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좌담회] “AI에 제조 혁신의 길을 묻다”

2024.03.04 16:18:55

임근난 기자 fa@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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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AI 기술 활용도 낮다…첫걸음은 충분한 이해와 명확한 목표 설정”

“AI 생태계 구축 위해선 단번에 해결보다 작은 것부터 자동화 접근 필요”

 

챗GPT 열풍으로 시작된 생성형 AI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월드 이코노믹 포럼에서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2030년까지 산업 전반에서 생성형 AI 및 분석형 AI가 창출할 수 있는 잠재적 연간 가치 총액은 6.7T 달러다. 또 제조기업 대다수 경영진들은 앞으로 AI가 핵심적인 경쟁력을 만드는 도구가 될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AI 관련해서 당초 생각했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기업의 비율은 다른 산업에 비해서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AI가 좋아 보인다는 단순한 이유로 데이터나 AI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결정을 내리고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AI와 데이터에 대한 충분한 이해, 데이터 준비 상태, 그리고 명확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강 조한다.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산업자동화 전문전시회인 ‘2024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 ’(Smart Factory + Automation World 2024, AW 2024)에서도 제조 혁신의 주요 성과를 점검하고 AI로의 전환 해법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시회를 공동 주최하고 있는 (주)첨단은 그에 앞서 지난 2월 16일 첨단 스튜디오에서 국내 AI 전문가를 초청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들 전문가가 진단한 ‘제조 혁신을 위한 AI 생태계 구축 해법’은 무엇인지, 그 내용을 정리했다.

 

 

AI 기술 잘 이해하고 적용하면 큰 이득

 

■ 김진희 콘텐츠마케팅사업본부장 (이하 김진희 본부장) : 안녕하세요? 바쁘신 와중에도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를 위해 이번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올해 산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주제는 ‘디지털 전환(DX)’을 넘어서 ‘AI로의 전환(AX)’인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이제는 산업의 경계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이런 큰 변화 속에서 표류하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오늘 여기 모인 전문가 분들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차례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공통 질문으로, AI가 산업에, 특히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 것으로 보시는지 한 분씩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조성배 연세대학교 교수 (이하 조성배 교수) :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가 예전에는 좀 부정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제로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장 조사 기관에서 내놓는 엄청난 시장 규모 예측 같은 걸 보면 분명 진행 중인 변화가 있어 보여요. 하지만 제조업을 하시는 분들은 이런 기술이 실제로 무엇인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막연하게 느낄 수 있고, 실제로 적용하기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인공지능을 만능 기술로 여기는 것보다는, 이 기술이 실제로 무엇인지 이해하고, 자동화, 효율성 향상, 생산성 증가 등의 분야에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해요. 시장 조사를 좀 봤는데, 2030년쯤에는 인공지능을 통해 경제 규모가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한두 배 정도 커질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조 분야에서도 이 기술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김진희 본부장 : 제조업계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아진 것 같아요. 이현동 부대표님은 직접 현장을 돌아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이현동 슈퍼브에이아이 부대표 (이하 이현동 부대표) : 저희가 겪고 있는 변화는 정말 넓고 혁신적이라고 느껴져요.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거시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가 조금 더 구체적인 공정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볼게요. 실제로 고객들이 경험하고 있는 혁신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첫째는 유지 보수에서의 혁신이고, 둘째는 생산성과 품질 관리에서의 혁신이에요.

 

유지 보수 쪽에서는, 예를 들어 크고 비싼 기계가 멈추면 생산성 문제는 물론이고, 결손으로 이어질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해요. 요즘에는 AI 기법을 통해 언제 기계를 교체하거나 유지보수를 해야 하는지, 어떤 문제를 발견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품질 관리 쪽에서는, 전통적으로 오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 제품의 결함을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했는데, 이제는 AI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한 명의 전문가가 처리할 수 있는 작업량이 몇 배에서 몇 십 배까지 늘어나게 돼서 생산성이 크게 혁신되는 거죠. 물론, 이게 전문가들이 필요 없게 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죠.

 

그리고 미래를 조금 더 바라보면, 맞춤형 제작이라는 분야에서도 시도가 되고 있어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즉시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건데, 이는 유지보수 혁신, 생산성과 품질관리를 통한 혁신, 그리고 맞춤형 제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에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이미 많은 사례가 나오고 있고, 세 번째도 곧 나올 것 같아요.

