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은 이제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로 평가받지 않는다. 실제 현장 내 운영 구간에서 결과가 일정하게 유지되는지를 더 고려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속도가 올라가도 품질이 유지되는지, 예외 상황에 봉착해도 복구가 되는지 등이 평가 기준이 된다. 이 조건이 무너지면 기술은 개념증명(PoC)과 데모를 벗어나지 못한다.
‘시뮬레이션·실환경 간 격차(Sim2Real Gap)’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가상 환경에서 학습·계산한 결과를 실제 환경으로 옮기는 과정을 뜻하는 ‘시뮬레이션·현실 전이(Sim2Real)’의 간극을 뜻하는 개념인데, 단순히 조명이 어둡거나 먼지가 쌓이는 차원을 넘어선다.
데이터가 여러 단계를 거치며 왕복 시간이 길어지면, 제어 엔진의 박자가 꼬이고 동기화가 밀린다. 이 미세한 지연(Latency)이 프로세스 전반에 누적돼 결국 공정의 오차가 커지고 품질이 무너지는 셈이다. 데이터가 흐르는 '실행 경로'와 연결 구조를 얼마나 간결하게 설계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모벤시스의 WMX는 산업용 PC(IPC)를 활용해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도 로봇·기계·설비의 축을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모션 제어 소프트웨어다.
기자는 모벤시스 데모 센터 현장에서 이 솔루션의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경험했다. 핵심은 가상 환경에서 설계한 경로가 운영체제(OS)와 경로 생성 프레임워크의 계산을 거쳐, 실제 실행 구동 체계인 WMX로 전달되는 전 과정을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한 데 있다.
쉽게 말해, 시뮬레이션상의 움직임이 실제 현장에서 오차를 일으키는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을 직관화한 것이다. 오차 원인이 외부 환경 탓인지, 혹은 데이터가 오가는 ‘연결 구조’ 내부의 프로세스 지연 때문인지를 짚어내는 구성이다.
“데이터 왕복의 병목을 찾아라” 가상·현실 검증의 신뢰성은 ‘실시간 동기화’에서
현장에서는 'WMX',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플랫폼 ‘엔비디아 아이작 심(NVIDIA Isaac Sim)’, 차세대 로봇운영체제(ROS) ‘ROS2’, 오픈소스 경로 생성 프레임워크 ‘MoveIt2’ 등을 한데 통합한 데모를 만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로봇 상태와 계산된 경로를 화면으로 확인하는 시각화 도구도 함께 구동됐다. 데모에서 WMX는 하드웨어 ‘제어 박스’ 역할에서 더 나아간 형태였다. 데이터가 실제 움직임으로 변환되는 핵심 실행 단계인 것.
모벤시스가 ‘시뮬레이션·현실 전이(Sim2Real)’의 해법으로 연결 경로의 단축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와 결을 함께한다. 데이터가 거치는 중간 단계를 줄여야만 지연 없는 정밀한 프로세스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데모의 구성은 먼저 카메라가 인식물에 부착된 좌표, 즉 로봇의 위치 인식을 돕는 시각 표식인 에이프릴태그(AprilTag)를 포착한다. 이때 태그는 입력을 표준화한다. 인식부 불확실성이 줄어들도록 하는 요소다.


▲ WMX는 주체의 움직임을 이같이 시각화하고 구현하는 데 특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이러한 WMX는 단일 중앙처리장치(CPU)에서 최대 128개의 관절(Axis)을 정밀 동기 제어할 수 있다. 6개의 관절을 채택하는 통상 로봇 팔(Robot Arm)을 최대 20대 이상 다룰 수 있다는 말이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어 ROS2에서 구체적인 작동 계획을 수립한다. 이후 WMX가 실제 기기의 모터·조인트 등 로봇 관절(Axis) 등을 직접 제어한다. 마지막으로 그 결과가 다시 ROS2로 전달돼 시뮬레이션과 시각화로 검증된다. 이 모든 흐름이 단일 솔루션 안에서 한 번에 이뤄진다.
