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칼럼] DPP의 시대, RFID가 디지털 제품 여권의 ‘척추’가 된다

2025.10.08 22:12:22

김진희 기자 jjang@hellot.net

 

2027년부터 유럽연합(EU)이 의무화할 디지털 제품 여권(DPP: Digital Product Passport) 제도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다. 이는 전 세계 제조 및 공급망 전반에 걸쳐 ‘투명성’과 ‘신뢰성’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배터리·전자제품·섬유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될 이 제도는 제품의 재료 구성, 원산지, 탄소 발자국, 재활용 가능성 등 다양한 정보를 요구하며, 기업에게는 전방위적 데이터 제공 의무가 발생한다.

 

이처럼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추적·관리하는 기반으로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기술은 더 이상 부가 옵션이 아닌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RFID, 제품의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다

 

 

DPP는 모든 제품에 고유하고 안전한 디지털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RFID이다.


RFID 태그는 복잡한 생산 환경, 변화무쌍한 기후 조건, 다층적인 공급망에서도 제품 데이터를 자동으로, 빠르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식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RFID는 제품과 디지털 수명주기 정보 간의 물리적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제조부터 리사이클링까지 전 과정에서 필요한 규정 준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접근할 수 있는 투명한 흐름을 형성한다.

 

규정 준수는 곧 경쟁력이다

 

많은 기업에게 DPP는 새로운 라벨링 기준과 추적성 확보를 위한 프로세스 혁신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규정 맞춤형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RFID 기반의 시스템은 자동화 창고 관리, 물류 최적화, 오류율 감소 등 운영 전반의 효율성과 정확성 향상으로 직결된다. 즉, RFID에 대한 투자는 규제 대응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산업 현장을 위한 통합 솔루션의 등장

 

유럽의 대표적 RFID 솔루션 기업 Kathrein Solutions는 이미 산업 전반에 걸쳐 검증된 리더기, 안테나, 태그 등의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 모델링, IT 통합, 구현 전략을 전문으로 하는 RFID 컨소시엄과의 협업을 통해 ‘DPP KickStart’와 같은 4개월 내 시범 도입이 가능한 스타트 패키지도 마련했다.

 

이러한 빠른 실행 모델은 기업들이 2027년 의무화 이전에 실질적 경험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측정 과학과 디지털 트윈 기술과의 접목

 

RFID 기반 DPP는 단순히 데이터 태깅에 그치지 않는다. 계측학(Measurement Science) 및 디지털 트윈 기술과의 연계를 통해, 제품의 설계도와 실제 생산품 간의 일치 여부를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다.


즉, 제품 여권에 검증된 치수와 성능 데이터를 삽입함으로써 전 생애 주기 동안 제품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통합 프레임워크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신뢰성과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높이며,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다.

 

한국 기업도 지금이 대응의 골든타임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이 EU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바로 DPP 대응 전략을 수립할 시점이다.


RFID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미래 제조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며, DPP는 RFID를 가장 먼저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선이다.

 

이제는 '규제 대응'이 아닌 '경쟁력 확보'라는 관점에서 RFID를 바라봐야 할 때다.

 

헬로티 김진희 기자 |

Copyright ⓒ 첨단 & Hellot.net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