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XW 2026] AI 괴담 대신 엔지니어링의 정답을 찾아서...파블로스 홀만이 3DXW 무대에 선 이유

2026.02.03 13:30:18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현실을 모델링한 후 ‘이게 당신의 가능한 미래들입니다. 어느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싶습니다. 비행기·로켓·자동차는 이제 소프트웨어에서 먼저 만듭니다.

수천 번, 수만 번 부수고, 그다음에 단 하나를 만듭니다”

 

다쏘시스템의 연례 생태계 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3DEXPERIENCE World 2026 이하 3DWX)’ 키노트 무대에 오른 파블로스 홀만(Pablos Holman)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산업 담론을 재정렬했다.

 

 

발명가 겸 딥테크 전략가로 활동 중인 그는 AI가 무수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동안, 승부는 그 선택지를 가상에서 검증하고 현실로 당기는 엔지니어링 순환 고리가 쥐고 있다고 설파했다.

 

그는 “설계와 검증의 반복 주기를 단축하는 것이야말로 제조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오르는 시점”이라며 시뮬레이션과 모델 중심 접근을 ‘지금 당장 작동하는 미래(A Future that Works Now)’로 규정했다.

 

이러한 시각은 올해 3DXW 2026 키노트를 관통하는 핵심 기조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단순한 기술적 신기능 소개가 아니라, ‘AI와 가상 엔지니어링을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실제로 가동할 것인가’를 증명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다.

 

결국 AI가 산업에 주는 실질적인 효용은 ‘얼마나 빨리 결정을 내리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다쏘시스템은 홀만의 논리를 빌려 AI를 막연한 미래 기술이 아닌, 설계와 검증이라는 구체적인 공학 실무 프로세스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단기적인 트렌드보다 에너지, 인프라, 생산체계처럼 규모가 큰 과제를 공학적 프레임으로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시뮬레이션과 모델의 가치를 전면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에너지 총량의 난제...AI 관련 ‘공포 서사’를 공학 문제로 치환하다

 

홀만은 먼저 오늘의 기술 논쟁이 AI 전력 수요 같은 단일 이슈로 축소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80억 인구가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한 에너지 총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산업의 재편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는 우주 태양광·원자력 등 선택지를 ‘공상과학’이 아닌 모델과 검증으로 풀어낼 ‘엔지니어링의 난제(Engineering Challenges)’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문제를 막연한 공포 서사로 두기보다, 정교한 엔진을 통해 풀어낼 공학 문제로 다시 세우자는 제안이다.

 

이 에너지 서사는 곧바로 ‘왜 지금 AI인가’로 연결된다. 홀만은 현실을 모델링해 가능한 미래를 펼쳐 보이는 도구로 AI를 낙점했다. AI가 여러 경로를 동시에 제시하면 산업은 그 결정을 빠르게 검증해, 기존 대비 실행으로 옮기는 능력의 차이를 만든다. 홀만은 “시뮬레이션 기반 설계와 근사 모델링(Surrogate Modeling)을 통해 가상에서 실패를 ‘더 많이, 더 자주, 더 싸게’ 선불로 치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를 로켓과 항공기 사례에 적용해 “현실에서 만들기 전에 소프트웨어에서 먼저 검증한다”는 원리를 내세웠다. 제조 경쟁을 기존의 ‘도면의 정교함’보다 ‘검증 순환의 속도’로 정의한 것이다.

 

 

“지식 기반 엔지니어링의 상상력은 혁신이 된다”

 

파블로스 홀만은 이러한 이론을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상상력’으로 확장했다. 홀만은 원전의 비용 구조를 예로 들며, 표준화가 작동하지 않으면 매번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안으로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와 배치 방식의 혁신을 제시했다. 1마일(약 1.6km) 깊이의 보어홀(Borehole)을 통해 석유·가스 산업의 시추 역량을 인프라 전환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보어홀 내 물기둥의 정수압을 활용해 냉각·안전을 설계 변수로 재정렬하며 “중력은 앞으로도 계속 작동한다”고 비유했다. 이는 외부 동력이나 복잡한 기계 장치에 의존하기보다, 물리 법칙을 설계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는 접근이다. 공학적 프로세스가 문제 해결에 본질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홀만이 반복해서 꺼낸 키워드는 ‘이야기’였다. 기술을 둘러싼 디스토피아 서사가 선택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컴퓨팅과 시뮬레이션 능력을 동원해 상상과 현실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에 따르면 AI의 역할은 ‘정의한 목표를 더 빠르게 검증하고 실행으로 잇는 가속기(Accelerator for Execution)’다. 이러한 관점은 제조 경쟁력의 격차가 이제 데이터의 양보다 결정을 검증하는 속도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홀만은 엔지니어가 매일 반복하는 설계·검증 과정을 “가상 세계에서 수많은 미래의 선택지를 시뮬레이션해보고, 그중 가장 완벽한 하나를 현실로 끄집어내는 의사결정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결국 미래 제조 현장의 승부처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검증 속도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에 있다는 선언이다.

 

한편, 이번 통찰이 제시된 ‘3D익스피리언스 월드 2026’은 2월 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막을 올렸다. 전 세계 6000여 명의 설계·제조 관계자와 다쏘시스템 생태계 이해관계가 집결한 가운데 기술 교류의 서막을 알렸다.

 

‘가상과 현실의 실시간 동기화’를 기조로 내건 이번 행사는 다쏘시스템의 가상 환경 방법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플랫폼 ‘3D익스피리언스(3DEXPERIENCE)’의 확장된 세계관을 조명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엔비디아(NVIDIA)·HP·델 등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대거 참여해 고성능 워크스테이션과 확장현실(XR) 기기 등 가상 세계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하드웨어 엔진들을 선보이며 제조 생태계의 견고한 협력을 입증했다.

 

전시관인 ‘플레이그라운드(Playground)’에서는 설계 데이터가 로봇, 공작 기계 등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샵플로어(Shop Floor)’ 구역을 통해 완전 연결형 제조 프로세스가 시연됐다.

 

파스칼 달로즈(Pascal DALOZ) 다쏘시스템 최고경영책임자(CEO)와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 등 글로벌 리더십이 주도하는 기조연설은 산업용 AI의 비전과 구체적인 기술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로써 가상 엔지니어링이 미래 산업의 시뮬레이션과 실질적인 주권(Sovereignty)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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