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둘러싸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일을 계기로 이번 입찰에서 국내 배터리 생태계 기여도가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 27일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공고'를 통해 총 입찰 규모는 540MW(배터리 용량 환산 시 3.24GWh)로, 내년 1월 16일까지 접수를 마감하고 같은 해 2월 낙찰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력거래소는 지난 17일 열린 설명회에서 평가 비중을 지난 1차 때의 '가격 60%-비(非)가격 40%'에서 '가격 50%-비가격 50%'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비가격 평가 항목은 계통 연계(25%), 산업·경제 기여도(12.5%), 화재·설비 안전성(12.5%), 기술능력(7%), 주민수용성 및 사업준비도(4%), 사업신뢰도(1.5%) 등이다.
이 가운데 국내 산업·경제 기여도와 관련, 최근 대미 투자 확대 및 중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우려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로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을 초청한 가운데 주재한 민관 합동회의에서 "대미 투자가 너무 강화되면서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그런 걱정을 하지 않도록 잘 조치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배터리 3사도 ESS용 배터리의 국내 생산 및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는 양상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 가동 목표로 충북 청주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 생산 규모는 1GWh 수준으로 이번 사업에 전량 공급하기엔 부족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수요에 따라 국내 생산 물량의 단계적 확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15GWh 생산 규모의 울산공장에서 ESS용 삼원계(NCA) 배터리를 대부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경쟁 우위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산 소재 및 부품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LFP 배터리와 달리 NCA 배터리는 주요 소재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어 배터리 연계 공급망(SCM)의 국내 산업 기여도를 강조하고 있다.
SK온도 충남 서산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을 ESS용 LFP 파우치형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와 함께 정성 평가 항목에 포함된 고용 창출 효과, 지역주민 수용 노력, 관련 부지 확보 여부 등도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차 때보다 배점 비중이 다소 높아진(11%→12.5%) 안전성에 대해서도 배터리 3사가 각사의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LFP가 NCA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낮은 대신 안정적 구조를 갖고 있어 화재 안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SDI는 파우치형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난 각형 배터리에 모듈 내장형 직분사, 열 확산 방지 등 차별화된 안전 기술을 탑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가격 평가 비중이 확대됐음에도 결국 정부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인 만큼 결국 가격 경쟁력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통상 압력과 중국의 첨단 분야 기술력 확보 등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1차에 이어 2차 입찰에서도 가격과 안전성은 기본 조건으로 보고 국내 산업 기여도가 중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