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라는게 말이야] 2편 “팬택의 3700개 특허는 어떻게 됐을까?”

2021.08.25 19:57:13

[특허라는게 말이야]는 '콕스(COX)' 특허법률사무소의 오재언 대표 변리사가 들려주는 특허 이야기입니다.

 

지난 1편에서는 "그때, 특허라도 낼 걸 그랬어♬”(feat. 특허비용 얼마?)" 라는 제목으로 특허 출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살펴봤습니다.

 

이번 2편에서는 한 때 휴대폰 시장의 중심에 있었던 팬택에 대한 특허 이야기가 다뤄집니다. 재밌게 봐주세요^^

 

[특허라는게 말이야 - 2편] “팬택의 3700개 특허는 어떻게 됐을까?”

 

 

팬택은 중소기업의 신화다.

팬택이 만든 SKY 휴대폰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한때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 2위까지 올랐다. 팬택이 보유했던 특허만 해도 3700여건으로, 웬만한 대기업의 특허 건수와 맞먹을 정도였다.

 

2021년 현재, 팬택은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팬택이 남긴 특허들은 여전히 살아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필자는 오랜기간 팬택의 전담 변리사로 일하면서 팬택의 특허를 둘러싼 다양한 일화들을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잘 알려지지 않은 팬택의 '특허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특허로 맺어진 팬택과의 인연

 

팬택에게는 늘 특허 분쟁이라는 고민거리가 있었다. 휴대폰의 기본기술인 2G, 3G 통신표준 특허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휴대폰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팬택은 여러 해외 특허권자들에게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해야 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팬택은 4G 특허를 자체 개발하기로 했고, 자사의 통신특허를 잘 만들어줄 전문 변리사를 물색했다.

 

2010년 2월 겨울, 당시 나는 ‘S’ 특허법인의 소속변리사로서 LG전자 통신특허를 담당하고 있었다. 어느 날 대표 변리사님이 ‘팬택에서 새로운 특허법인을 뽑는 평가가 있으니 거기에 참석해서 테스트를 받으라’고 하셨다.

 

평가 당일, 여러 특허법인의 실무 변리사들이 팬택 본사에 집합하여 특허발명 상담과 테스트 명세서 작성까지 모두 마쳤다. 평가 결과는 다행히도 우리 특허법인의 최종 합격. 이때부터 나는 팬택과 ‘특허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로부터 5년 동안 나는 팬택의 표준연구원들, 특허담당자들과 함께 4G 표준특허를 개발해 나갔다. 2014년, 팬택의 경영난이 계속되자 연구원들이 하나 둘씩 퇴사하기 시작했다. 특허 예산도 점차 줄었다. 이제는 새로운 특허를 만드는 업무 보다는 기존의 특허들을 유지관리하는 업무가 주를 이루었다.

 

나는 팬택 특허를 담당하던 팀원 변리사들을 운영하던 터라, 팬택의 악재는 우리 팀에 직격타로 다가왔고, 미수금은 점차 쌓여만 갔다.

 

2015년, 결국 팬택은 회생절차를 통해 약 400억원에 쏠리드 측에 인수되었고,  내 소속 특허법인은 채권자로서 전체 미수금 중 약 4%에 해당하는 비용만을 정산받았다. 이로 인해 팬택을 대리하던 특허법인들이 금전적 손실을 입었고, 일부 특허법인들은 더 이상 팬택과 거래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 대리인을 사임하였다.

 

어느덧 팬택의 특허 관련 임직원들이 대부분 퇴사했고, 특허의 후속관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만이 잔류하였다.

 

팬택의 임직원과 특허법인들이 떠나는 마당에, 위험을 감수하고 팬택과 거래관계를 유지해야할지 고민되었다. 그러나 팬택과 함께 성장해온 나로서는 팬택에 대한 고마움과 팬택이 꼭 재기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고, 특히 팬택 특허들에 대한 애착이 있었기에 팬택의 협력 변리사로 남기로 결심했다.

 

3700여건의 팬택 특허들, 그 운명은?

 

2016년, 회생 후 새로운 팬택은 스카이 IM-100 시리즈를 출시하며 부활을 시도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이 그다지 좋지 않아 다시 자금 유동성 부진에 빠지게 된다.

 

 

그러자 팬택은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3700여건의 특허 중 핵심특허 560여건을 전략적으로 골드피크(goldpeak)에 넘겼다. 참고로, 골드피크는 특허 소송이나 라이센싱을 통한 수익창출을 전문으로 하는 특허관리전문회사(소위 NPE(Non-Practicing Entity) 또는 특허괴물이라 함)이다.