 

□ 허영신 마키나락스 부사장 (이하 허영신 부사장) : 우리도 외부의 리포트나 전문가의 인사이트를 많이 참고해요. 우리가 직접 시장을 예측하는 기관은 아니니까, 시장 예측을 확신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제조업을 좀 더 집중해서 본다면, 제조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발전해왔다고 봐요. 그 목표는 바로 생산성의 혁신이죠. 이걸 자동화를 통해서도 하고, 에너지원을 바꿔가면서, 또 숙련된 작업자들을 통해서도 해왔는데, 앞으로는 생산성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궁극적인 방법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데이터를 잘 활용하고, 지능화를 이루는 쪽, 즉 AI가 제조업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거고, 제조업이 앞으로도 생산성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꼽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거죠.

 

 

직업 지형이 바뀌면서 새로운 일자리 기회도 생겨

 

■ 김진희 본부장 : 지금 AI가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고, 제조업에서도 조금씩 사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잖아요.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거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러면 우리는 어떡하나’ 하고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교수님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 조성배 교수 : 사실 저는 일자리 전문가는 아니에요. 하지만 누구나 일자리에 대해 조금은 불안해하죠. ‘내가 잘하는 일을 AI 같은 자동화 도구가 대체하면 어떻게 될까?’ 같은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역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일자리의 지형이 계속 변해왔던 것 같아요. 메킨지의 조사를 보면, 지난 150년 동안 사람들의 일자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농업 중심의 노동에서 시작해서 공장 노동자, 그리고 IT 관련 사무직으로 바뀌어왔다고 해요. 그리고 이런 변화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라 급격하게 바뀌었다고 하죠. 이제 AI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직업뿐만 아니라 그동안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직업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위험 부담을 느끼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 김진희 본부장 : 네, 저희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 보도에서 많이 나왔잖아요.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군으로 미디어도 있더라고요. 기자인 저희도 많이 분발을 해야 되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허영신 부사장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 허영신 부사장 : 제가 뭐 확실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보통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는 건 제품의 품질을 높이거나 생산성을 개선해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봐요. 그래서 특정 일자리를 계속 유지한다는 게 큰 그림에서 보면 좀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교수님 말씀처럼, 제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이 디지털화되고 자동화되면서 일하는 방식이 많이 변했잖아요. 이 과정에서 경제활동이 줄어들거나 일자리가 줄었다기보다는 새로운 산업이 생겨났어요.

 

그래서 만약 제조업이 AI를 도입한다고 해도, 현재의 일자리가 많이 변할 수는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나 기회가 많이 생길 거라고 봐요. 물론 종업원 입장에서는 일자리의 미래가 불확실하긴 하지만, 산업 전체나 기업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우리가 지향하는 건, AI를 제조 현장에 도입해서 사람들이 불필요한 부분에 시간을 쓰는 대신,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이런 접근이 결국에는 더 큰 기여를 한다고 생각해요.

 

AI 도입에 대한 명확한 목표 설정이 중요

 

■ 김진희 본부장 : 최근 몇 년 동안 제조업계에서 품질 검사 분야에 머신러닝이나 딥러닝 같은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어요. 이런 기술을 적용해서 나오는 결과물들이 시장에 나타나고 있죠. 하지만, 실제로 이런 AI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이 실패하거나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데요, 일부에서는 AI 도입이 어렵다고 어렴풋이 말하기도 해요. 기술이나 솔루션을 도입할 때는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현업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AI를 제조기업에 도입하기 위해 무엇이 먼저 준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어요. 이현동 부대표님과 허영신 부사장님, 제조기업에서 AI를 도입하기 위한 선행 조건들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 이현동 부대표 : 네, 저희는 전통 산업 분야에서 AI 기반 제조 방식을 도입하려는 기업들과 자주 만나는데요,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팀이 데이터나 AI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AI 도입을 결정하는 것 같아요. AI 개발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해서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력해야 하고, 그 과정을 일하는 방식과 프로세스로 정립해야 하는데, 대부분은 AI가 좋아 보인다는 단순한 이유로 데이터나 AI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결정을 내리고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실패를 통해 AI가 효과가 없다고 잘못된 정보에 기반해 판단하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첫 번째로 데이터나 AI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두 번째로는 기업이 가진 데이터 자산과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요. AI는 아무리 좋다고 해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며, 주어진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니까요. 가진 데이터와 맞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거나 어렵게 데이터를 수집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에요. 세 번째로는 목표 설정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고객들은 종종 혁신적이고 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길 원하지만, 실제로 AI 개발은 특정 분야의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러니 작은 것부터 최적화하고 자동화하면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AI와 데이터에 대한 이해, 데이터 준비 상태, 그리고 명확한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허영신 부사장 : 조금 더 보태자면, 우리는 상황 인식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최근 많은 화제가 되고 있는 챗GPT 같은 AI가 제조업에서 서비스 관점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한계가 있어 보여요. 이는 특정 기업이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로, 단순히 기존에 만들어진 AI를 사용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죠.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한 인식이 필요해요. 데이터나 통계, AI를 잘 다루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문제를 AI로 해결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이 비교적 쉬울 수 있지만, 현장의 전문가들은 AI가 어떤 수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감을 잡기 어려워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데이터를 가지고 어느 정도의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통해 유지 보수나 생산성 개선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와 같은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생각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실제로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들어가 보면 문제 정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 상황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작하는 건데, 문제 정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면, 실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조업에서 이전에 식스 시그마 같은 혁신 활동이 있었듯이, AI도 데이터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잘 이해되고 널리 퍼진다면 훨씬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현재는 그런 인식 변화가 기업이나 현장에서 이루어지기까지 어느 정도 장벽이 있다고 보여지는 상황입니다.

