IFR)이 공개한 2025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는 54만2000대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3만600대로 전년 대비 감소했으며, 최근 수년간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는 진단이 제시됐다. 쉽게 말해,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임계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순한 낙관보다 ‘어떤 영역에 우선 집중해 시장을 개척할 것인가’에 대한 산업계의 전략 조율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 같은 전환기의 문제의식이 집결된 자리에서 한국AI·로봇산업협회가 리더십 교체를 공식화했다. 협회는 이달 25일 열린 정기총회 및 회장 이취임식에서 전임 회장의 이임과 신임 회장의 취임을 알렸다. 이 자리에서 급변하는 글로벌 AI·로봇 경쟁 국면에서 협회의 역할과 방향을 재정립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간 협회 운영 철학과 미완의 과제

 

이날 전임 회장으로 활동한 김진오 로봇앤드디자인 대표이사 회장 겸 광운대학교 석좌교수는 이임사에서, 협회장 역할을 ‘명예’보다 ‘책임’의 자리로 규정하며 재임 기간의 운영 철학을 정리했다. 그는 “회장이 명예나 권력이 아닌 의무와 책임의 자리임을 증명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소회를 밝히며 “재임 기간 국내외 네트워크 확장과 산업계 의견 수렴, 협회의 내실 보완에 주력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협회 운영 방식과 관련해 권한을 분산하고 분야별 전략을 정교화하려 했던 시도를 강조했다. 여러 협의회를 구성해 회장 권한을 위임하고 산업 분야별 특성화 전략을 수립하려 했으나, 계획한 만큼 완성하지 못했다며 솔직한 자기평가를 내렸다. 이 대목은 이번 이취임식이 협회 운영의 연속성과 보완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였음을 시사했다.

 

김 전 회장은 이어 협회 구성원과 회원사, 유관 지원 기관에 감사를 전하며 하나씩 토대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의 보람을 전했다. 행사에서는 전임 회장에 대한 감사패 증정이 진행되며 재임 기간의 공로를 공식적으로 기리는 순서가 이어졌다.

 

 

공론화된 산업계 주문...“현장 목소리의 가교 역할 더 적극적으로”

 

이취임식 축사에서는 공통적으로 협회의 ‘연결 기능’이 강조됐다. 정부 측에서는 권순목 산업통상부 인공지능로봇과장이 휴머노이드와 AI 로봇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급격히 가속화되는 상황을 진단했다.

 

권 과장은 협회가 회원사의 목소리를 보다 밀도 있게 결집해 정부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적극 수행해 달라는 기대를 밝혔다. 이는 현장의 애로와 산업계의 요구를 정책 설계와 지원 방향에 더욱 정교하게 반영하도록 민관 소통 기능을 확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학계와 국제 무대를 아우르는 리더십에 대한 주문도 전면에 등장했다. 조동일 국제자동제어연맹(IFAC) 회장은 신임 회장이 학계·산업계·창업 등 환경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협회가 산·학·연·관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중심 리더십을 발휘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조 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개별 기업이 아닌 하나의 산업 생태계 단위로 경쟁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생하는 구조를 협회가 견인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어 로봇 유관기관에서는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산업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조직적 대응 필요성을 조명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강기원 원장은 CES 2026 현장에서 AI·로봇이 핵심 화두였음을 상기시키며 “‘휴머노이드 제조업 인공지능 전환(M.AX) 얼라이언스 추진단 공동관’이 주목받은 지금이 국내 로봇 산업의 가능성을 현실 경쟁력으로 전환할 ‘골든타임’”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로봇 산업 활성화 기반 구축 ▲핵심 산업 육성 ▲업계 지원 체계 최적화 등 측면에서 협회의 책임이 한층 엄중해졌음을 언급했다. 끝으로 신임 회장 체제가 그려갈 새로운 운영 로드맵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피지컬 AI는 뜨겁지만, 시장은 이제부터” 로봇, ‘실험실 환상’에서 ‘산업 심장부’로

 

이날 행사의 핵심은 신임 회장의 취임사였다. 제12대 회장으로 선임된 오준호 삼성전자 미래로봇추진단장은 로봇 산업의 현재를 낙관 일변도로 해석하기보다, 기술 변화의 속도와 시장 형성의 간극을 함께 짚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풀어냈다.

 

오 신임 회장은 먼저 산업 지형의 변화를 “지금은 새로운 도전과 기회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어 “현재까지 로봇이 산업용 로봇으로서 자동화 설비의 일부로 정형화된 공장에만 머물러 있었다”며 “공장 밖 비정형 환경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지만 아직은 실험실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기술의 잠재력과 상용화의 현실을 분리해 바라보는 인식이다.

 

동시에 그는 최근 AI 발전이 로봇 산업의 판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준호 회장은 “AI가 모든 것을 바꿔놓고 기존의 생각과 기존 관념을 바꿨다”고 말한 뒤 “이것이 로봇과 결합될 때 아마 1차적으로는 제조 공장, 2차적으로는 서비스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더 넓은 생활 영역으로 나아갈 경우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AI·로봇의 결합이 산업 적용 순서를 따라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는 가장 주목되는 기술 대목으로 피지컬 AI를 지목했다. 앞선 여러 시도가 최근에는 피지컬 AI의 이름으로 재정의됐다면서,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의 기술 접근법이 발표되는 상황을 전달했다.

 

 

이어 그럼에도 본격적인 피지컬 AI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구호 형태로 피지컬 AI가 자주 등장하지만, 아직 시장에는 본격적으로 기술이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며 글로벌 화제의 크기와 실제 시장 형성 속도 사이의 간극을 지적했다. 이 발언은 과열된 기대를 키우기보다 산업 생태계가 풀어야 할 상용화 과제를 먼저 직시하자는 것을 시사한다.

 

오 회장은 한국 로봇 산업의 위치에 대해서도 현실 진단과 기회론을 함께 제시했다. 그는 한국이 지난 1980년대부터 로봇을 도입해 세계 4대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핵심 기술의 공급·생산 측면에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의 미래 로봇은 산업용 로봇 기술로부터 차별화된 기술”이라며, AI와 결합하는 차세대 로봇 경쟁에서는 “기술 선진국이나 우리가 똑같은 선상에서 재출발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늦었다는 불안보다, 새로 열리는 기술 축에서 어떤 영역을 먼저 확보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끝으로 최근 관심이 집중된 휴머노이드 로봇 담론에 대해서도 과도한 쏠림을 경계했다. 오준호 회장은 “최근 글로벌 산업이 인간형 로봇에 대해 언급을 주로 내놓고 있지만, 이 같은 로봇 폼팩터(Form-factor)만이 로봇의 본질 및 피지컬 AI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협회 운영에서도 특정 폼팩터 중심의 유행을 좇기보다, 다양한 로봇 형태와 적용 시나리오에서 실제 사업 기회를 만드는 의제를 우선하겠다는 방향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진오 전임 리더십이 운영의 책임성과 내부 구조 개선이라는 조직 기반을 정비했다면, 새롭게 출범한 오준호 체제는 기술 낙관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직시하며 새로운 경쟁의 출발선을 선언했다.

 

▲ 회장 이취임으로 협회의 리더십 교체가 이뤄졌다. (촬영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업계는 협회의 다음 과제로,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라는 화제가 커질수록 산업의 기대를 키우는 것보다, 회원사의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효용성을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표준, 인력, 제도, 수요 발굴, 기술 상용화 지원을 어떻게 실제 프로젝트로 연결하느냐가 오준호 신임 사령탑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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