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현장의 자동화(Automation) 경쟁은 더 이상 설치된 설비의 수량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현재 산업계가 주목하는 핵심 지표는 ▲공정이 얼마나 오래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지 ▲예외 상황 발생 시 대응 속도가 얼마나 신속한지 ▲반복 작업과 검사·이송·복귀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선순환되는지에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 세계 공장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466만4000대에 이르렀으며, 신규 설치 대수는 4년 연속 50만 대를 돌파했다. 이렇게 자동화의 양적 확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현시점 제조 경쟁력의 기준은 운영의 연속성(Continuity)·자율성(Autonomy)을 어떻게 확보하지가 관건인 모양새다.
국내 제조업 역시 이러한 구조적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정부 발표에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사업체 부족 인원은 46만9000명에 달한다.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대체할 설비, 설비 간 간극을 메우는 이동형 자동화, 검사와 재투입 등 라인 주변의 보조 작업까지 보조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배경이다.
세계경제포럼(WEF) 또한 자동화 하드웨어, 인공지능(AI), 비전(Vision) 시스템의 결합이 인지·판단·자율 행동이 가능한 ‘피지컬 AI(Physical AI)’ 기반의 산업 운영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현장이 요구하는 솔루션은 고성능 장비 단일체보다, 실제 공정을 더 오래 안정적으로 가동시키는 ‘통합 구조’다.
‘제36회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utomation World 2026, 이하 AW 2026)’ 현장에서 원익로보틱스가 선보인 장면은 바로 이러한 시장의 질문에 대한 메시지다. 실제로 회사는 로봇 핸드 제품군 ‘알레그로 핸드(Allegro Hand)’, 자율이동조작로봇(AMMR), 자율주행로봇(AMR)을 현장에서 내세웠다.
로봇 손의 정교함부터 이동, 인식, 작업 수행, 운영 지속성을 하나의 서사로 엮어낸 메시지였다. 사측은 이 가운데 AMMR을 차세대 핵심 기술로 지목했다. 자율 이동, 정밀 위치 정렬, 비전 기반 인식, 로봇 핸드 기반 작업 수행 등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유기적 구조를 강조한 것이다.
회사가 낙점한 지속 가능한 자동화의 가치는 더 정교한 손 하나에 머물지 않습니다.
조작, 시각, 이동, 운영을 한데 통합한 완성형 공정 구조입니다.
보고 느끼며 스스로 판단하는 ‘지능형 손’을 꿈꾸다...어떤 방향으로 놓여도 ‘척척’
원익로보틱스가 설계한 로봇 솔루션의 핵심은 손가락 개수나 파지 성능 등 물리적 스펙에 있지 않다. 이들이 주목하는 핵심 변화는 로봇 손이 대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그 데이터에 기반해 스스로 방향을 보정하는 '지능적 조작'의 영역이다.
이 과정에서 비전 시스템을 통해 유입된 시각 데이터를 학습 모델과 동기화하면, 로봇은 작업 대상의 위치나 상태에 관계없이 특정 패턴을 식별해낼 수 있다.
김학래 원익로보틱스 대표는 “카메라로 학습시킨 모델을 로봇 핸드에 이식해, 물체가 어느 위치에 놓여 있더라도 대상을 인식해 작업을 수행하도록 구현한다”며 “사용자 목적에 따라 대상물의 형태를 로봇 핸드가 바꿔 유연한 공정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기술에 대해, 앞으로의 로봇 핸드는 피킹(Picking)만을 위한 장치에서 식별, 자세 보정, 복합 조작 등을 직접 수행하는 '독립적 작업 단위'로 확장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수집되는 감각 데이터의 정밀도는 조작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김학래 대표는 "압력 센서를 활용해 계란과 같은 미세한 물체도 파손 없이 집을 수 있고, 가해지는 힘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원익로보틱스 알레그로 핸드 시리즈는 그동안 다양한 세대를 거치며 고도화됐다. 그 가운데 로봇에 감각을 더하는 기술이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러한 기술의 진화 방향은 손끝의 접촉점을 넘어 손바닥 전역으로 데이터 유입 범위를 확장하는 데 있다. 특히 그는 차세대 기술의 방향성에 대해 "손끝뿐만 아니라 손바닥 영역까지 데이터가 유입돼야 한다"며, 힘의 크기뿐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 물체를 접촉하고 있는지까지 정밀하게 읽어내는 구조적 진화를 강조했다.
