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규제와 ESG 공시가 ‘선언’이 아닌 ‘비용과 거래 조건’으로 바뀌는 2026년. 특히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 1월 1일부터 인증서 구매 의무가 발생하며 전환기간(보고 의무)에서 본 시행 단계로 넘어간다. 국내에서도 공공기관 ESG 공시가이드라인 확정 이후 공시 항목이 확대·체계화되는 등 제도 기반이 빠르게 정비되는 분위기다.
이런 변화의 ‘현장 최전선’에 선 곳이 컨설팅 업계다. ESG·탄소중립 컨설팅을 주력으로 하는 한컨설팅그룹의 이승용 대표는 “2026년은 AX(AI Transformation) 기반 데이터 관리 체계를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가 ‘가위 효과’처럼 벌어질 전환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디지털 ESG 얼라이언스(i-DEA) 컨설팅교육본부장으로도 활동하며, 공공기관 ESG 공시 대응부터 중소·중견기업의 CBAM·SBTi 대응까지 실무 현장을 폭넓게 지원하고 있다.
2026년 전환점…“결국 승부는 데이터, AX로 ‘자산화’하라”
Q. 한컨설팅그룹을 소개해 달라.
A. 2005년 4월 설립돼 올해로 21년째다. ESG 분야 진단, ESG 공시, ESG 보고서 검증을 비롯해 공급망 관리 컨설팅을 수행한다. 탄소중립 분야에서는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CBAM 등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관리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그 외 경영 컨설팅, 인사·조직 전략, 기업 수출 지원을 위한 수출 컨설팅도 한다. 현재 25명 규모의 전문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Q. 다른 기업 컨설팅 회사와 한컨설팅그룹의 차별점은?
A. 주 타깃이 중소·중견기업이다. 특히 ESG와 탄소중립 컨설팅에 특화돼 있다. 중소·중견기업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갑작스럽게 규제나 요구사항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 요구가 ‘오기 전’ 사전 컨설팅부터, 요구가 ‘왔을 때’ 대응 컨설팅까지 실무적으로 돕는 데 강점이 있다.
Q. 대표가 보기에 2026년 기업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변화는?
A. CBAM이 전환기간을 지나 본 시행으로 들어가면서 “보고만 하면 됐던 단계”에서 “비용과 의무 이행이 걸린 단계”로 바뀐다. 또 공공기관 쪽은 ESG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공시 항목을 확대·체계화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규제가 어떤 것이든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준비는 ‘데이터’다. ESG 데이터, 탄소 데이터 등 각종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핵심이다. 엑셀로 대응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AX로 데이터 정합성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크게 벌어질 것이다. 2026년은 데이터 ‘자산화’의 해라고 본다.
Q. 컨설팅 기업으로서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의 준비 상태는 어떤가?
A. 개념과 실제는 늘 갭이 있다. 대기업도 준비는 하지만 앞으로 계속 보완해 가야 한다. 중견·중소로 내려갈수록 미비한 곳이 많다. 그래서 정부가 DX·AX 지원사업을 내놓고 있는 만큼, 우리 회사에 맞는 지원을 “맞춤형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데이터가 없다”…중소·중견의 현실과 SBTi 확산
Q. 실제 컨설팅 현장에서는 어떤 요청이 많았나.
A. ESG로 보면 중소·중견기업은 ‘ESG 수준 진단을 통한 전략 수립’이 많았다. 우리 회사가 ESG를 어떻게 해나갈지, 현재 수준이 어디인지 진단하고 액션플랜을 만드는 수요가 컸다.
탄소중립은 CBAM 데이터, CBAM 보고서 작성 지원이 있었고, 최근에는 ‘디지털 탄소 관리’를 위한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쪽으로도 관심이 커졌다. 기업들이 단순히 포괄 컨설팅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 산정과 외부 제출을 위한 검증까지 한 번에 요구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Q.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점은 어디인가?
A. 인력 문제도 있지만, ESG·탄소중립에서 핵심 애로는 “데이터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 사용량 데이터가 있느냐, 그걸 온실가스로 환산해 관리하고 있느냐 물으면 중소기업은 대부분 없다. 전기요금 고지서만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까진 미루는’ 현상이다. 정부 지원이 있어도 부담스러워하거나 접근을 늦추는 경우가 있다.
Q. 대응을 계속해서 미룬다면 어떤 일이 생기나?
A. 일반적으로는 원청사(고객사)로부터 거래 축소나 거래 중단까지도 갈 수 있다. 아직 모든 산업에서 일괄적으로 크게 나타났다고 보긴 어렵지만, 글로벌 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배제되는 사례가 이미 일부 나타난다.
핵심은 ESG와 탄소중립이 결국 ‘리스크 관리’라는 점이다. 신용도 하락, 거래 중단, 탄소비용 지출 같은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기업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Q. SBTi 요구가 늘었다고 들었다. 체감 시점은 언제였나?
A. 2025년부터 요청이 급격히 들어왔다. SBTi는 단순히 “하겠다”는 의향 제출도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제출해 2030년·2050년까지 감축목표를 승인받는 단계도 있다. 대기업·중견 중심으로 늘고 있지만, 놀라운 건 중소기업도 바이어가 직접 요구하면서 컨설팅을 찾는다는 점이다. 규모와 상관없이 탄소 관리 요구가 전방위로 오고 있다.
“ESG는 보고서가 아니라 방향키”…C레벨이 ‘스티어링’ 잡아야
Q. 기업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우선순위 행동’ 한 가지를 꼽는다면?
A. 먼저 우리 회사의 ‘As-is(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업종·규모에 따라 달라서 맞춤형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로드맵을 실행하려면 결국 AX화가 필요하다. AX를 통해 기획도 하고, 투입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고, 데이터 정확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ESG는 수준 진단을 통해 실행 액션플랜을 만들고, 탄소중립은 내부부터(스코프 1·2) 데이터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Q. 중소기업에겐 탄소 관리 솔루션 구축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A. 구축형 솔루션은 비용이 커서 쉽지 않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구독형(SaaS) 솔루션을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본다. 이미 구축된 서비스를 구독해 필요한 기능을 빠르게 쓰는 게 맞다.
Q. 대표가 강조한 ‘스티어링’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A. ESG·탄소중립은 결과를 정리해 내는 ‘리포팅’에서 끝나면 안 된다. 기업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키를 잡아주는 ‘스티어링’이 돼야 한다. 결국 ESG·탄소중립은 C레벨 역량에 달렸다. CEO가 방향성을 잡지 않으면 조직이 움직이기 어렵다.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성을 경영의 중심 의제로 놓고, 그 도구로 AX·DX를 접목해 데이터 기반 경영으로 가야 한다.
Q. 탄소중립이 '위기이면서도 기회'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나?
A. 요구사항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맞지만, 잘 대응하면 기회다. 제조업이면 탄소 절감 아이디어나 기술 개발로 사업이 성장할 수 있고, R&D 방향 전환으로 포트폴리오가 좋아질 수도 있다. 또 ESG를 잘하는 기업은 당연히 거래 관계에서 평판이 좋아진다. 다른 기업들이 잘 안 하니까, 선제적으로 하면 더 빛난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