현장에서 취재를 지원한 사측 관계자는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간극이 벌어지는 지점은 주로 속도 구간”이라며 “로봇·기계·설비가 저속으로 가동할 때는 안정적이지만, 고속 프로세스에 진입하는 순간 미세한 편차와 진동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예외 상황 발생 시 복구 루틴에서 지연이 누적되는 것이 치명적이라고 짚었다. 조명 변화, 먼지, 기구적 공차 같은 외부 변수에 시간 구조 결함이 겹치면 제어 엔진의 흔들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센서 데이터 취득부터 인지, 계획, 명령 전달, 제어 실행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가 서로 다른 리듬으로 구동되면서 동기화가 무너지고, 결국 공정 전체의 오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데모에서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모벤시스가 이 문제를 ‘실행 경로’를 솔루션의 핵심 부분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흐르는 경로가 투명하게 보이면 병목 지점이 드러나고, 병목이 보이면 곧바로 개선 프로세스에 착수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표준화된 통로로 피지컬 AI의 배포 속도 높이다
이처럼 데모가 던진 핵심 메시지는 ‘지연의 누적’이다. 데이터가 거치는 단계가 늘어날수록 왕복 시간은 길어지고 동기화도 점점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 양부호 모벤시스 의장은 지연이 커지는 이유를 ‘중간 정거장’의 누적으로 설명한다. 명령·피드백이 들르는 단계가 늘수록 시간이 새고 동기화가 흔들리기 때문에, 실행 기술 체계를 IPC 내부로 옮겨 경로를 단순화하는 게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모벤시스는 IPC 내부에서 모션 제어, 통신, 확장 로직을 한데 묶어, AI·비전 등 데이터와의 연결 단계를 줄이는 설계로 이 문제를 정면 돌파한다. 고속 산업용 통신인 이더캣(EtherCAT)과의 결합 역시 지연을 제어 가능한 범위로 압축하기 위한 시스템적 특징이다. 고속·정밀 작업에서 일관된 반복 품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모벤시스가 시간 구조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부호 의장에 따르면, AI 추론은 통상 100~500ms의 연산 주기로 움직이지만, 모션 제어는 0.125~1ms 주기의 안정성을 요구한다. 이에 대해 양 의장은 “피지컬 AI(Physical AI)은 결국 인지·추론·실행의 결합”이라며 “현장 상용화를 가르는 건 ‘실행 단계의 실시간성’”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이 격차를 연결 단계와 동기화 설계로 관리하지 못하면, 고속·정밀 공정에서 반복 품질은 유지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여기서 ROS2는 분산된 로봇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데이터를 교환하게 돕는 표준 연결 프레임워크로 활약한다. MoveIt2는 최적의 이동 궤적을 그려내는 로봇의 시뮬레이션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이 밖에 이 모든 계획과 로봇의 상태를 투명하게 투영하는 시각화 도구, 예를 들어 ‘RViz2’와 같은 툴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셋을 전면에 배치하면 계획 수립, 실행, 검증 구간이 분리돼 나타난다. 덕분에 ‘시뮬레이션·실환경 간 격차’를 막연한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고, 연결 구조 내부에서 지연이 쌓이는 특정 지점을 정확히 좁혀낼 수 있다.
결국 사측이 지향하는 점도 ‘피지컬 AI’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관심이 뜨거운 이 기술 방법론은 가상 세계의 논리가 실제 기계의 역학으로 변환되는 고도의 프로세스로, 로봇·기계·설비의 지능을 학습시키는 단계를 넘어서는 접근법이다. 로봇·기계·설비의 근육을 실시간으로 조율하는 실행력이 핵심이다.
이는 끊임없는 조정(Tuning)과 배포(Deployment)가 반복되는 영역이다. 그렇기에 모벤시스 WMX는 이러한 프로세스의 반복 속도가 곧 상용화의 속도와 직결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측은 이 과정에서 ROS2 패키지 공개 및 문서화 등 표준 프레임워크를 적극 수용하며 기술적 개방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한다.
이는 데이터 연결 통로를 표준화해, 현장의 개선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제어 기술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러한 모든 장면은 내달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전시장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6회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Smart Factory + Automation World 2026)’에서 확인 가능하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