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반도체 기술 경쟁의 새 화두로 떠오른 첨단 패키징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을 본격화하며 이 분야에서 한발 앞선 대만, 미국 추격에 나섰다.
여러 칩을 연결하거나 개별 칩을 높게 쌓는 후공정을 일컫는 첨단 패키징은 AI 붐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TSMC가 AI 가속기로 생산할 때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성능 D램과 GPU가 한 몸처럼 작동하도록 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회로 선폭을 줄이며 경쟁력을 올리던 '스케일 다운' 기술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반도체 초격차를 결정지을 분야로 여겨지며 TSMC는 물론 인텔, ASE 등 해외 업계가 앞다퉈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9일 정보기술(IT)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말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전문인력 양성사업 공모를 시작했다. 올해부터 2031년까지 예산 총 240억원을 투입해 설계·시뮬레이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정·시스템, 신뢰성 테스트·분석 등 첨단 패키징 분야별 고급 인력을 길러내는 사업으로, 올해부터 2027년까지 석·박사 졸업생을 30명 이상, 2028∼2030년 60명 이상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파운드리와 조립검사(OSAT)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대학·기업·연구소 또는 컨소시엄을 선정, 첨단 패키징 전문인력 양성센터를 올해와 내년 각각 1곳씩 설립할 계획이다. 기업체에 취업 연계할 인원을 추가 정원(TO)으로 배정하는 계약정원제를 활용해 신입생과 기업이 채용·인턴십·장학금 협약을 맺고 첨단 패키징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인력 양성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과 관련한 핵심 기술 개발에도 490억원을 투입한다. 3차원(3D) 적층, 고효율·미세피치 패키징, 고방열 패키징 구조, 차세대 인터포저, 초미세기판 및 기판공정 원천기술 등을 확보하며, 이종 집적(HI)과 팬아웃 기술 등 첨단 후공정 기술 발전에 대응하는 초고밀도 첨단기판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또 차세대 반도체 장비 원천기술 개발을 목표로 3D 공정 실현의 핵심 요소인 패키징 스택, 대면적·고심도 계측 및 검사용 전자현미경(SEM) 기술 개발에 나선다. 아울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연구개발과 실증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 대만, 일본, 유럽은 이미 12인치 수준 첨단 패키징 공공 인프라를 구비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은 첨단 후공정 패키징 제조 기술 프로그램 신설에 25억 달러(약 3조4천억원)를 배정한 바 있다. 미국은 후공정 공급망 강화를 목적으로 상무부 산하에 국립 첨단 패키징 제조 연구소를 설립했고 대만 국립 칭화대학교는 TSMC 등 국내외 첨단 기업과 협력한 '반도체 연구학원'을 세웠다. 네덜란드도 정부·기업·기관이 연계한 차세대 패키징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반도체 인력 양성 사업의 대부분은 설계와 전공정에 집중된 형편이었다. 정보기술 당국 관계자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최근 AI 반도체 경쟁에서 빛을 발하며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어 투자와 지원에 나설 적기"라고 말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