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가 2030년까지 인공지능과 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 전기화 등으로 세계 전력 수요가 연평균 3.5% 이상 증가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전력 생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최신 연례 전망 보고서 ‘일렉트리시티 2026(Electricity 2026)’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매년 3.5% 이상 증가해 에너지 전반의 수요 증가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ESG 전문 매체 ESG 뉴스(ESG News)가 2월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를 산업 부문의 전기화, 전기차의 급속한 보급, 냉방 수요 증가,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 등이 이끄는 구조적 변화로 규정했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여전히 전력 수요 증가의 주된 동력으로 남는 가운데, 선진국도 10년 넘는 정체를 끝내고 다시 전력 소비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선진국 시장이 2030년까지 새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의 약 5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 에너지 시장·안보 국장 게이스케 사다모리(Keisuke Sadamori) 국장은 “에너지 시장 전반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지난 10년보다 훨씬 강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하나의 확실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에 2030년까지 전 세계 전력 소비 증가는 유럽연합 2개를 추가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다모리 국장은 이 수요를 충족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전력망 투자를 50%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력망이 계속 진화하는 만큼 유연성 확대와 함께 안보와 회복력에 대한 강한 집중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세계 전력 믹스에서도 변화를 예상했다. 재생에너지는 기록적인 태양광 발전 설비 확대를 앞세워 2025년 석탄 발전과 거의 같은 수준에 도달한 뒤, 이후 석탄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원자력 발전 출력도 이미 새로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합친 전력 공급 비중은 현재 42% 수준에서 2030년에는 전 세계 전력의 절반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됐다.
천연가스 발전은 특히 미국과 중동 지역에서 확대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이는 석유 발전이 감소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석탄 발전은 2030년까지 2021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됐다.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함에도, 전력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은 저배출 에너지원 비중 확대에 힘입어 2030년까지 전반적으로는 큰 변화 없이 거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전력 믹스 변화는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에게 보다 복잡한 전환 경로를 시사한다. 보고서는 청정에너지의 성장과 동시에 천연가스 사용이 지속된다는 점이, 특히 탈탄소와 경제 성장의 균형을 모색하는 지역에서 에너지 안보와 비용 부담 문제가 여전히 정부 계획의 핵심에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력망 인프라를 에너지 전환의 최대 제약 요인으로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배터리 저장 설비,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포함해 2천500기가와트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접속 대기열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IEA 분석에 따르면, 전력망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도입하고 접속 규제를 개혁해 보다 유연한 연결을 허용할 경우, 단기적으로 최대 1천600기가와트의 설비 용량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기상 조건에 좌우되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시스템 유연성이 전략적 우선순위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 독일, 텍사스, 남호주, 영국 등에서는 대규모 유틸리티급 배터리 설치가 빠르게 확대되며 단기적인 전력 수급 균형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는 유연성 확보가 저장 장치에만 국한돼서는 안 되며, 더 스마트한 수요 관리와 보다 역동적인 시장 설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부담과 전력 시스템의 안전성도 정책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고서는 2019년 이후 많은 국가에서 가계 전기요금이 소득 증가 속도보다 더 빠르게 올라, 가계 소비자와 산업 경쟁력 모두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은 투자 인센티브를 유지하면서도 비용 통제와 공급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시장 개혁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 시스템의 안보와 회복력 역시 주요 거버넌스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노후 인프라와 극단적 기상이변, 사이버 공격 위협,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규제 당국과 전력회사는 시스템 운영 방식과 핵심 인프라 보호 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고경영진과 기관투자자에게 향후 10년이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뿐 아니라 인프라 현대화, 규제 변화, 디지털화·전기화에 따른 수요 패턴 변화가 동시에 전개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가속되는 가운데, 전력망 투자 속도와 정책 개혁의 진전이 전력 시스템이 비용 부담과 공급 신뢰성, 기후 목표 달성을 함께 유지할 수 있을지를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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