 

■ 김진희 본부장 : 여기에 좀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 조성배 교수 : 두 분이 말씀하신 내용에 저도 동감이고, 제 경험도 비슷해요. 사실, 데이터 기술 측면에서 볼 때, 문제 해결에 적합한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그에 맞는 인공지능 기술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적인 부분만큼이나 ‘이걸 왜 도입하려고 하는가’,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인공지능을 그냥 도입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게 되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는 ‘내가 지금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그에 맞는 요구사항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런 요구사항이 잘 만들어져도, 현재 인공지능이 완성되어 있어서 바로 가져다 쓰기만 하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에요. 마치 적절한 솔루션을 만들듯이, 인공지능 아키텍처를 잘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제조업의 AI 활용도가 낮은 이유

 

■ 김진희 본부장 : 제조업이 IT나 금융 분야에 비해 AI 활용도가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은 제조업의 업무 프로세스 특성, 조직 문화, 비용적인 측면 등 여러 요인 때문일 수 있죠. 그중에서 어떤 이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각자 의견을 나눠봤으면 합니다.

 

□ 이현동 부대표 :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AI가 성공적으로 도입되어 성과를 내는 산업들은 대체로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영역에서 많이 적용되고 있어요. 반면, 제조업 같은 경우는 다른 산업에 비해 AI 적용이 잘 안 되는데, 제가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산업별로 전문성의 깊이가 너무 깊어서 AI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20년, 30년 경력의 엔지니어 분들을 만나보면, 그 분들조차도 각자의 전문성 발전 방향이 다르더라고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시각적 정보를 기반으로 논의하는 활동을 잘하지 않아요. 우리가 문서를 보고 글로 된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것과 달리, 이미지를 보고 손으로 가리키며 고민하는 경험이 없으면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전문성이 사람마다 다르게 축적된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에요.

 

그런 전문성을 데이터화하는 것이 또 어려워요. 데이터 전문가와 머신러닝 전문가가 현장의 전문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현장 전문가들이 데이터와 AI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AI 도입은 훨씬 쉬워질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경험상 AI 도입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업하면 일주일이나 두 주 만에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조업에서 AI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개인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 전문성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이 어려워 모델링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많은 경우에 AI 모델과 데이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데이터화하는 과정이 놓쳐진 것을 발견했어요. 이런 점에서 제조업만큼 AI 도입이 어려운 다른 분야로는 의료를 들 수 있어요. 의료 분야도 시각적 정보를 기반으로 분석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비슷하게 도입이 더디다고 생각합니다.

