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반도체 시장, 차세대 경쟁의 중심으로 부상
산업용 반도체 업계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제조업과 디지털 인프라가 빠르게 지능화되면서, 공장 자동화·로봇 제어·스마트 에너지 관리 등 산업 현장의 핵심 기능을 좌우하는 MCU와 무선 SoC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성능 연산, 초저전력, 견고성, 그리고 장기 공급 안정성까지 요구되는 산업용 반도체 특성상 기술 경쟁의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지고 있다. 단순 제어 수준을 넘어 엣지 AI, 실시간 분석, 복합 센싱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가 늘어나면서 산업용 MCU·무선 칩은 전략적 가치가 급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산업용 반도체가 향후 제조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들이 이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내 산업용 반도체 시장, 고성능·저전력 기술 경쟁 본격화
국내 산업용 반도체 시장은 최근 제조 자동화 고도화, IoT 도입 확산, 에너지 전환 정책이 맞물리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산업 장비·로봇·스마트 빌딩·스마트 모빌리티 등 응용영역이 확장되면서 MCU와 무선 SoC가 요구받는 성능 기준도 높아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다. ST의 STM32 시리즈는 이미 산업 제어·스마트 팩토리·로보틱스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 18nm FD-SOI 기반의 STM32V8을 발표하며 산업용 고성능 MCU 시장의 지형을 다시 그렸다. ARM Cortex-M85 기반의 고성능 연산과 4MB PCM 메모리, 140도까지 버티는 견고성은 산업용 설비에서 요구되는 실시간성·신뢰성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핵심 플레이어는 노르딕 세미컨덕터다. 노르딕은 블루투스 LE, Matter, LTE-M, NB-IoT, Wi-Fi 등 저전력 무선 전 영역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며 국내 IoT·스마트홈·스마트빌딩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nRF54 시리즈는 의료·헬스케어·산업용 IoT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초저전력과 고성능을 결합한 솔루션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산업용 반도체의 기술 경쟁이 고도화될수록 고성능 MCU와 저전력 무선 SoC의 통합 활용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ST와 노르딕은 각각 연산·제어·무선 연결 분야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18nm FD-SOI 기반 STM32V8 통해 산업용 MCU 지평 넓힌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최근 공개한 STM32V8은 산업용 MCU 시장의 기술 기준을 전면적으로 재정의하는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이번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T는 해당 MCU가 단순한 성능 향상에 그치지 않고 공정·메모리·아키텍처·보안·신뢰성 등 MCU의 근본 구조까지 혁신했다고 강조했다.
STM32V8은 업계 최초로 18nm FD-SOI 공정과 임베디드 PCM(ePCM) 메모리를 적용했다. FD-SOI는 누설전류 감소, 전력 효율 향상, 방사선 내성, 고온 안정성 등 산업 환경에서 필수적인 특성을 제공하며, PCM은 기존 플래시 대비 최소 2.5배 이상의 고밀도와 빠른 쓰기 속도를 제공해 고성능 임베디드 애플리케이션에 유리하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ST 관계자는 이러한 공정 기반 덕분에 MCU임에도 불구하고 800MHz Cortex-M85라는 압도적인 연산 성능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STM32V8은 AI·DSP 연산에서도 성능을 대폭 끌어올렸다. Arm Helium(MVE) 기반 벡터 연산 가속을 통해 이전 세대 STM32H7 대비 ML 연산 성능을 최대 6배 향상시켰으며 Yolo-LC 기반 엣지 AI 모델 시연에서는 동일 클록 대비 3.5배, 최대 동작 주파수 기준 6배 성능을 확인했다. 이러한 성능은 로봇의 실시간 모션 제어, 고속 센서 퓨전, 산업 장비의 고정밀 피드백 제어 등에서 즉각적인 체감 효과를 제공한다. 메모리 구성 역시 대폭 확장됐다. MCU에서는 드물게 4MB ePCM, 1.5MB SRAM, TCM 메모리, 데이터 NVM을 통합해 복잡한 산업 애플리케이션도 단일 칩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I/O와 통신 기능도 산업 장비 요구에 맞춰 강화됐다. 1Gb 이더넷 TSN 지원, FD-CAN, I3C, USB HS/FS, Octo/Hexa-SPI, SD/MMC, 고해상도 타이머, 모터 제어 전용 타이머 등은 공장 자동화·전력 시스템·로보틱스(Pick&Place, AMR 제어)·스마트 인버터·모터 드라이브 장비 등에 필요한 기능을 MCU 단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래픽 가속기(Chrom-ART), LTDC 디스플레이 컨트롤러 통합으로 고급 HMI 산업 장비도 구현 범위에 포함됐다.
