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쌍안경의 진실

2022.08.29 17:48:01

이동재 기자 eltr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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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한동안 매일같이 검색창과 유튜브를 전전하며 영우앓이를 하다가, 왜 그랬는지 마치 운명처럼 영우가 제주도에서 목에 걸고 다니던 귀여운 쌍안경에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어요.

 

사실 쌍안경은 약간 촌스럽고 오바스럽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데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굳이 멀리 있는 것을 가까이 들여다봐야 할 일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우리 영우가 했으니까!', '어딘가에는 쓸모가 있겠지!'하는 마음으로, 가격부터 브랜드까지 이리저리 수소문하다가 알아낸 사실. 영우가 가지고 다녔던 그 쌍안경이 국내 유일의 쌍안경 전문 브랜드 '산주광학'의 협찬 제품이었다는 거예요. 쌍안경에 문외한인 저는 처음 들어봤지만, 매니아들에게는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유명한 국산 브랜드래요.

 

 

영우가 착용했던 옷, 가방 같은 것들은 대부분 품절이 될 정도로 팔려 나가고 있는데, 쌍안경은 협찬의 효과가 별로 없었대요. 쌍안경 브랜드를 드라마에 직접 노출하는 것도 제법 돈이 들어 조그만 기업에겐 어려운 일이라, 그냥 브랜드를 가린 제품을 협찬만 했죠.

 

그래서 제가 한번 팔을 걷어붙이고 쌍안경 홍보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한번 들어봐 주세요.

 

 

쌍안경은 어디에 주로 쓰일까요? 사실 가장 큰 시장은 방산(방위 산업) 시장입니다. 바로 군용 쌍안경인데요. 실제로 산주광학은 2015년부터 군용 쌍안경을 개발, 국방부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출의 70% 이상이 군용 쌍안경에서 나온다고 해요.

 

 

쌍안경 한번 써보자고 입대를 할 순 없는 노릇. 군용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곳은 어딜까요? 바로 콘서트, 뮤지컬 관람입니다. 여러분들도 대부분 여기서 쌍안경을 주로 보셨을 거예요. 콘서트장의 경우, 요즘은 거대한 디스플레이가 앞쪽에 떡하니 있어 쌍안경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뮤지컬은 그렇지 않아요. 커다란 뮤지컬 공연장에선 30m 정도만 떨어져도 배우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에, 쌍안경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데는 아웃도어용이에요. 전문가들이 조류를 관찰할 때 쓰거나 우리 귀여운 영우처럼 고래를 볼 때 쓸 수도 있겠죠. 골프나 야구, 축구 등 스포츠 현장 관람 용도로도 많이 쓰이고요.

 

자, 쌍안경 사용 방법을 설명해 드릴게요. 물론 간단하지만, '그냥 보면 되는 거지'하고 설명서도 안 읽고 버렸다가, 쌍안경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고장났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니까 집중해주세요!

 

먼저 눈과 눈 사이의 거리를 맞추기 위해서 쌍안경 몸체를 오므렸다 서서히 펴야 해요. 눈을 접안렌즈에 대고 보면서 몸체를 펴는데 이때, 각 렌즈를 통해 보는 원이 완벽하게 겹쳐서 하나로 보이도록 해야 해요.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시력 차이가 크다면 오른쪽 렌즈의 조절링을 돌려(왼쪽에는 조절링이 없음) 시도를 맞춰 줘야 하는데, 왼쪽 눈은 감고 오른쪽 눈만 보면서 조절하면 돼요.

 

마지막으로 멀리 있는 대상물을 관찰하면서 가운데 있는 초점조절링을 좌우로 돌려 화상이 선명하게 보이도록 해주면 끝이에요. 혹시 안경을 썼다면 렌즈에 달린 고무를 접고, 안경을 쓰지 않았다면 그냥 렌즈의 고무 부분에 눈을 가까이 대고 보면 되고요. 간단하죠?