 

■ 김진희 본부장 : 맞습니다. 제조업 같은 곳에서는 베테랑들의 경험과 지식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그분들 머릿속에 있는 전문 지식을 어떻게 데이터로 만들어낼까 하는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아마 제조업 분야에서 AI 도입이 좀 더딘 편인 것 같아요. 허영신 부사장님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허영신 부사장 : AI 분야 세계 4대 석학 중 한 명인 앤드류 응 교수님이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얘기하셨어요. 특히 제조업 같은 산업 분야에서요.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와 제조업에서 데이터를 다루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는데, 제조업 현장을 보면 대부분 이미 양산을 하고 있는 라인들이 최고의 수율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세팅되어 안정화된 상태잖아요. 그런데 AI를 도입한다는 건, 사실 이렇게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바꿔보려는 시도인데, 제조업이 보수적이라는 말이 많지만, 사실 제조업의 특성상 이런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기 어렵죠. 변화를 시도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수율 리스크를 감수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것이 제조업체의 본성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다른 산업처럼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AI 모델을 만들어 현재 운영을 넘어서려고 해도, 제조업은 특정 문제나 특정 회사에만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상대적으로 작고, 유지보수나 오버홀, 원재료 변경, 제품 사양 변경 같은 상황에서 데이터 분포가 바뀌는 등 데이터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 최적화된 프로세스를 AI 모델로 극복하고 ROI를 넘어서는 효과를 단기간에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데이터가 정말 중요하고, 변화하는 데이터를 잘 활용해서 AI를 개발하는 접근법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거죠. 이런 접근법이 기반이 되어야 제조공정을 갑자기 바꾸는 게 아니라, 서서히 변화를 주면서 현재의 최적화된 상태를 더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어요. 이게 제조업에서 AI를 적용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죠.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 제공이 AI 활용의 좋은 영역

 

■ 김진희 본부장 : 이 얘기를 듣고 계신 분들이 아마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는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혹은 ‘결국 어떻게 하라는 건데?’라고 물으실 것 같아요. 그동안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해보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AI를 도입해서 모든 걸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고, 일단은 부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제조업 내에서도 AI를 적용하기 좀 더 용이한 분야들이 분명 있거든요. 그동안의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영역에서 AI 적용이 효과적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 허영신 부사장 : 사실 우리 회사는 AI 모델 연구개발과 이런 모델들을 개발하거나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환경을 제공하는 쪽이에요. 모델 개발은 주로 제조 및 생산 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기업이 데이터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체로 이상 탐지, 설비나 공정 제어, 예측 등이 주요 활용 방안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사회자님이 물으신 것처럼, 시작하기에 부담 없는 분야는 뭐냐면, 경험적으로 봤을 때 예측 모델이 가장 접근하기 쉬워요. 이런 모델들은 현장의 전문가 시스템이나 보조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죠. 예를 들어, 데이터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건 AI를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영역입니다. 좀 더 나아가서, 이상 탐지 같은 경우는 설비의 이상 상태나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여러 가지 형태로 활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AI가 예측한 설비 고장 같은 정보를 무시할 수는 없고, 오진일 경우에는 불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등의 리스크도 감안해야 해요. 가장 어려운 분야는 제어 영역이에요. 실제로 원재료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AI나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으로 바꾸는 건, 많은 신뢰와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죠. 결국,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예측 정보를 생성하고, 이를 기존의 지식이나 최고의 프로젝트 기록과 비교해 해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용하기 쉬운 분야라고 볼 수 있어요.

 

■ 김진희 본부장 : 이런 활동들을 통해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다른 분야에서도 ‘아, 데이터가 정말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그러면 데이터 관리도 더 잘 할 수 있게 될 거라도 봅니다.

 

□ 이현동 부대표 : 우리는 제조공정에 AI를 도입할 때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눠서 보고 있어요. 첫 번째는 반복적이고 루틴한 업무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 두 번째는 공장 전체의 연결 고리를 최적화해서 모듈별 생산량과 오류율을 개선하는 일, 그리고 세 번째는 결정 과정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영역이죠. 우리는 특히 특정 단일 모듈 문제를 해결하는 고속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건 온디바이스 형태나 내부망에서 운영되는 형태로 AI를 도입하는 일인데, 이 과정에서도 결국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마키나락스의 경험과 비슷해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는 반도체, 웨이퍼, 폴리실리콘 거칠기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어요. 문제 해결에는 데이터와 모델 두 가지 관점을 함께 고려해 접근해요. 우선 현장의 전문가들과 워크샵을 열어 그들의 인터뷰와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죠. 하지만 이 과정이 제일 힘들어요. 전문가들 사이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니까요. 때로는 극단적으로 가위바위보를 해서라도 지식 체계를 하나로 통일해야 해요. 그 다음엔 그 지식을 데이터에 입력하고 모델 실험을 하는 단계로 넘어가요. 전문성에 대한 합의 체계가 한 번 만들어지고 나면,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AI 모델을 만드는 건 반복 실험의 영역이라 비교적 수월해져요.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자들과 밥이나 술을 먹으면서라도 합의 체계를 만들고,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요. 그 후에는 주로 반복 실험을 통해 모델을 개선해 나가는 작업을 해요. 만약 모델이 특정 결함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건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모델 아키텍처를 조정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해요. 이런 접근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때때로 2주 안에 모델이 나와서 현장의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 있어요.