실제로 원익로보틱스가 개발한 감각 시스템은 물체를 누르는 힘의 크기뿐 아니라 어느 방향에서 자극이 오는지까지 실시간으로 계산해낸다. 마치 사람이 신경계를 통해 자극을 느끼듯, 외부 접촉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스스로 동작을 수정하는 구조다. 로봇 핸드가 접촉 정보를 제어에 반영하는 감각 기반 장치로 확장된 셈이다.
대상물의 방향을 스스로 바꿔 보정하고,
힘의 크기와 접촉 방향까지 파악하는 단계에 진입하는 순간
로봇 핸드는 단순한 엔드이펙터(End-effetor)에서
판단·조작의 중추적 엔진으로 기능합니다.
이러한 손의 정교함은 실제 제조 공정의 레이아웃 변화 가능성을 넓힌다. 원익로보틱스 로봇 핸드 솔루션은 그 일련의 과정을 대체하도록 설계됐다. 불량 의심품 재처리부터 바코드 부착, 반복 검사 대응 등 그동안 인력에 의존한 라인 주변의 보조 작업 전반을 자동화 영역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다.
더 나아가 김 대표는 보호필름 처리 기능의 고도화 로드맵도 구체화했다. 그는 “출시를 앞둔 차세대 알레그로 핸드는 카메라·AI를 연동해 보호필름을 정밀하게 부착하는 공정은 물론, 이미 사용된 필름을 스스로 박리해 폐기하는 고난도 작업까지 수행하도록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시장 기대감을 충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조 산업에서 오랫동안 ‘집는 도구’로 정의됐던 로봇 핸드에 점진적으로 다각적 역할을 부여할 방침 또한 전했다.
“정해진 궤적은 잊어라” 실제 공정으로의 전이 앞둔 가상 환경 학습 기반 로봇 핸드 지능
원익로보틱스 제품의 로봇 조작 정밀도를 결정짓는 또 다른 핵심 축은 가상 환경의 학습 결과를 물리적 환경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단순히 정해진 궤적을 따르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성능 시뮬레이션 환경 안에서 조작 동작을 고도화하고, 그 데이터를 실제 물리계로 이식하는 프로세스다.
김학래 대표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시뮬레이션 플랫폼 ‘엔비디아 아이작 심(NVIDIA Isaac Sim)’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물체를 지속 조작하며 수시간 동안 검증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과 ‘시뮬레이션·현실 전이(Sim2Real)’를 함께 검증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이는 가상 환경에서 습득한 지능을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구현해내는 것이 바로 ‘피지컬 AI(Physical AI)’라는 설명이다. 결국 피지컬 AI의 본질은 가상에서 익힌 정교한 조작이 현실의 거친 공정으로 이식되었을 때도 손끝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
이 과정이 의미 있는 이유는 피지컬 AI라는 최근 담론을 모터 제어와 손동작 알고리즘이라는 현장 적용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강화 학습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터 전류값을 미세하게 조정해 비정형 다물체를 놓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로봇이 수행 가능한 작업의 가짓수보다, 습득한 동작을 현실 공정으로 얼마나 안전하고 정밀하게 전이(Transfer)시킬 수 있는지가 산업적 분기점임을 시사한다. 결국 이러한 기술적 시도는 제조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을 겨냥한 결과로 풀이된다.
안전은 기본, 효율은 덤...현장 유휴 시간을 제로(Zero)로
자율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이 차세대 제조 인프라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는 이때 기반이 되는 자율 공장의 완성도가 개별 장비의 성능보다, 각 모듈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통합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원익로보틱스의 AMMR은 자율 이동, 정밀 위치 정렬, 비전 인식, 로봇 핸드 조작이라는 개별 프로세스를 단일 흐름으로 결합한 통합 시스템 구조다. 좁고 복잡한 산업 환경에서도 실시간으로 경로를 최적화하며 목표 지점에 ±1mm 수준으로 정밀 도킹한다. 이후 상부의 6자유도(DoF) 다관절 협동 로봇(코봇)과 로봇 핸드가 복합적인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메커니즘을 갖췄다.
이러한 기술적 구조는 실제 제조 공정의 핵심 공정 구역(Cell)을 로봇 시스템 안에 축소해 구현한 메커니즘이다. 김 대표는 “AMMR은 로봇 팔(Robot Arm), 로봇 핸드 등 조작에 특화된 기계 장치 매니퓰레이터(Manipulator)를 AMR 플랫폼 위에 얹는 차세대 폼팩터(Form-factor)”라고 소개했다.