신뢰성 역시 이번 발표의 핵심이었다. ST는 PCM과 FD-SOI 조합이 자동차용으로 이미 검증됐으며, 방사선 내성이 요구되는 우주 환경에서도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입증하는 사례로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군에 적용된 미니 레이저 시스템을 제시했다. STM32V8은 저지구궤도(LEO)의 고방사선·고진동 환경에서 25Gbps급 고속 레이저 통신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사용되며, 이를 통해 제품 신뢰성과 산업 적용 범위가 공식적으로 검증됐다.
또한 사이버 복원력법(CRA)을 포함한 미래 보안 규정을 대비한 아키텍처도 특징이다. PSA Level 3·SESIP Level 3 목표 설계, 보안 부트·보안 업데이트·수명주기 관리, 키 보호 기능을 갖추고 있어 산업·인프라 시스템의 보안 요구를 충족한다. 이와 관련해 ST 관계자는 “MCU와 MPU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으며 STM32V8은 고성능 제어·엣지 AI·고신뢰성 환경을 위한 차세대 MCU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으로 공급 안정성도 확보한 만큼 STM32V8은 향후 산업용 고성능 MCU 시장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노르딕 세미컨덕터, AIoT 코리아 2025에서 차세대 저전력 무선 플랫폼 전략 공개
노르딕 세미컨덕터는 AIoT 코리아 2025를 통해 ‘초저전력·고성능·클라우드 통합’이라는 무선 플랫폼 전략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전시의 중심은 차세대 nRF54L 시리즈였다. 이 SoC는 이전 세대 대비 프로세싱 성능과 전력 효율을 크게 개선해 배터리 수명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복잡한 IoT 기능을 실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의료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스마트홈 센서, 산업 센서 등 지속 연결과 초저전력이 동시에 필요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노르딕은 전력 소비 추적 그래프를 통해 동작 전류 변화와 처리 성능을 실시간 시각화해 개선된 연산능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두 번째 핵심 전시는 블루투스 채널 사운딩 기반 존재 감지 솔루션이었다. Matter 기반 PIR 센서와 채널 사운딩 기술을 결합해 사용자 존재 여부를 더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스마트홈 시장의 실질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nRF54L15 및 nRF54LM20A가 Thread와 Bluetooth LE 기능을 동시에 병렬 처리하는 구조를 구현해, 배터리 기반 IoT 센서에서도 높은 정확도와 낮은 전력소모를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스마트 조명·오피스 감지 센서·고령자 모니터링 기기 등에서 적용 범위를 넓힌다.
노르딕은 또한 대규모 IoT 기기 운영 환경을 위한 nRF Cloud 기반 기기 진단 플랫폼을 시연했다. 이를 통해 개발자는 원격에서 성능 모니터링, 디버깅, 충돌 보고, 펌웨어 OTA 업데이트, 전력 분석 등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장비 장애를 사전에 예측하고 서비스 중단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산업 IoT 기업이 요구하는 기기 수명 주기 관리 기능이 대폭 강화된 셈이다.
이어 소개된 뉴튼.AI 기반 TinyML 데모는 노르딕이 엣지 AI 생태계까지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No-code 환경에서 초소형 ML 모델을 생성해 nRF5340 기반 Thingy:53 장치에 탑재하고, 제스처 인식 기능을 통해 프레젠테이션 제어나 미디어 조작을 수행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이는 향후 초저전력 AI 기능이 다양한 IoT 기기에 탑재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노르딕은 LTE·Wi-Fi·GPS·클라우드 DB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위치추적 솔루션을 공개하며 정밀도와 저전력을 모두 확보한 위치 인식 기술을 제시했다. 이는 자산 추적·물류 장비 모니터링·실내 내비게이션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시회 현장에서 만났던 노르딕 관계자는 “한국은 AIoT 솔루션 상용화가 가장 빠른 시장 중 하나”라며 “고성능·저전력·안정적 연결이라는 3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