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 제품 대부분은 녹인 플라스틱을 금형에 주입해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사출성형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공정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불량이 발생하기 쉬워, 그동안 제조 현장에서는 숙련자의 경험과 감에 크게 의존해 왔다. 고숙련자 은퇴와 외국인 인력 증가로 제조 지식 단절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인공지능으로 공정을 스스로 최적화하고 지식을 전수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KAIST는 기계공학과 유승화 교수 연구팀이 사출 공정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생성형 AI 기술과, 현장 지식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LLM 기반 지식 전이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그 성과를 국제학술지에 연속 게재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는 기계공학과와 이노코어 PRISM-AI 센터가 공동으로 수행했다.
첫 번째 성과는 환경 변화나 요구 품질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 공정 조건을 추론하는 생성형 AI 기반 공정추론 기술이다. 기존에는 온도나 습도, 목표 품질이 바뀔 때마다 숙련자가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거쳐 공정 조건을 다시 설정해야 했다.
연구팀은 실제 사출 공장에서 수개월간 수집한 환경 데이터와 공정 파라미터를 활용해 확산 모델(Diffusion Model) 기반으로 목표 품질을 만족하는 공정 조건을 역설계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여기에 실제 생산을 대신하는 대리모델(Surrogate Model)을 함께 구축해, 공정을 실제로 가동하지 않고도 품질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기존 대표 기술로 활용되던 GAN·VAE 기반 모델의 오류율 23~44%를 크게 낮춰 1.63%의 오류율을 달성했으며, 실제 공정 적용 실험에서도 AI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양품 생산이 확인돼 현장 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두 번째 성과는 고숙련자 은퇴와 다국어 작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LLM 기반 지식 전이 시스템 ‘IM-Chat’이다. IM-Chat은 거대언어모델(LLM)과 검색 증강 생성(RAG)을 결합한 멀티에이전트 AI 시스템으로, 초급 작업자나 외국인 작업자가 제조 현장에서 겪는 문제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제조 현장용 AI 도우미다.
작업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이를 이해하고, 필요에 따라 생성형 공정추론 AI를 자동으로 호출해 최적 공정 조건을 계산한다. 동시에 관련 기준과 배경 설명까지 함께 제공한다. 예를 들어 “현재 공장 습도가 43.5%일 때 적정 사출 압력은?”이라는 질문에 대해 AI는 최적 조건을 산출하고, 관련 매뉴얼 근거까지 함께 제시한다. 다국어 인터페이스를 지원해 외국인 작업자도 동일한 수준의 의사결정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연구는 사출 공정을 넘어 금형, 프레스, 압출, 3D 프린팅, 배터리, 바이오 제조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 가능한 제조 AI 전환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특히 생성형 AI와 LLM 에이전트를 툴 콜링 방식으로 통합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기능을 호출하는 자율 제조 AI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승화 교수는 “공정을 스스로 최적화하는 AI와 현장 지식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LLM을 결합해 제조업의 본질적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해결한 사례”라며 “앞으로 다양한 제조 공정으로 확장해 산업 전반의 지능화와 자율화를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기계공학과 김준영·김희규·이준형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고, 유승화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공학·산업 분야 세계 1위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Manufacturing Systems 4월호와 12월호에 연속 게재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