특히 자사 AMMR은 로봇 팔 끝단에 탑재되는 엔드이펙터(End-effector)를 자유롭게 교환하는 툴체인저(Tool-changer) 기능이 핵심 설계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어떤 대상물이라도 형태에 맞게 피킹 작업을 구현한다. 평행형·다지형·진공형·소프트형·정전기형 등 다양한 엔드이펙터를 교체하며 활용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각 엔드이펙터는 도킹 이후 투입·회수·조립·포장 등 작업을 중단 없이 진행한다.


▲ AMMR이 툴체인징(Tool-changing)부터 피킹·포장(Packaging)까지의 공정을 연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원익로보틱스는 제조 현장의 물류 이동과 머신텐딩(Machine Tending) 등 반복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과 그로 인한 안전 위험을 예방·해결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설계했다.
김학래 대표에 따르면, 공정별 최적화된 기본 설정만으로 즉각적인 가동이 가능하다. 동시에 설비 배치(Line Layout) 변경 때도 최소한의 최적화 과정으로 운용 효율을 보장하는 유연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라이다(LiDAR) 기반 ‘동시적 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SLAM)’ 기술을 채택해 AMMR의 위치 제어 성능을 끌어올렸다.
또한 회사 AMMR은 유럽 시장 진출의 필수 관문인 ‘유럽통합인증(CE)’을 통과한 것은 물론, 산업용 로봇의 안전성을 가늠하는 국제 표준 ‘산업안전등급 'PL d(Performance Level d)’만족한다. 이로써 현장 신뢰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다.
지능형 조작만큼이나 중요한 기술적 지표는 제조 인프라 가동률을 결정짓는 ‘배터리 교체 시간’이다. 원익로보틱스 AMMR은 자동 배터리 교체 시스템을 탑재해, 연속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대표는 “기존 이동 로봇 시스템은 충전을 위해 2~3시간 이상 가동이 중단돼야 했으나, 배터리 교체 방식을 탑재한 자사 로봇은 1분 내외로 배터리 교체를 완료한다”며 별도의 충전 대기 시간이 필요 없는 구조를 내세웠다. 이어 “작업 영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반나절 이상 연속 구동이 가능하다”며 부연했다.
1분은 단순한 배터리 교체 기록이 아닙니다.
충전 대기로 비던 2~3시간을 1분 안팎으로 줄여,
공정 연속성을 지키겠다는 운영 설계의 수치죠.
결론적으로 원익로보틱스가 지향하는 공정 자율화는 이동과 조작을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배터리 교체 기반의 연속 운영 구조를 통해 공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운영 최적화(Operational Optimization)’로 연결된다.
미래형 로봇의 분기점은 ‘안정성’...현실 운영에 뿌리 둔 원익로보틱스
“특정 솔루션과의 기술적 우열을 논하기보다, 실제 제조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적용되는지에 대한 기술적 메커니즘이 본질적 과제다”. 이 메시지는 김학래 대표가 강조한 자사 철학이다. 이러한 원칙은 시스템 전체의 공정 설계에 그대로 반영됐다. 사측이 제시한 앞선 기술의 흐름은 실전적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자동화 비전이다.
김학래 대표는 향후 바퀴(Wheel) 기반 모바일 휴머노이드(Mobile Humanoid)로의 확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기술적 시각은 현실적인 지점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족 기반 보행 퍼포먼스 자체보다 더 난도 높은 과제는 손끝의 작업 좌표를 정밀하게 맞추는 일”이라며 “하단의 위치값이 미세하게 변하더라도 상부의 상대 좌표는 크게 뒤틀려 작업점 정밀도를 확보하는 것이 기술적 난제”라고 풀이했다.
미래형 로봇을 논하면서도 실제 공정 투입의 분기점은 화려한 보행 성능이 아니라, 정밀 작업의 안정적 지속성에 있다는 현실 인식이 드러난 대목이다.
가상의 퍼포먼스보다, 오늘 당장 제조 라인에 투입돼도 구현 가능한
견고하고 안정적인 운영 구조(Operational Structure)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회사는 올해 이후의 로보틱스 시장 변화에 대해, 실제 정밀 작업 수행이 가능한 통합형 솔루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물체를 정교하게 인식하고 다루는 조작 기술의 중요성이 임계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익로보틱스의 이번 기술적 행보는 이 지점을 향하고 있다. 단순히 '잘 집는 손' 하나를 내세우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손이 이동하고 대상을 식별하며 라인 주변의 복합 업무를 처리하고 정지 시간을 최소화한 후 공정으로 복귀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공정 체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원익로보틱스는 로봇 손의 진화를 공정 전체의 맥락으로 풀어내며, 오늘 당장 현장에 투입해도 밥값 하는 ‘자율제조의 현재’로 만들어낼 계획이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