 

 

1992년부터 쌍안경을 만들어온 산주광학은 현재 유일하게 남은 국산 쌍안경 업체예요. 과거에는 1년에 1백만 개 가까이 되는 물량을 수출하고, 또 우리나라 쌍안경 최초로 1000만불 탑을 달성했을 만큼 사업이 호황이었지만, 1996년 즈음부터 중국 제품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어려워졌대요. 쌍안경의 품질은 전문가들이 아닌 이상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제품들이 시장을 점령하게 된 거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김기철 대표는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했습니다. 쌍안경에 라디오를 넣어보기도 하고, 디스플레이, 카메라 기능을 추가해보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가격만 비싸지고 판매가 어려웠답니다. 2억 원 정도를 들여 쌍안경을 개발하면 1200대 정도가 겨우 팔릴 정도였대요. 여러 시도 끝에 김 대표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쌍안경은 순수하게 쌍안경이어야 한다고요.

 

그렇게 꾸준히, 순수하게 쌍안경을 개발한 보람이 있었나요. 산주광학은 아주 특별한 기술을 개발해 냈습니다. 바로 자동초점 기능을 개발한 건데요.

 

어떤 물체를 확인하기 위해 쌍안경의 초점을 맞추려고 하면, 아무리 능숙한 사람이라도 20초 정도는 소요된대요. 기존에 자동초점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특별한 센서를 쌍안경 속에 넣어서 그 센서로 사람의 시력을 체크하고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식이라 제품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단점이 있었죠.

 

산주광학은 군용 쌍안경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자동초점 기능을 적용했어요. 군에서도 이런 쌍안경은 처음이라며 반응이 좋았죠. 2018년엔 산주광학의 군용 쌍안경 SM30이 쌍안경 최초로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쌍안경 한 우물로 꼿꼿하게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산주광학도 여느 중소기업들과 다르지 않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바로 개발 현장에 필요한 인력 부족 문제예요. 광학 분야에 몸담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게, 요즘 사람들은 광학이라는 분야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예요.

 

잠깐 다른 얘기를 좀 해볼게요.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저를 공릉천 처돌이(?)라고 불러요. 제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릉천 얘기를 좀 많이 하거든요. 공릉천은 저희 동네에 있는 지방 하천이고요. 크기가 꽤 크고 천을 주위로 습지가 잘 조성돼 있어요. 이번에 대표님께서 쌍안경 하나를 선물로 주셔서, 퇴근길에 공릉천 둘레길 산책에 나섰습니다. 쌍안경을 꺼내 초점을 맞추고 매일 걷던 하천과 습지를 보는데.

 

 

맙소사.

 

백로는 저런 자세로 물고기를 잡는구나. 오리는 날기 전에 저런 자세를 취하는구나. 사슴은 참 예쁘기도 하구나...(응...? 사슴...??) 그렇게 공릉천을 뻔질나게 걸으면서도 어째서 한번도 쌍안경 같은 걸 사봐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을까요. 참 바보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날 저는 해가 질 때까지 공릉천을 구경했어요.

 

 

글쎄요. 제가 보기에 광학은 꽤 낭만적인 학문인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포착해 자세히 본다는 건 단순히 그냥 보아 흘려 넘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니까요. 거대한 디스플레이를 올려다 볼 수도 있고, 잘 찍혀 나온 사진을 확대해 볼 수도 있지만, 굳이 불편한 쌍안경을 눈 앞에 대고 살아 움직이는 어떤 것을 포착해내려는 행위에는 커다란 관심과 사랑이 담겨 있어요.

 

우리는 그렇게 쌍안경을 통해 좋아하는 가수를, 하늘을 나는 새를,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고래를 봅니다. 사랑이 담긴 시선은 관찰의 대상뿐만 아니라 관찰하는 주체를 더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들어주기도 해요. 그러니까 광학은 결국 가치와 사랑에 대한 게 아닐까요.

 

저는 오늘도 쌍안경을 목에 걸고 공릉천으로 나가보렵니다. 여러분에게도 쌍안경으로 보고 싶은 무언가가 있나요?

 

이 콘텐츠는 산주광학 김기철 대표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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