 

 

문제 해결할 가장 적합한 기술 찾는 노력이 중요

 

■ 김진희 본부장 : 지금 AI 도입이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비용 문제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중소기업도 관심은 많지만 초기 도입 비용이나 유지관리 비용이 규모에 따라 부담될 수 있어요. 정부에서 AI 바우처 같은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AI가 제조업에서 완전히 성숙한 단계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AI 기술을 접근하려는 이유는 뒤쳐지지 않으려는 그들만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죠. 교수님 생각으로는 AI를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정책적인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 조성배 교수 : AI 기술 도입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건 사실이에요. 필요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기술들이 모든 중소기업에게 적합한 건 아니에요.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AI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기술이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인지, 그리고 그 비용이 정말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해야 해요.

 

처음에는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컨설팅을 받거나 내부적으로 조사를 해서요. 그런 과정을 거친 후에도 비용이 많이 드는 AI 기술이 필요하다면, 정부의 지원 정책 같은 걸 활용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AI 바우처 같은 것 말이죠. 정부도 AI 발전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고민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학교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과의 경험을 많이 해요. 학생들도 비슷한데, 단순히 좋은 컴퓨터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려는 학생들보다는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 적합한 솔루션을 찾으려는 학생들이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아요. 기업들도 이런 마인드를 가지면 좋겠어요.

 

■ 김진희 본부장 : 다른 분들 의견은 어떻습니까? 중소기업이 AI를 좀 더 쉽게 활용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허영신 부사장 : 정책적으로 바우처 같은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있어요. 문제를 제기할 때 지역구나 테크노파크 같은 주체들을 통한 기술 지원도 있으니 찾아보면 실제로 꽤 저렴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노력은 기업 스스로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AI 도입은 기업의 준비도가 중요한데,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초기에 AI 도입이 대기업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도 성공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어요.

 

이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생태계가 잘 돌아가려면 양쪽 모두가 어느 정도 희생과 양보가 필요해요. AI를 도입하려는 기업이든, AI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든, 예를 들어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인프라와 기술 개발에 대한 비용 문제가 있다면, 어떤 부분은 포기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비용을 낮추고 싶다면 SaaS 형태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같은 전략을 고려해야 해요. 이런 접근 방식이 비용을 줄이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공급하는 쪽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요.

 

생성형 AI, 정밀성 문제로 제조업엔 주의가 필요

 

■ 김진희 본부장 : 생성형 AI와 챗GPT 같은 주제가 요즘 정말 화제이죠.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는 상황인데, 제조업에서도 이런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한 학계의 시각은 어떤가요?

 

□ 조성배 교수 : 생성형 AI가 정말 대단하죠. 저희도 공부하는 입장에서 원리는 알고 있었지만, 이 원리를 가진 AI 기술이 이렇게 놀라운 결과를 낼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AI 기술을 크게 나눠보면, 생성형 AI와 우리가 지금까지 주로 다뤄온 분석형 AI가 있어요. 생성형 AI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트랜스포머 모델 같은 것을 사용하는데, 이런 기반 모델을 통해 어떤 문제든 미세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원칙이에요. 하지만 이 방식은 완벽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채팅이나 질의응답 같은 경우에는 결과가 반드시 진실이 아닐 수 있고, 이를 ‘환각’이라고도 하죠.

