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기획] 여전히 오리무중인 전기차 화재 원인, 전기차 산업 이대로 괜찮나

2021.01.01 15:30:41

이동재 기자 eltred@hellot.net

[선착순 마감임박] 우리 기업에 꼭 필요한 AI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AI융합 비즈니스 개발 컨퍼런스에서 확인하세요 (5/3, 코엑스3층 E홀1~4)

[헬로티]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승용차가 벽면에 충돌한 뒤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출처 : 연합뉴스)


 

지난 9일 용산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테슬라 차량 화재사고로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차량 좌측 전면이 벽에 부딪혔는데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 쪽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보아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에서 착화가 일어난 사고로 추정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전기차 모델 코나 일렉트릭은 출시 후 보고된 배터리 화재가 15건을 넘었다. 재작년 5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에서 화재가 발생한 후, 강릉, 부천, 세종시에서 연이어 화재가 일어났다. 최근에는 지난 10월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주민자치센터 주차장에 서있던 코나 차량에서 화재가 일어났고, 이외에도 대구와 제주도, 남양주 등지에서 충전소에 세워져 있던 코나 차량에 불이 붙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차는 코나에 대한 리콜을 진행했지만, 리콜 이후에 차량이 배터리의 화재가능성을 감지해 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는 이른바 ‘벽돌현상’이 곳곳에서 보고됐다. 전기차와 관련된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는 작년부터 이어진 코나 EV 화재 사고의 원인을 ‘여전히’ 조사하고 있다. 16일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올해 안에 코나 전기차 화재 원인 발표는 어렵게 됐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조사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조사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명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공식적인 조사결과 발표가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화재 원인에 대한 조심스런 추측을 내놓고 있다.


배터리 제조 불량?


우선 논의되고 있는 첫 번째 원인은 배터리의 자체적인 결함이다. 


현대차는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리콜방안에서 코나 전기차의 화재 원인으로 고전압 배터리 셀의 불량을 언급했다. 국토교통부가 현대차의 리콜 발표와 별개로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짚은 화재 원인은 '제조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인한 배터리 셀 분리막 손상'이었다.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 셀은 여러 기업의 제조 공정을 거치지만, 1차적으로 LG화학의 중국 난징 공장에서 제조한다. LG화학은 “연구 과정에서 분리막을 다양한 형태로 훼손한 뒤 충·방전을 수백번 반복하는 재연 실험을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했다”며 국토교통부의 1차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다. 


1차 조사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가운데, 지난 11월 미국 자동차 회사 GM이 현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 쉐보레 볼트 6만여 대에 대한 리콜을 발표했다. 원인은 다섯 건의 화재. 제스 오르테가 GM 총괄 엔지니어는 “5건의 화재는 전기차에 장착된 고압 배터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GM 전기차 쉐보레 볼트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제조사는 LG화학, 제조는 한국 오창에 있는 공장에서 이루어졌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이 볼트 전기차 화재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은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GM 측과 협력해 성실히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자동차 배터리는 아니지만 LG에너지솔루션(舊LG화학)은 최근 미국에서 판매된 자사의 가정용 ESS 배터리 'RESU'로 인한 화재 사고가 다섯 건으로 늘어남에 따라 자발적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과충전 문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코나 화재 사고의 원인을 "차량 하부에 설치된 배터리팩 어셈블리 내부의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발화"로 진단한 감정결과보고서를 내놨다. 국과수는 "배터리팩 내부 전기적인 발화 요인은 '제조 결함에 의한 절연 불량'이나 과충전 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 교수) 역시 한 매체에 기고하는 칼럼에서 화재 원인에 대해 “크게는 배터리 셀의 근본적인 제작 불량일 수도 있으나 무리한 과충전의 반복으로 인한 열폭주일 수도 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4일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이 개최한 ‘고안전/고효율 전기차 개발을 위한 전기차 화재요인 분석 및 배터리 문제점 해결방안’ 세미나에서 “배터리 셀 자체의 불량이냐, 정상적인 배터리 팩의 충전을 과하게 한 것이냐에 따라 책임소재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배터리 셀의 불량이면 LG화학의 배터리 제조상의 문제, 배터리 팩 과충전이면 현대자동차의 주행거리를 높이기 위한 안정성 미확보 문제로 분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완성차 업체들도 과충전과 화재의 연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월과 11월 현대자동차와 한국GM이 제출한 리콜 방안을 승인했는데, 한국 GM은 전기차의 충전량을 90%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현대차는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량이 80%와 90%를 넘어설 때 각각 10분의 점검 과정을 거치게 해 충전 시간을 지연시키는, 역시 결과적으로 충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2차 전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테슬라와 현대차도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리튬으로 만든 배터리는 효율이 좋지만 열이나 충격에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산 테슬라 화재사고도 배터리에 가해진 외부충격이 착화의 원인으로 유력하게 추정되고 있고, 똑같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전동킥보드의 화재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만큼, 외부의 자극에 취약한 것이 리튬이온배터리의 한계라는 지적이다.  


