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이 어렵고 치료 난도가 높아 ‘암 중의 암’으로 불리는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대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췌장 표면을 감싸며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새로운 초소형 LED 장치를 개발해 췌장암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KAIST는 신소재공학과 이건재 교수 연구팀이 UNIST 권태혁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췌장을 입체적으로 감싸 빛을 직접 전달하는 ‘3차원 마이크로 LED’ 장치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췌장암은 2기부터 종양 주변에 단단한 방어막인 종양 미세환경(TME)이 형성돼 수술이 어려울 뿐 아니라, 항암제와 면역세포의 침투도 극도로 제한돼 치료 성과가 낮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광역동치료(PDT)가 주목받고 있으나, 기존 레이저는 췌장처럼 깊숙한 장기까지 빛을 전달하기 어렵고 강한 빛은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어 다리처럼 자유롭게 휘어져 췌장을 감싸는 3차원 마이크로 LED 장치를 고안했다. 이 장치는 췌장 구조에 맞춰 밀착되며, 약한 빛을 장시간·균일하게 조사해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실제 생체실험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살아있는 쥐에 적용한 결과, 3일 만에 종양 섬유조직이 64% 감소했고 손상됐던 췌장 조직도 정상 구조로 회복되는 것이 관찰됐다.
권태혁 UN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광치료가 가진 깊은 조직 전달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난치암을 대상으로 면역 기반 치료 전략을 확장할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재 KAIST 교수는 “췌장암 치료의 최대 장벽인 종양 미세환경을 직접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광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AI 기반 실시간 종양 분석을 접목해 맞춤형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임상 적용을 위한 파트너와 상용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메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12월 10일 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저자진은 김민서 석·박사 통합과정(KAIST, 공동1저자), 이재희 박사(KAIST, 공동1저자), 이채규 박사(UNIST, 공동1저자), 권태혁 교수(UNIST, 교신저자), 이건재 교수(KAIST, 교신저자)로 구성됐다. 연구는 글로벌 생체융합 인터페이싱 소재 센터(선도연구센터)와 국립암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