 

제조업에서 생성형 AI를 그대로 도입하면 정밀성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해요. 제조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정밀성을 더 요구하니까요. 또한 기반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자신의 데이터를 충분히 모으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현재의 생성형 AI는 불특정 다수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해서, 특정 기업의 데이터를 다른 기업과 공유하는 것과 같은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데이터는 기업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으니, 이를 무시하고 모두의 데이터를 모으자는 접근은 어려운 허들이 될 수 있어요

 

생성형 AI, 제어까지 할 수 있는 가능성 보여줘

 

■ 김진희 본부장 : 시장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는 2026년부터 2029년 사이에 제조 수익을 44억 달러에서 105억 달러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어요. 생성형 AI가 제조업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평가받고 있죠.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새로운 제품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며, 품질을 향상시키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키나락스나 슈퍼브에이아이 같은 회사들은 현장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접목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생성형 AI에 대한 요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 이현동 부대표 : 생성형 AI를 크게 언어 모델과 비전이나 멀티모달 모델로 나눌 수 있어요. 우리 회사는 주로 멀티모달을 다루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들의 지식을 데이터에 반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특히나 발생 빈도는 낮지만 중요한 결함을 어떻게 다룰지는 항상 고민이에요. 일반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생성 모델을 통해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는데, 우리도 결국은 그 방향으로 가요. 우리의 접근 방식은, 적은 양의 결함 데이터에서 결함의 특징을 추출한 다음, 정상 데이터와 결합하여 가짜 결함 데이터를 생성하는 거예요. 이 방식이 항상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아니고, 실제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를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달라질 수 있어요. 보통 텍스트나 비전 모델을 기반으로 가짜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만약 이를 안전 관리까지 확장한다면, 이 모델은 꽤 유용할 수 있어요. 실제 사고 데이터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니, 사고 시나리오를 생성 모델로 연출하여 데이터를 만들고 전문 지식을 더해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허영신 부사장 :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 중에, 우리 회사가 주로 만드는 분석형 AI와는 별개로 생성형 AI에 대한 얘기가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생성형 AI하면 챗GPT만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언어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생성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로봇의 이상 탐지 같은 것을 AI로 하고 있어요. 만약 300대의 로봇이 있다면, 각각의 로봇에 이상을 탐지할 수 있는 AI 모델이 붙어서, 그 로봇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들어오는 데이터가 평소 배운 정상 데이터와 일치하는지를 파악하게 돼요. 이런 접근법은 알려진 기술들을 활용하는 건데, 이 모델이 로봇의 데이터가 정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는 있지만, 다른 로봇과 비교해서 고장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300대의 로봇 데이터 분포를 학습시켜 정규분포를 만들어요. 이렇게 하면, 한 로봇과 다른 로봇을 비교할 수도 있고, 과거 데이터와 현재 데이터를 비교할 수도 있어서, 이상 탐지나 예지 보존 관점에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되죠.

 

그리고 챗GPT를 보면서 우리가 주목한 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대화 패턴을 조금만 바꿔도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콘텍스트를 이제는 잘 이해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그렇게 이해한 바탕으로 답변을 잘 생성하는 거였죠. 특히 우리는 AI가 콘텍스트를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최근에 재미있게 본 기사 중 하나는 로봇이나 AI가 산업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챗GPT를 활용해 로봇에게 텍스트로 동작을 생성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머신과 인간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대화로 바꾸고, 심지어 물리적인 제어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가능성을 보여줘요.

 

분석형 AI가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는 데 집중하고 있을 때, 생성형 AI는 이런 복잡한 콘텍스트를 이해하고, AI가 어떤 작업을 하게 만들거나, 결과를 요약해서 보여주거나, AI 운영 과정을 대화형이나 간단한 자연어 형태로 지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는 이런 가능성들을 조금씩 더 탐구하고 있습니다.

 

■ 김진희 본부장 : 얘기를 들어보면 생성형 AI가 제조업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AI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특히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용어로 된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제조 현장에서 AI 도입이 좀 더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조업에 적용되는 AI 모델이 일반적인 AI 모델과는 다를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그 차이점이 뭔지, 그리고 최근에는 비전문가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소개하는 스타트업이나 기업들도 있는데, 이런 모델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 이현동 부대표 : 사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나 달성하려는 목표에 따라 AI 모델의 구조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정보를 분석하거나 요약하거나 특정 콘텍스트를 다룰 때는 트랜스포머 같은 크고 복잡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할 거고요. 반면에 특정 모듈의 생산성을 혁신하는 경우 빠르고 가벼운 모델을 사용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과거부터 많이 쓰여 온 시행착오 기반의 모델들이 여전히 활용되고 있죠.

 

문제 해결 방식에 따라 모델의 형태가 달라지는데, 우리가 모델을 선택할 때는 특히 정확도와 속도를 중요하게 봐요. 대량 생산을 하는 공정에서는 1초에 한 번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1초에 10번 처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성능을 고객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면서도 고속으로 연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어요. 결국 문제에 따라 모델 아키텍처를 실험적으로 조정하며 접근하고 있습니다.