전동킥보드에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출처:전남소방본부)  


강정원 목포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인화성 물질인 유기용매에 발화가 일어나 폭발할 수 있다”며 “충격으로 배터리 외부가 손상되면 전해질이 흘러나와 폭발하거나, 오랫동안 충전하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위험에 대비해 자동차 업계에서도 가스배출 장치, 과충전 방지장치 등의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체 전해질을 쓰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여전히 외부 자극으로 인한 배터리 팽창, 누액 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 


리콜 및 배상 방안은?


자동차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원인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공식 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가 코나 화재 사고에 대해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조사를 처음 지시한 것은 작년 9월, 현재까지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채 조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원인 규명에 필요한 부품들이 이미 검게 그을리거나 소실돼 조사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다. 결과 발표가 몇 차례 연기되며 조사가 길어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은 쌓여만 가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진행 중인 임시 리콜 방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위에서 언급한 현재 리콜 방안의 핵심, 충전량 제한은 자연스럽게 주행거리 감소로 이어진다. 전기차의 성능을 측정하는 공인인증 기준이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인 만큼, 충전량이 제한된 전기차의 성능이 처음 구매했을 때의 그것보다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화재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 대책과 차량 성능 저하에 따른 소비자 배상 방안이 빠진 리콜에 지난 달 12일 코나 EV 차주 173명은 현대차에 경제적 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했다. 


전기차의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 화재사고로 인한 진통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 계속 커나갈 전망이다. LG화학은 매출이 늘고 있는 배터리 사업을 따로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이 발표한 올해 매출액은 13조원, 2024년 목표 매출액은 30조원이다. LG는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의 120GWh에서 2023년 260GWh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책정한 내년도 전기차 산업 투입 예산은 올해보다 23.3% 증가한 1조1226억 원이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 중국,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 경쟁을 시작했다. 각국 정부는 자국의 기업을 세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산업 부양책들을 꺼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도 각처에서 전기차 관련 사업지원과 산업 인프라 구축에 관한 정책들을 쏟아놓았다.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투입되는 예산의 규모를 통해 더욱 쉽게 읽어낼 수 있다. 내년 전기차 보급 및 충전 인프라 구축 관련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은 1조1226억 원으로, 올해의 9107억에서 23.3% 증가한 액수다.


전기차 산업을 키우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과 비교해 안전한 전기차를 만들기 위한 정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업계 역시 주행거리와 매출 상승에 열을 올릴 뿐, 소비자의 안전을 사수하고자 하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대세’라는 말은 주지한 사실이다. 내연기관차를 친환경차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유럽을 선두로 이미 시작됐고, 느릴지언정 이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은 소비자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전기차 제조 과정이 어느 때보다 강조돼야 하는 시기다. 


비교적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연구개발은 당연히 지속돼야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가 모든 위험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절대해답’은 아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예상치 못했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생산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효율보다 안전을 고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국 소비자들이 믿고 탈 수 없는 자동차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Copyright ⓒ 첨단 & Hellot.net




상호명(명칭) : (주)첨단 | 등록번호 : 서울,자00420 | 등록일자 : 2013년05월15일 | 제호 :헬로티(helloT) | 발행인 : 이종춘 | 편집인 : 김진희 | 본점 : 서울시 마포구 양화로 127, 3층, 지점 : 경기도 파주시 심학산로 10, 3층 | 발행일자 : 2012년 4월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유활 | 대표이사 : 이준원 | 사업자등록번호 : 118-81-03520 | 전화 : 02-3142-4151 | 팩스 : 02-338-3453 | 통신판매번호 : 제 2013-서울마포-1032호 copyright(c) HelloT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