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PHM 플랫폼 구축한 HL만도, 미래차 예지보전 ‘이상 무’

2024.08.14 17:40:01

서재창 기자 eled@hellot.net


제조업의 경쟁력은 효율적인 설비 관리로부터 시작된다. 고장 전에 설비 상태를 예측하고 조치를 취하는 예지보전은 제조업의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지보전은 단순히 기계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을 넘어 제조업체가 직면한 비용과 효율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HL만도는 매스웍스와의 협업으로 자사만의 PHM 플랫폼을 개발함으로써 설비 관리에서의 혁신을 이뤘다. 본지는 지난 매트랩 엑스포에서 HL만도 이성일 마스터를 만나 현업에서 체감하는 예지보전의 무게감과 PHM 플랫폼 구축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미리 분석하고 미리 예측하는 힘

 

PHM(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은 산업 설비의 건전성을 확인하고, 결함이나 고장 발생을 진단 및 예측해 미리 대비하는 분야를 의미한다. 오늘날 PHM이 제조업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결국 비용 절감과 생산성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고장 수리와 달리, 예지보전은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문제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센서 데이터, 운용 데이터, 환경 데이터 등을 활용해 분석하며, 데이터 기반의 진단 및 예측 모델로 설비 건전성을 평가한다. 예지보전은 PHM에서 도출된 정보를 활용해 설비의 유지보수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이는 PHM 시스템이 제공하는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설비 고장을 미리 예측하고, 적절한 시기에 유지보수를 수행해 고장을 방지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예지보전 기술을 갖춘 기업은 갑작스러운 설비 고장으로 인한 생산 중단을 방지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다. 이뿐 아니라 예지보전은 생산 효율도 높인다. 정밀한 데이터 분석으로 설비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함으로써 기업은 치밀한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제품 품질도 유지하게 된다.

 

최근 예지보전은 AI, IoT, 빅데이터 등과 같은 신기술과의 융합으로 효과적인 분석과 예측이 가능해졌다. 이는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불가능했던 설비 관리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이 같은 진보적 기술을 수용하는 추세며, 스마트 제조 환경을 구축해 시장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매트랩 엑스포 2024에서는 HL만도가 추진한 PHM 플랫폼 개발 사례가 발표돼 화제가 됐다. 매트랩 엑스포는 국내에서 공학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최신 기술 트렌드와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올해도 HL만도를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퀄리타스 반도체, 한국전기연구원 등의 기관에서 연구 및 실증 사례를 발표했으며, 매트랩과 시뮬링크와 같은 매스웍스 솔루션을 활용함으로써 개선된 성과를 공개했다. 특히 AI, 전동화, 무선 및 신호처리가 주요 키워드였던 이 행사에서는 기조연설을 비롯해 AI, 시스템 설계 및 소프트웨어 개발, 전동화를 메인 트랙으로 구성한 전문가의 기술 세션이 연이어 진행됐다. 

 

필수불가결한 요소된 PHM 플랫폼

 

특히 HL만도 이성일 마스터는 메인 트랙 중 하나인 AI 파트에서 ‘커넥티드 시험 설비에 대한 PHM 플랫폼 개발’이라는 주제로 기술 발표를 진행했다. 이성일 마스터는 매트랩에서 제공하는 여러 머신러닝 모델을 활용해 신규 설비에 대한 예지보전 전략과 실행방안을 설명했다. 

 

그는 “내구 시험 설비는 고가로 구성돼 있으며, 평균 가동율은 70% 이상으로 유지된다. 이같은 이유로, 내구 시험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 정책은 기업에 중요한 과제다. 기존에는 사후보전이나 예방보전이 선호됐으나, HL만도는 신규 설비를 위주로 유지보수 비용 절감과 기존 스마트 랩과의 연동을 위해 PHM과 같은 상태 감시 및 예지보전을 사용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문제가 발생한 후에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사후보전과 정기적으로 설비를 점검하고 유지하는 예방보전 그리고 PHM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이 세 가지 방법은 기업이 갖춘 설비 종류, 운영 환경, 자본 비용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으나, 최근에는 데이터 기반으로 유지보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PHM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인 전략으로 손꼽힌다.

 

HL만도에서 시험 선행 기술을 담당하는 이성일 마스터는 제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내구 신뢰성의 중요성을 연이어 강조했다. 그는 “스티어링 시스템의 경우 과거에는 기계적 연결로 움직였지만, 우리가 개발한 스티어 바이 와이어(SBW) 시스템은 전기적 통신을 통해 제어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형태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글로벌 단위에서도 최초로 시도된 클러치 등 기계 보안이 없는 순수 전기 신호식 제품 개발이었다. 우리는 검증할 설비와 전략이 필요했고, 그 필요에 따라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은 보안과 신뢰성이라는 새로운 요구로 이어졌고, 완성차 기업들은 제품 시험 단계에서 많은 샘플 수량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샘플 수량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시험 설비가 구축돼 있어야 하는데, 이는 시간·비용으로 직결된다. 설비를 구축하는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는 비용, 단축된 납기 일정 등의 과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시험기를 직접 개발하기로 한 이성일 마스터와 연구팀은 매스웍스 프로덕트를 기반으로 작업에 나섰다. 결국 연구팀은 디지털 트윈 설비 예측 및 유지 보수 플랫폼을 개발했으며, 이는 설비 규모의 대폭 감축과 시간·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성일 마스터는 “우리는 PHM 개념에 기반한 시험 프로세스를 구축함으로써 미래차 개발에 한발 앞서게 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구축한 커넥티드 설비는 검증에 필요한 제품 데이터가 서버로 모두 저장되기에 빅데이터 환경을 구축하기가 쉬워졌다. 이성일 마스터는 “이제는 분석하는 툴과 신뢰성 있는 데이터만 있으면 검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20년 이상 시스템 개발을 진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된 관리 플랫폼이 정합성 측면에서도 훌륭한 품질을 달성했음을 밝혔다. 

 

이를 통해 제어와 예지보전이 편리해졌으며, 시간 및 비용 소모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이성일 마스터는 “설비에 대한 예지보전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설비를 잘 알아야 하고, 빅데이터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한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고 강조했다. 

 

이성일 마스터는 “매스웍스와 함께 설비 제조부터 PHM 플랫폼 구축까지 협력했다. 매스웍스의 방대한 프로덕트는 신뢰성 모델을 만들기 위한 알고리즘, 미리 디지털 트윈을 구현해보는 과정, AI 모델 개발을 위한 머신러닝 툴, 피처 데이터 추출 등의 부분에서 강점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향후 연구팀은 매트랩 프로덕션 서버(MPS)를 활용해 빅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제품과 영역에서도 시험기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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