 

□ 허영신 부사장 : 더 쉬운 AI 모델을 찾는다는 건, 솔직히 말해서 좀 비현실적인 아이디어 같아요. 저도 AI 회사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느낀 건데, AI를 다루고 학습시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에요. AI 기술 자체는 계속 고도화되고 있지만, 이걸 만들고 사용하는 방법을 어떻게 더 쉽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죠. 만약 우리 회사가 직접 쉬운 모델을 개발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충분한 능력이 있다면, 우리 회사의 특성이나 팀원들의 능력을 고려해서 사용하기 쉬운 도구나 툴을 제공하는 게 더 현실적인 접근 방법일 거라고 생각해요. AI는 계속 발전할 거고, 파라미터도 수십억 개에 이를 거지만, 그런 복잡한 모델을 이해하고 더 쉬운 모델을 찾는 것보다는, 사용하기 쉬운 방식을 제공하는 쪽으로 가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어요.

 

□ 조성배 교수 : 잠깐 덧붙이자면, AI 분야가 다른 분야와 협업하다 보면 용어가 안 맞아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같은 것을 가리키면서도 다르게 표현해서, 이 문제 때문에 몇 년 동안 고생하고 결국 포기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AI를 깊게 이해하려면 컴퓨터 공학에 대한 깊은 지식이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사실 AI 분야는 컴퓨터 공학자들도 잘 모르는 새로운 영역이에요. 기술이 너무 빨리 바뀌니까요. 그래서 다른 분야가 아니라고 해서 바로 거부감을 가지기보다는, 현재의 AI에 대해 너무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프로그래밍 기초 정도는 알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진입 장벽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지금까지의 공부와 노력만큼 다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AI 분야도 지식이나 노하우가 쌓이기 전이라 모두가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니까요. 요즘은 다양한 플랫폼이나 도구들이 잘 되어 있어서 접근하기도 쉬워요. 그러니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설명 가능한 AI’ 문제해결 시도 이루어져

 

■ 김진희 본부장 : 요즘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머신러닝의 예측 정확도는 많이 올라갔어요. 하지만 그와 동시에 AI 모델이 복잡해지고,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생겼죠. 복잡한 AI 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 계속해서 성능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또, AI가 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지, 결정의 근거가 무엇인지 알아야만 제조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고 개선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을 AI 모델을 개발할 때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이현동 부대표 : 사실 요즘 ‘설명 가능한 AI’라는 주제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정답을 찾진 못한 상태예요. 그래도 저는 이전에 나온 질문과 답변을 연결해 보면, AI 모델을 만들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저희 회사에서도 경험했듯이, 모델이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잘 개발되어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 마키나락스 같은 회사들이 만든 특정 모델 아키텍처나 분석 방법론들이 모듈 형태로 잘 되어 있어서, 실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계획을 세우고 다시 실험하는 과정을 통해, 설명 가능한 AI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변수를 바꿨을 때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컨트롤할 수 있게 됩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바꿔보거나 아키텍처를 어떻게 조정하면 성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런 실험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접근법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그리고 AI 도입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저도 자주 말씀드리는 건, 다양한 용어 때문에 저희가 만드는 제품이나 다른 회사 제품과 용어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그런 차이를 먼저 설명하고,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고 실험하는지 알려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방법을 통해, 저희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 가능하게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죠.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고객과 함께 일하면서, 한 달에 20번 이상 다양한 모델 학습을 시도해보면서 아키텍처를 바꾸거나, 데이터를 조정하거나, 실제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를 섞어보는 등의 실험을 많이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도 ‘설명 가능한 AI’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저희의 가설과 결과를 다른 가설과 결과와 비교하면서 해결 방법을 논의하고 찾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언

 

■ 김진희 본부장 : 사실 지금까지 여러분이 말씀해주신 걸 종합해보면, AI가 제조업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건 분명해 보여요. 크든 작든 제조업 분야에서 AI 모델을 도입하는 여정이 이미 시작됐죠. 마지막으로, 제조업에서 AI를 활용하는 관점에서 앞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제조 AI를 어떻게 바라봤으면 좋겠는지 조언해주셨으면 합니다.