 

나는 팬택 담당자들의 소개로 골드피크 관계자들을 만났고, 이후 팬택의 남은 특허들 뿐만 아니라 골드피크로 넘어간 모든 특허까지 전담하여 관리하기로 했다.

 

골드피크로 넘어간 특허들 중 일부는 애플을 포함한 몇몇 업체에게 매각되었다. 애플에 매각된 특허들에는 내가 작성했던 4G 표준특허(무선 통신 시스템에서 랜덤 액세스의 수행장치 및 방법(특허출원번호 : 10-2012-0020621))도 포함되어 있었다.

 

 

변리사로서도 뿌듯함도 있었지만, 글로벌 시총 1위인 애플과 같은 기업이 매입하는 가치있는 특허란 어떻게 작성되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발적인 소규모 특허 매각으로 얻는 대금만으로는 팬택의 부채와 밀린 임금을 상환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팬택은 골드피크에 넘기고 남은 3000여건의 특허들을 전량 매각할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나는 팬택을 찾아가 직접 매각을 추진해보겠다고 제안하였다.

 

주어진 기간은 6개월.

나는 특허 매각을 도와줄 해외 파트너와 팀을 결성했다. 매각 프로젝트는 일과가 끝난 저녁 즈음부터 시작되었고, 거의 매일 새벽까지 해외 파트너와 서로 업무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전략을 논의했다.

 

나는 3000여건의 특허들을 전수 조사하고 이동통신, IoT, AR/VR, UX/UI 등 여러 기술분야별로 대표 특허들을 선별, 침해증거를 수집한 뒤, 특허 마케팅 자료를 만들었다. 그렇게 매일 3~4시간씩 자면서 한 달을 지내고 나니, 어느덧 매력적인 마케팅 자료가 완성되었다.

 

 

2017년 7월, 드디어 팬택의 특허 마케팅 자료가 해외 파트너를 통해 수십개의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배포되었다.

 

초반에는 잠재적 구매자들로부터 다양한 문의가 이어졌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반응에 팬택 관계자들도 기대감이 상승했다. 하지만 전량 매입과 가격적 부담이 있었던 걸까. 한달, 두달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관심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인 S사가 팬택을 상대로 특허권의 처분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였다. S사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가처분 소송이 걸린 특허를 위험을 감수하며 매입할 구매자들이 얼마나 될까. 정말 매각을 포기할 뻔한 위기 상황이었지만, 구매자들을 설득하며 힘들게 매각을 진행해갔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의 D사가 최종 매입 가격을 오퍼(offer)하였다. 그러나 하필 이 시점에 골드피크가 새로운 오퍼를 가져왔다.

 

그것은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제조사인 A사가 골드피크 특허 전부와 팬택 특허 전부를 실시하도록 허락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는 라이센싱 계약이었다. 즉, ‘팬택 특허 전부’를 D사에 ‘매각’하는 첫 번째 오퍼와, ‘팬택 특허와 골드피크 특허 전부’를 A사에 ‘라이센싱’하는 두 번째 오퍼가 경합하게 되었고, 팬택은 두 가지 오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첫 번째 오퍼는 골드피크의 핵심특허들로 A사에 특허소송을 하여 훨씬 큰 배상액을 받을 기회가 있는 반면, 두 번째 오퍼는 A사에 특허소송을 걸 기회가 없다고 팬택 측을 설득했지만, 결국 팬택은 A사와의 라이센싱 계약(두 번째 오퍼)을 택했다.

 

 

섭섭한 마음이 컸고 함께 고생했던 해외 파트너에게도 미안했지만, 팬택 스스로가 더 유리한 선택을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후 2018년에는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으로 S사와의 소송이 마무리가 되면서, 팬택은 S사와도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렇게 팬택은 2건의 라이센싱 계약을 통해 받은 로열티로 밀린 부채와 임금을 해결하였고, 사업 철수와 함께 남은 특허들을 인수할 업체를 물색했다.

 

2019년말, 팬택의 특허를 가져갈 새로운 팬’텍’이 등장했다. 팬텍은 팬택의 남은 특허들을 수익화할 목적으로 설립되었으며, 아이디어허브(ideahub)라는 특허관리전문회사의 자회사이다. 2020년, 팬택은 남은 특허들을 팬텍에 넘기고 사업을 최종 정리하였다.

 

에필로그

 

팬택이 보유했던 3700여건의 특허들 중 수십건 정도는 팔렸고, 남은 특허들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인 A사와 S사가 로열티를 지불하고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또한 그 특허들의 소유권자는 ‘팬텍’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하여 해외에서 특허 소송을 진행 및 준비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그 팬택은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팬택의 혼은 여전히 특허에 남아 팬택이 피땀흘려 만들어냈던 기술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고 있다.

 

오재언 변리사 jeoh@coxp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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