 

□ 조성배 교수 : 요즘 생태계 구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한데, 예를 들어 AI 모델을 작동시키기 위한 하드웨어 GPU부터 시작해서, AI 모델을 관리하거나 만드는 부분, 그리고 이를 제조 분야에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응용 기술까지,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동해야 해요.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 모든 것을 갖추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도 애매한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크게 시작하기보다는, 오늘 많이 나왔던 얘기처럼, 딥러닝이나 생성형 AI 같은 기술을 잘 이해하고, 그 기술이 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분석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한 AI 기술을 도입할 때 성능은 좋을 수 있지만, 그 기술이 어떻게 그런 성능을 내는지 모르는 ‘블랙박스’ 상태인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태는 제조 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전체 솔루션의 아키텍처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잘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설명 가능한 AI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이유는 딥러닝 모델처럼 내부 파라미터가 많은 경우, 이전의 AI 모델들과 달리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적절히 이를 관리하면서 진행한다면 원하는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봐요

 

□ 이현동 부대표 : 오늘 나온 얘기를 바탕으로 제 생각을 좀 말씀드리고 싶어요. 교수님도 말씀하셨듯이, AI 시스템 도입은 가볍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키나락스에서 얘기한 것처럼, 열심히 일할수록 데이터가 변하니까, 제조 공정에서 원료 배합이 바뀌면 그 뒤의 모든 과정도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AI 시스템을 한 번 만들어서 계속 쓰는 그런 방식에서는 벗어나야 한다고 봐요. 좀 더 가볍게 시작해서, 성공 사례가 나오면 그때 확장하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어요. 근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IP를 구매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서, 큰 금액이 들어가면 프로젝트 기간도 길어지고, 기대도 커지고, 실패했을 때의 타격도 크잖아요.

 

그래서 정책이나 기업 의사결정에서는 빠르게 도입해서 테스트해보고, 성공하면 그때 확장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싶어요. 이렇게 하면 실망도 없고, 작은 성공에서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책적으로도, 1년 단위로 IP를 넘기는 것보다는, 해가 넘어가도 연간 단위로 비용을 나눠 쓸 수 있는 구조가 더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왜냐하면, 1년만 지원하고 그 다음부터 지원을 안 해주면 사람들이 포기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또 자산을 취득하고 싶어도 데이터 보안 때문에 내부 인프라를 써야 하고, 이렇게 되면 비용이 커지는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실험하고 검증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 같은 회사가 들어가서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면, 비용도 절감되고 결과도 빨리 볼 수 있어요. 이 방식으로 가면 기업들도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고, 우리 같은 회사들과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나 마키나락스도, 6주에서 두 달 정도면 빠르게 결과를 낼 수 있는데, 이런 시도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봐요. 이런 방식으로 AI를 계속 진화시키고 고도화하는 작업이 익숙해져야 제조 산업의 혁신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게 요즘 우리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포인트예요.

 

□ 허영신 부사장 : 산업화를 진행하려면 여러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학계에서 개발된 좋은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기업들이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같은 공급 기업은 좋은 기술이나 서비스, 제품을 만들어 내고, 수요 기업들은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을 원활하게 해야 AI가 정말로 제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예요. 이런 관점에서, 저희 같은 회사가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늘리기 위해선 교육도 중요하다고 봐요.

 

사회자님이 언급하셨던 DX(디지털 전환)와 AX(AI 전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용어들을 우리가 많이 듣기는 하지만, 디지털 전환은 정보나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AI 도입을 고려할 때,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데이터보다 직관을 더 신뢰한다면, 그런 회사가 갑자기 AI 솔루션을 도입한다고 해서 큰 가치를 보기 어렵다고 봐요.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완하고, 데이터의 부족한 점을 파악해서 더 모으고, 그걸 잘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해요. 간단한 AI 모델부터 시작해서 점점 더 복잡한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AI를 도입하는 기업의 관점에서 보면, AI 구매 자체가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존에 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기본적인 접근 방식이 깔려 있어야 AI 도입이 잘 작동할 것 같아요.

 

■ 김진희 본부장 : 제조업의 미래를 위해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 같습니다. 오늘 함께한 전문가 분들도 AI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며, 품질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고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정말 중요하다고 다들 동의하고 있습니다. 오늘 토크 콘서트에서 나온 통찰과 전문가들 의견을 바탕으로, 기업도 AI 도입을 위한 논의와 실천을 시작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또 여기 계신 전문가 분들과의 논의나 컨설팅 요청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쁘신데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 헬로티 임근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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